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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적 고립을 선택한 사람들

등록일 2026년05월22일 09시00분 URL복사 프린트하기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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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데 있어 경제 활동과 대인관계란 어느 때나 지고 살아가야 할 필수적인 요소다. 인간은 태생적으로 사회적 동물이며, 역사적으로 끊임없는 의사소통을 통해 관계를 맺는 방식을 유지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급격한 사회 변화에 따라 형식적인 바깥세상과 연을 끊고, 불필요한 교류를 최소화하며 자신만의 공간으로 스며드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과거에는 이를 일명 ‘은둔형 외톨이’라고 부르며 개인의 문제나 부적응이 낳은 심각한 사회적 문제점으로만 판단했다. 그러나 이제 고립은 단순한 낙오가 아닌 새로운 사회적 현상이자 삶의 방식으로 자리 잡는 상황에서, 칩거 생활은 치료하고 해결돼야 하는 문제인 걸까?

 

고립의 두 얼굴

자발적, 혹은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사회적 거리 두기를 선택한 이들의 규모는 여러 지표를 통해 증명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최근 통계에 따르면, 국내 19~34세 청년 중 사회적 고립 상태에 놓인 인구는 약 54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또한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중대한 질병이나 장애가 없음에도 경제 활동이나 구직 활동을 하지 않는 이른바 ‘쉬었음’ 청년의 수 역시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러한 통계 지표들은 분명 우리 사회의 치열한 경쟁 구조가 낳은 그늘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청년층의 가치관이 공동체 중심에서 개인 중심으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자료이기도 하다. 실제로 대학내일20대연구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MZ세대의 절반 이상이 ‘여가 시간을 타인과 공유하기보다 온전히 혼자 보내는 것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이는 통계 속 숫자들이 가리키는 고립이 무조건적인 절망의 결과물이 아니라, 피상적인 관계에서 오는 피로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려는 청년들의 주체적인 태도가 반영된 결과임을 알 수 있다.

 

왜 그들은 고립을 택했을까?

청년들이 고립을 자처하는 이유는 한 단면으로만 설명할 수 없는 복합적인 사회 구조적 변화 때문이다. 과거의 은둔이 사회로부터의 ‘도피’나 ‘낙오’로 여겨졌다면, 현대의 고립은 기술 발전에 의한 자발적 선택에 가깝다. 특히 팬데믹 이후 급격하게 보편화된 비대면 중심의 노동 환경은 집 안 환경을 더욱 효율적으로 탈바꿈시켰다. 재택근무가 공식적인 업무 형태로 자리 잡은 것은 물론, 영상 편집자, 디자이너, 인플루언서 등 집 안에서도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프리랜서 생태계가 공고해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자발적 칩거’의 증가는 소비 트렌드와 산업 지형까지 완전히 바꿔 놓았다. 집이 모든 경제와 문화 활동의 중심지가 되는 ‘홈코노미(Homeconomy)’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이 대표적이다. OTT 플랫폼의 대중화와 고사양 가전제품의 보급, 그리고 핀테크를 통한 온라인 금융 거래 시스템은 개인이 사회적 스트레스 없이도 질 높은 일상을 유지할 수 있도록 뒷받침한다. 결국 이들의 고립은 개인의 유별난 나약함이 아니라, 기술의 발전과 사회 구조적 변화가 만들어낸 새로운 삶의 양식인 셈이다.

 

다시 공존의 사회로

자율적 고립은 단순히 치유해야 할 병리적 현상이나 극복해야 할 사회적 낙오가 아니다. 이는 발전하는 기술 환경과 개인의 효율을 중시하는 가치관이 만나 파생된 자연스러운 현상에 가깝다. 따라서 우리 사회에 시급한 과제는 이들을 억지로 집 밖으로 끌어내 과거의 집단주의적 기준을 따르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고립을 선택해 내면을 강화하고. 독립적인 경제 활동을 이어가는 이들을 새로운 삶의 방식 중 하나로 인정하는 시선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가 개인의 선택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 혼자만의 공간에 머무는 이들 역시 사회적 편견 없이 세상과 더욱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동욱 수습기자 leedonguk@g.shing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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