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부 잘하는 약’으로 둔갑한 ADHD 치료제와 ‘살 빼는 약’으로 유통되고 있는 다이어트 약물의 오남용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부작용과 그 위험성을 이번 ‘세상의 모든 이슈’에서 파헤쳐보자.
‘공부 잘하는 약’, 오해로부터 빚어진 비극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지난 2020년 일명 ‘공부 잘하는 약’으로 불리는 의료용 마약류 ‘메틸페니데이트’의 불법 사용과 오남용이 의심되는 병·의원 등 23곳을 선정해 기획감시를 실시했다. 그 결과, 의료기관 등 11개소와 불법 투약이 의심되는 환자 24명을 적발했다. A의원은 2018년 6월부터 22개월 동안 환자 B씨에게 페니드정10mg를 총 91회(33,124정) 처방했으며 환자 C씨는 2018년 5월부터 26개월 동안 D, E의원에서 페로스핀정10mg 등의 약물을 총 241회(21,966정) 처방받았다. 이에 따라 식약처는 지난해 12월 ‘마약류의 오남용 방지를 위한 조치기준(식약처 고시)’ 개정안을 마련하게 되었다.
‘살 빼는 약’, 반드시 처방이 필요
약물 오남용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일명 ‘살 빼는 약’이라 불리는 펜터민 등 의료용 마약류 식욕억제제 또한 오남용하기 쉽다. 일례로, 지난 2019년 시행된 식약처의 현장감시 결과에 따르면 환자 D씨는 1년간 의원 42곳에서 327건의 처방을 받아 약국 33곳에서 펜터민을 4,150일분(4,185정)을 구매한 사실이 있다. 더불어 1개의 처방전을 재활용해 약국 2곳에서 구입한 정황도 확인됐다. 이와 같은 내용은 통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식약처가 지난 2022년 조사한 ‘마약류 오남용 폐해에 대한 국민인식도 조사’에 따르면 마약류 의약품 중에서도 펜터민 등에 대한 정(正)인지 비율이 가장 낮았다. 또한, 마약류 및 남용 약물의 직·간접 사용 경험은 살 빼는 약(15.4%), 술 깨는 약(9.7%), 공부 잘하는 약(5.1%)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잘 쓰면 약, 잘못 쓰면 독이라고?
약물 오남용이 위험한 이유는 바로 부작용 때문이다. 부작용이란 ‘의약품을 투여할 경우 발생하는 모든 의도되지 않은 효과’를 의미한다. 알레르기를 억제하기 위해 먹은 항히스타민제가 졸음을 유발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시다. 메틸페니데이트 계열 약물은 ADHD 환자가 복용 시 주의력을 향상시키는 효과가 있지만, 환자가 아닌 일반인이 복용 시 불안, 불면증, 심박수 증가, 고혈압 등 다양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또한 식욕억제제는 주로 펜터민, 펜디메트라진 등으로 구성되며 중증 비만 환자에게 체중 감량을 위해 단기간 보조요법으로 사용되는데, 이를 장기간 복용하거나 남용하는 경우 신경과민, 위장장애, 심리적 의존성이 발생할 위험이 크다. 이러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전문가의 처방과 관리 아래에 필요한 만큼만 사용해야 하며, 무엇보다 사회와 개인 모두가 오남용의 심각성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신서영 기자 lisa0903@g.shing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