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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은 클릭 한 번, 탈퇴는 미로 찾기

등록일 2026년11월06일 23시56분 URL복사 프린트하기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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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 체험 뒤 자동 결제, 숨겨진 해지 버튼 등 가입은 쉽고 탈퇴는 어려운 구독 서비스의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 피해 사례와 규제 현황을 살펴보고, 최근 등장한 AI 에이전트 어플의 구독 해지 기능이 새로운 해법이 될 수 있을지 짚어봤다. 우리 일상에 스며든 구독 결제를 한 번쯤 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무료 체험이 유료 결제로

전형적인 피해는 이렇다. 한 달 무료 이벤트로 전자책 앱에 가입했다가 몇 달 뒤 카드 명세서를 보고서야 유료로 전환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해지하려고 해도 메뉴를 찾기 어렵고, 결국 포기한 채 결제가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문제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한국소비자원이 2020년 발표한 조사에서 구독 결제 앱 50개를 살펴본 결과, 무료 이용 뒤 자동 결제되는 26개 앱 가운데 유료 전환 일정을 고지하는 곳은 2개뿐이었다. 같은 조사에서 접수된 피해 77건 중 해지 수단을 제한해 포기를 유도하는 해지 방해가 38건(49.3%)으로 가장 많았고, 고지 없는 자동 결제가 34건(44.2%)이었다. 심지어 모바일로 가입했는데도 전화로만 해지할 수 있게 한 앱도 있었다. 최근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소비자원과 함께 지난해 2~7월 OTT·음원 구독, 쇼핑 플랫폼 등을 점검한 결과, 36개 사업자에서 다크패턴 의심 사례 45건이 적발됐다. 그중 가장 많이 적발된 유형도 ‘취소·탈퇴’ 방해였다. 점검 후에는 앱으로 가입한 경우 앱에서도 해지할 수 있게 하고, 해지 시 반복해서 의사를 묻는 단계를 줄이도록 시정됐다. 탈퇴를 방해하고 가격 인상은 미동의 한 공정위, 다크패턴 의심사례 45건 적발, 해외도 마찬가지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아마존 프라임이 가입은 매우 쉽게 만든 반면 해지는 복잡하고 반복적인 화면을 거치도록 설계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은 10억 달러의 민사제재금과 약 3,500만 명에게 돌아갈 15억 달러의 환급금으로 합의됐고, 다크패턴 관련 FTC 최대 규모 집행으로 기록됐다.

 

왜 탈퇴를 어렵게 만들까

이유는 매출에 있다. 스탠퍼드대 닐 마호니 교수 연구팀은 구독 기업들이 소비자가 해지를 잊거나 절차가 번거로운 덕분에 매출을 대략 두 배로 늘리는 것으로 추정했다. 또 자동 갱신이 아니라 소비자가 계속할지 직접 결정해야 하는 구조라면 해지 확률이 약 4배 높아진다. 소비자의 ‘귀찮음’이 곧 기업의 수익인 셈이다.

 

제도의 대응

제도적 대응도 이어지고 있다. 공정위는 2023년 다크패턴 자율 관리 가이드라인을 내놨고, 이후 전자상거래법 개정으로 2025년부터 주요 다크패턴 행위에 대한 금지 조항이 신설됐다. 소비자도 법적 권리를 알아둘 필요가 있다. 구독처럼 정기 결제되는 계속거래는 방문판매법에 따라 계약 기간 중 언제든 해지할 수 있고, 해지를 부당하게 어렵게 만들면 규제 대상이 된다.

 

어플, AI 비서가 대신 끊어준다

규제와 별개로 기술이 새로운 해법으로 등장했다.

이용자가 은행 계좌와 신용카드 정보 접근 권한을 주면 자동 이체·결제 내역을 찾아 해지를 돕는 기능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CNBC가 보도했다. 구독 관리 기능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AI 에이전트는 이를 개인 비서 서비스에 접목해 훨씬 쉽게 불필요한 지출을 찾아낸다. 업계가 긴장하는 이유는 앞서 본 두 가지 요인, 즉 소비자의 망각과 번거로운 해지 절차를 AI가 동시에 없애기 때문이다. 실제로 은행 앱에 구독 관리 기술을 공급하는 스크라이브업은 회원들의 해지 시도가 1년 전보다 1.8배 늘었고, 특히 건강·운동 구독의 해지가 3.8배로 가장 크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다만 숙제도 남는다. 앱을 쓰려면 금융 정보 접근 권한을 AI에 넘겨야 한다. 편리함의 대가로 민감한 개인정보를 맡기는 만큼 보안과 개인정보 보호 문제를 따져봐야 한다. 또한 AI가 해지를 대신해 주더라도 근본 원인인 해지를 어렵게 만드는 설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기술과 제도가 함께 가야 하는 이유다.

 

 

전훈희 기자 wjsdkswpffk@g.shing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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