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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을 넘어, 모든 학생의 잠재력을 깨우는 ‘포용적 교육 공간’으로의 초대-이세형 교수(사회복지학과)

등록일 2026년03월20일 09시00분 URL복사 프린트하기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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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는 당연한 한 줄의 문장이, 어떤 아이에게는 여러 번의 시간이 필요하다. 친구들보다 조금 천천히 이해하고, 조금 더 오래 연습해야 하지만 그만큼 성실하게 자신의 속도로 걸어가는 아이들. 우리는 이들을 ‘느린 학습자’라고 부른다. 빠른 속도를 기준으로 세워진 교실 안에서 종종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되지만, 이 아이들도 분명 같은 교실에서 같은 꿈을 키우고 있다. 조금 더 기다려 주고, 조금 더 다른 방법으로 가르쳐 준다면 충분히 자신의 가능성을 펼칠 수 있는 아이들. 지금, 느린 학습자에 대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본다.

 

먼저 ‘느린 학습자’란 구체적으로 무엇이며, 우리가 흔히 말하는 지적장애와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물었다.

 

‘느린 학습자’는 학술적으로 경계선 지능(Borderline Intellectual Functioning, BIF)을 가진 사람들을 지칭합니다. 이들은 일반적으로 지능지수(IQ)가 71점에서 84점 사이에 해당하며, 지적장애(IQ 70 이하)에는 속하지 않지만 평균보다 낮은 인지 능력으로 인해 학업과 사회 적응 전반에서 어려움을 겪습니다. 지적장애와 달리 법적 장애인 범주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에 놓여 있으며, 이로 인해 제도적 지원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왔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이자 문제가 있습니다.

 

사회복지 측면에서 이들에게 가장 시급한 제도적 지원은 무엇인지 물었다.

 

가장 시급한 것은 이들을 위한 법적·제도적 지위를 명확하게 하는 것입니다. 현재 이들은 아동·청소년기의 특수교육 지원에서도 벗어나 있고, 성인기 장애인 복지 서비스 대상에서도 제외되는 ‘이중적 소외’ 상태에 있습니다. 따라서 생애주기별 맞춤형 지원을 명시한 국가 차원의 지원법 제정과 함께, 대학 및 성인기 이행 과정에서 실질적인 학습 비계(Scaffolding)와 정서적 지지를 제공할 수 있는 공적 지원망 구축이 절실합니다. 참고로 비계란, 학습자가 스스로 과제를 수행할 수 있을 때까지 제공되는 일시적이고 적응적인 지원 체계를 의미합니다.

 

복지 사각지대를 벗어나기 위해 우리 사회의 어떤 인식 변화가 필요한지 물었다.

 

문제를 개인의 결핍으로만 보는 ‘의료적 모델’에서 벗어나, 개인과 환경의 상호작용에 주목하는 ‘환경 속의 인간’ 관점으로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즉, 느린 학습자가 겪는 부적응은 그들의 지능 탓이 아니라, ‘평균적 학습자’만을 전제로 설계된 우리 사회와 교육 환경의 ‘비포용적 구조’ 때문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결핍이 아닌 그들이 가진 ‘성실함’과 ‘잠재력’에 주목하는 ‘강점 관점’의 확산이 중요합니다.

 

대학이나 평생교육원에서 운영할 수 있는 느린 학습자 맞춤형 프로그램으로는 무엇이 있는지 물었다.

 

최근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간략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로 학업 지원 영역입니다. 정보 습득의 장벽을 낮추기 위해 보편적 학습설계(UDL)를 적용한 유연한 교수법과 단계별 가이드가 필요합니다. 보편적 학습설계를 좀 더 쉽게 말씀드리면, 건물 입구의 경사로가 있으면, 장애인뿐 아니라 모두에게 편리한 것처럼, 교육에서도 학습의 ‘문턱’ 자체를 낮추는 설계를 말합니다. 두 번째로는 사회적 관계 지원입니다. 사회적 맥락 파악이 어려운 이들을 위해 ‘구조화된 또래 멘토링’과 안전한 환경에서의 대인관계 기술 훈련이 효과적입니다. 세 번째로는 정서적 지원입니다. 낮은 자아존중감 회복을 위한 정기적 상담과 ‘성공 경험 설계(Small Wins)’워크숍 등을 운영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성인기 느린 학습자들의 사회적 자립(취업 등)을 돕기 위한 실전 교육은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지 물었다.

 

추상적인 지시보다는 ‘명시적이고 구체적인 직무 교육’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과업을 최소 단위로 쪼개어 가르치는 ‘청킹(Chunking)’ 전략과 시각적 매뉴얼(이중 부호화)을 활용해야 합니다. 쉽게 말해, 청킹전략은 뇌가 한 번에 소화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은 한계가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방대한 정보를 의미 있는 ‘덩어리(Chunk)’로 쪼개어 제시하는 기술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기말 리포트 5페이지 써오세요”라고 하면 뇌가 멈춰버리지만, “이번 주는 목차 3개만 정해봅시다”라고 쪼개어 주면 좀 더 편하게 과제를 수행할 수 있습니다. 또한, 직장 내 대인관계와 의사소통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갈등 해결 방법을 시뮬레이션 중심으로 교육하여 실전 적응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역사회와 연계한 민·관 협력 모델로 제안하고 싶은 형태가 있다면 무엇인지 물었다.

 

대학의 전문가 그룹, 학생상담센터, 그리고 지역사회의 복지관과 지자체가 연계된 ‘다학제적 사례관리팀’ 모델이 필요입니다. 대학은 교육과 조기 선별 데이터를 제공하고, 지자체는 조례를 바탕으로 예산을 지원하며, 민간 복지기관은 취업 및 생활 지원을 담당하는 ‘원스톱 지원 네트워크’를 구축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미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15곳에서 관련 조례가 제정된 만큼, 이제는 실질적이고 기능하는 거버넌스 운영이 관건입니다.

 

느린 학습자를 가르치는 교수자나 강사들이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역량은 무엇인지 물었다.

 

무엇보다 학습자를 비난하지 않고 수용하는 ‘정서적 안전기지’로서의 태도가 요구됩니다. 교수자는 학습 부진을 태도 불량이나 노력 부족으로 오해하지 않고, “모르는 것은 부끄러움이 아니며 질문은 용기 있는 행동”임을 명시하여 ‘실수 허용 문화’를 조성해야 합니다. 또한, 학습자의 미세한 긍정적 변화를 포착해 인정해 주는 ‘마이크로 어퍼메이션(Micro-affirmations)’ 역량이 필수적입니다. 여기서 마이크로 어퍼메이션 역량은 거창한 칭찬이나 포상이 아니라 상대방의 존재 가치를 인정해 주는 아주 작고, 사소한 긍정적 메시지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학생과 눈을 맞추는 것, 고개를 끄덕이는 것, “ㅇㅇ 학생, 오늘 출석해줘서 고맙다”라고 이름을 불러주는 것 등 찰나에 일어나는 인정의 행위를 말합니다.

 

마지막으로, 이들을 위한 별도의 교육 품질 평가 기준이나 대안적 평가 방식이 필요할지 물었다.

 

네, 반드시 필요합니다. 보편적 학습설계(UDL)의 원칙에 따라 ‘표현 방식의 다양화’를 허용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평가 방식의 유연화가 요구됩니다. 우선, 필기시험 외에 구술 발표, PPT 포트폴리오 등 학생이 자신의 강점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는 방식을 선택하게 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로는 과정 중심 평가입니다. 결과 점수보다는 과제를 단계별로 쪼개어 제출하게 하고, 그 과정에서의 노력과 전략적 시도에 대해 구체적인 피드백을 주는 방식이 도입되어야 합니다. 이는 단순히 느린 학습자만을 위한 ‘배려’가 아니라, 모든 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하는 ‘교육의 질적 혁신’이 될 것이라고 판단합니다. 향후 우리 대학이 지식 전달의 상아탑을 넘어 모든 학생이 자신의 속도로 잠재력을 실현하는 ‘포용적 교육 공간’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감사합니다.

 

 

김도연 기자 dentdy23@g.shing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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