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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의 코딩교육,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정설영 교수(경북대학교 소프트웨어교육원)

등록일 2026년09월11일 15시03분 URL복사 프린트하기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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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학교 정설영 교수님

코딩을 배우려는 학생들에게 요즘 가장 많이 들리는 질문은 “이제 AI가 코드를 작성해 주는데, 굳이 코딩을 배워야 할까?”이다. 생성형AI는 짧은 설명만으로도 프로그램을 만들고, 오류를 찾아 수정하며, 복잡한 코드의 작동 원리까지 설명해 준다. 과거에는 몇 시간씩 고민해야 했던 작업을 이제는 몇 분 만에 해결할 수 있다. 이런 변화를 지켜보면 코딩교육의 필요성이 줄어든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 반대이다. AI가 코드를 작성할수록 코딩교육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다만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코딩을 배워서는 안 된다. 모든 문법을 암기하고, 정해진 문제의 정답 코드를 직접 작성하는 교육만으로는 AI 시대의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 이제 코딩교육은 코드를 작성하는 기술을 넘어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 방법을 설계하며, 인공지능의 결과를 검증하고 개선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코딩의 본질은 문법 암기가 아니다. 코딩은 현실의 문제를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는 구조로 바꾸는 과정이다. 예를 들어 학교 주변의 혼잡한 식당을 알려 주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고 하자. 단순히 프로그램을 작성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먼저 ‘혼잡하다’는 것을 무엇으로 판단할지 정해야 한다. 대기 시간인지, 좌석 수인지, 이용자 평가인지 기준을 세워야 한다. 어떤 데이터를 수집하고, 어떤 방식으로 처리할지 결정해야 하며, 결과를 사용자에게 어떻게 보여 줄지도 설계해야 한다. 그리고, 서비스는 어떻게 배포할지도 고민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인공지능은 훌륭한 조력자가 될 수 있지만, 문제의 방향과 기준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사람의 몫이다.

 

AI 시대의 코딩교육에서 첫 번째로 강조해야 할 역량은 문제정의 능력이다. 인공지능은 주어진 질문에 답하지만, 질문 자체가 적절한지는 판단하지 못할 수 있다. 모호한 요구사항을 입력하면 그럴듯하지만 실제로는 쓸모없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따라서 학생들은 “무엇을 만들 것인가?”보다 “누구의 어떤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를 먼저 질문해야 한다. 좋은 개발자는 코드를 많이 작성하는 사람이 아니라, 해결할 가치가 있는 문제를 정확하게 찾아내는 사람이다.

 

두 번째 역량은 컴퓨팅 사고력이다. 컴퓨팅 사고력은 문제를 작은 단위로 나누고, 반복되는 패턴을 찾으며, 필요한 절차와 규칙을 설계하는 능력이다. 인공지능에게 코드를 작성해 달라고 요청하더라도 문제를 구조화하지 못하면 원하는 결과를 얻기 어렵다. 또한 AI가 생성한 코드를 그대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코드가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 입력값과 출력값은 무엇인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는 어떻게 동작하는지를 이해해야 한다. 코드를 읽고 판단하는 능력은 코드를 직접 작성하는 능력만큼 중요하다.

 

세 번째는 검증과 디버깅 능력이다. 인공지능은 언제나 정확한 코드를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다. 존재하지 않는 함수나 잘못된 정보를 제시할 수도 있고, 특정 상황에서만 발생하는 오류를 놓칠 수도 있다. 따라서 AI가 제시한 답을 정답으로 받아들이기보다 하나의 가설로 바라보아야 한다. 직접 실행해 보고, 다양한 입력을 넣어 보고, 오류가 발생한 이유를 추적해야 한다. 이러한 검증 과정은 단순히 프로그램을 완성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결과의 신뢰성을 판단하고, 기술을 책임 있게 사용하는 태도를 기르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학생들은 코딩을 어떻게 배워야 할까? 첫째, 작은 프로젝트를 통해 배워야 한다. 문법을 먼저 공부한 뒤 언젠가는 프로젝트를 시작하겠다는 방식은 쉽게 지치기 마련이다. 자신의 전공이나 관심 분야와 연결된 작은 문제를 정하고,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해결해 보는 것이 효과적이다. 경영학 전공자는 매출 데이터를 분석하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고, 디자인 전공자는 사용자 반응을 분석하는 웹페이지를 제작할 수 있다. 사회과학 전공자는 설문 결과를 시각화할 수 있으며, 공학 전공자는 센서 데이터를 활용한 간단한 자동화 프로그램을 구현할 수 있다.

 

둘째, AI를 ‘답안 생성기’가 아니라 ‘학습 파트너’로 활용해야 한다. “이 코드를 만들어 줘”라고 요청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 코드가 작동하는 원리를 설명해 줘”, “초보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단계별로 나누어 줘”, “오류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제시해 줘”라고 질문해야 한다. 인공지능에게 결과만 요구하면 학습의 기회를 잃을 수 있지만, 과정과 이유를 질문하면 자신의 사고를 확장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AI가 대신 생각하도록 맡기는 것이 아니라, AI와 대화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더 정교하게 만드는 것이다.

 

셋째, 결과보다 과정을 기록해야 한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 했는지, 처음에는 어떤 방법을 시도했는지, 어떤 오류가 발생했으며 어떻게 수정했는지를 정리하면 단순한 결과물 이상의 포트폴리오가 된다. AI를 활용한 코드라도 자신이 문제를 정의하고, 설계하고, 검증한 과정이 드러난다면 충분히 의미 있는 학습 결과가 될 수 있다. 앞으로 기업과 사회는 완성된 코드만 보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이해하고 협업하며 결과를 개선하는 사람을 필요로 할 것이다.

 

AI 시대에 코딩을 배우는 목적은 인공지능과 경쟁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인공지능을 활용해 더 좋은 질문을 만들고, 더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며, 더 가치 있는 서비스를 설계하기 위해서다. 코드를 직접 작성하는 시간이 줄어들더라도 문제를 바라보는 힘,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힘, 결과를 검증하는 힘은 여전히 사람에게 필요하다.

 

대학에서 필요한 코딩교육은 모든 학생을 전문 개발자로 만드는 교육이 아니다. 자신의 전공과 사회의 문제를 기술과 연결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교육이다. 인공지능이 코드를 작성하는 시대일수록 우리는 코드를 넘어 문제를 보아야 한다. 결국 AI 시대의 코딩교육이 가르쳐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특정 프로그래밍 언어가 아니라, 기술을 활용해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려는 사고와 책임이다.

 
신구학보사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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