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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스터디’를 마치며 - 노재필 교수(식품영양학과)

등록일 2021년12월15일 09시00분 URL복사 프린트하기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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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재필 교수(식품영양학과)

식품영양학과에서 식품 관련 기초이론을 주로 강의하는 것을 업으로 사는 사람으로서, 수업 중 수학 관련 이론이 나오면 고개를 절레절레하는 학생들을 많이 봐왔다. 자신의 전공과 관련된 수학 내용이지만 의외로 들어보지도 못했다는 이야기를 많이 접하다 보니, 이번 학기에 용기를 내어 학과내에서 수학스터디를 조직해 약 6주간 운영했다. 6주 동안 흐트러짐 없이 진지한 자세로 스터디에 임해준 15명의 학생들에게 우선 감사한 마음을 전달하고 싶고, 개인적으로는 교수자로서의 양심의 가책에서 조금은 벗어난 듯하여 홀가분한 마음을 느끼게 됐다. 스터디 운영은 자발적 참여로 진행됐으며, 일체의 강요나 학점을 미끼로 하는 유도도 전혀 없었다. 교재나 숙제는 없었으며, 스터디 시간 동안 수학적 원리를 터득하는데 주안점을 두었다. 주로 방정식, 함수, 지수와 로그, 미분과 적분 등 수학에서 꼭 필요한 개념을 이해할 수 있도록 차근차근 진행했다. 6주간의 스터디 기간이 길다면 길 것이오, 짧다면 짧을 것인데 이 소중한 시간을 통해 학생들이나 교수자인 나 또한 수학에 대해 잠시나마 고민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그럼 이번 스터디를 통해 얻은 것을 3가지 정도로 요약해 보려 한다.

첫 번째로 수학과 같은 기초학습의 중요성이다. 아주 쉬운 예로 스마트폰을 모두 가지고 다니는 상황이나, 거리에 즐비한 고층 건물이 무너지지 않고 굳건히 버티고 있는 사실에는 수학적 바탕이 기초가 됨은 주지의 사실이다. 예를 들어 약 2,500년 전 그리스의 철학자 탈레스(Thales)가 막대기를 가지고 피라미드의 높이를 측정하는 노력이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문명이 가능하였을까? 뉴턴이 미적분학의 기초를 세우지 않았다면 지금의 우주 여행이 가능했을까? 수학은 우리 일상을 풍요롭고 윤택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그 중요성을 인정받고 있다. 각 과 마다 특성이 달라 꼭 필요한 수학적 지식이 다르겠지만, 식품의 영역에도 수학은 깊이 있게 침투해 있다. 이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서는 실행 전문가는 될 수 있지만, 근본까지 이해하는 이론 전문가는 될 수 없다. 기초 학문이 모여야만 응용 학문이 꽃을 피울 수 있으므로, 한 분야에서 성공하려는 자는 기초가 부실하고는 절대 그 뜻을 이룰 수 없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특히 수학은 논리적 사고와 합리적 의심을 함양하는데 가장 좋은 도구가 되므로, 자신의 전공이 이과 분야라면 꼭 터득해야 할 것이다.

두 번째로 학업성취도에 대한 자세이다. 아마 학생들 중 수학에 대한 학업성취도가 높지 않은 학생들도 다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마냥 이대로 부족한 부분을 메우지 못해 매 순간마다 누군가에게 물어보고 혹은 의지해야만 할 것인가? 이런 근본적 문제에 대하여 주저하고 있다면 부족하다고 느끼는 순간이 가장 빠른 순간임을 우리 학생들은 알았으면 한다. 지식에는 선(先)과 후(後)의 시간적 차이가 분명히 존재한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까지 자신을 가르쳐 주신 분들을 선생님이라고 부르며 존중해 오지 않았나? 모르면 먼저 알고 있는 사람에게 물어서 배우고, 배운 것을 익히다 보면 자기 것이 되는 것이 고금의 학습방법이다. 나는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공부의 목적을 이야기할 때, 꼭 이 말을 한다. “공부의 목적은 두려움을 없애는 것이다.” 알면 두려웠던 것이 지식과 경험이 되어 자신의 자산으로 차곡차곡 쌓여, 이자가 살아가는 동안에 눈덩이처럼 붙을 것이나, 그렇지 못하면 두려움에 허덕일 수밖에 없다. 본인도 나이가 조금씩 들어가면서, 오늘이 내 인생에서 가장 젊은 날임을 깨달아가며 살고 있는데, 우리 학생들도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극복하려 도전하는 마음을 먹는 날이 인생에서 가장 빠른 순간임을 알았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수학이 우리에게 전하는 인생의 메시지이다. 우리가 흔히 쓰는 말 중에 방정식이라는 말이 있다. 성공의 방정식, 인생의 방정식 등 여러 상황과 결합하여 칠흑같은 어둠에서 밝은 빛으로 길을 인도한다는 의미를 부여한다. 수학에서 방정식(方程式)은 미지의 수이자, 해답인 ‘X’를 찾아가는 일련의 방법이나 길을 의미한다. 글자 그대로 미지의 정답을 찾아 떠나는 여정이다. 이번 스터디를 통해 나 또한 미지수 ‘X’임을 느끼게 됐는데, 하물며 우리 학생들은 오죽하랴. 학업, 취업, 결혼 등 아직 가야할 길이 많은 학생들에게는 앞으로 풀어야 하는 방정식이 너무나 많을 것이다. 방정식을 잘 풀려면 결국 방향 선택을 잘해야 하는데, 최선 또는 차선의 선택을 위해 합리적으로 사고하는 습관을 몸에 익히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사람으로 태어나서 무덤에 가기 전까지 우리는 모두 미지수 ‘X’이고 생이 마감되었을 때 해답에 가깝게 가기 위해서 평생 뛰어야 하는 운명을 벗어날 수 없음을 다시 각인하는 시간이 되었다. 신구대 친구들이여 정답을 찾기 위해 Go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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