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구와 결핍감은 우리의 행동을 설명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인간은 아주 먼 옛날부터 의식주를 해결하고, 다른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려 부단히 노력했다. 그 과정에서 문화가 생기고, 그것이 욕망 충족 과정을 고상한 것과 저속한 것으로 나누게 된다. 사람들은 고상하고 인정받는 주류의 삶을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는 반면, 통속적이고 열등하다고 생각되는 행동이나 생각은 감추고 억압한다. 교육은 그런 문화적 가치를 더욱 강화시키고 집단화하는 역할을 한다.
우리는 사회가 요구하는 문화적 가치에 부응하기 위해서 긴장하고 살아간다. 한편 우리는 그 긴장감에서 벗어나서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표현하고자한다. 그래서 우리의 마음속은 주류의 긴장감과 소수의 풀어지고 싶은 마음이 공존한다. 그런 마음을 노래한 것이 싸이의 ‘강남 스타일’이다. 지난 7월 발표된 이 노래는 싸이를 세계적인 가수로 만들어주었다. 거기에는 고상해지려고 애쓰지만 자연스레 배어나오는 통속성이 있고, 역동적 에너지가 넘치는 말 춤이 있다. 소위B급 정서라 일컫는 그의 익살스런 외침에 전 세계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다. 피부색, 언어, 문화의 차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정치적, 사회적, 역사적, 문화적 옷을 입은 패러디물이 인터넷 영상을 달군다. 사람들은 그의 재미난 동작과 표정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편안함을 느낀다.
싸이는 학창시절 좋은 성적을 받은 학생도 아니었고, 빼어난 용모를 지닌 연예인도 아니다. 가수 생활을 시작하고도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어려움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자신을 찾아나갔다. 그는 자신의 약점을 굳이 숨기려하지 않았다. 사실 자신을 찾아간다는 것은 자신의 약점이나 열등감을 인정하는데서 시작된다. 그것을 싸이처럼 공개적으로 말하지 않더라도, 가리고 싶은 아픔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은 우리를 낮은 곳으로 가게 한다. 낮은 곳은 안정되고 편한 곳이다. 약점을 가리기 위해 긴장하는데 사용하던 에너지를 자신의 강점을 개발하는데 활용할 수 있다. 그런 여유 속에서 싸이의 창의력은 살아났고, 자신 있게 자신의 삶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지난 10월 우리 대학은 제38주년 개교 기념식을 가졌다. 설립 당시부터 도산 선생의 무실역행 사상과 우촌 선생의 실용주의 철학은 우리 대학을 이끌어가는 건학 정신이다. 이것은 공리공론이나 화려한 구호보다 자그마한 실천에 가치를 두는 신구 문화를 형성하였다. 이런 문화 속에서 신구의 젊은이들은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부정적인 마음을 떨쳐버리고 자신의 삶을 개척하고 있다. 주변 환경은 늘 우리를 불안하게 한다. 과거의 상처들이 나를 끌어내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에 묻히지 말고, 내 속에서 잠자고 있는 나를 깨우자. 깊어가는 가을, 내 앞에 펼쳐질 멋진 미래를 꿈꾸며, 나를 찾아가는 여행을 떠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