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치매(하이테크 건망증)란 다양한 디지털 기기에 의존한 나머지 기억력이나 계산 능력이 크게 떨어진 상태를 의미한다. 이러한 디지털 치매는 대부분 디지털 기기를 주로 사용하는 젊은 연령층에서 발생하게 된다.

현대인들은 디지털에 파묻혀 기억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삶을 살고 있다. 네비게이션을 통해 가고자 하는 경로를 탐색하고, 애창곡을 비롯한 노래 선정도 노래방 기기를 통해 검색한다. 또, 핸드폰은 어떠한가. 당신이 기억하고 있는 연락처의 수는? 핸드폰이 대중적으로 사용되면서 타인의 전화번호를 10개 이상 외우고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어졌다. 스마트폰에는 수많은 편리기능이 탑재돼 있으며 그것은 마치 마약과 같아 계속적으로 사용하게 만든다. 과연 스마트폰은 우리를 스마트하게 하는가? 일견 스마트한 인생을 사는 것처럼 보일 수는 있으나, 스마트한 사람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우리는 이제 디지털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바보가 돼 버렸다.

어느 날 문득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는 게 아닌, 역으로 지배당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 적 있는가. 편리를 추구하는 만큼 편안함을 얻은 대가는 상당히 크다. 빠르고 간편한 것만을 쫓는 것에 경계해야 한다. 디지털 기기에 익숙해진 만큼 우리는 느림의 철학을 향유할 줄 알고, 멈춤의 미덕을 즐길 줄 알아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전자기기의 편리에 중독되어 인간적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기계적인 삶을 사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야봐야 할 문제다.

너도나도 디지털 치매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디지털 기기에 중독 된 삶을 살게 된다면 어떤 현상이 초래될까. 자아가 확립되지 못한 어린 아이가 디지털 기기에 장기간 노출되어 있을 경우, 디지털기기의 편리에 중독된 나머지 인간관계의 갈등이나 입체적 사고를 요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면 무의식적으로 회피할 수밖에 없게 된다.

디지털에 의존하며 안이함에 빠져들수록 당신의 뇌는 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 그러나 우리는 디지털 시대에 살고 있으며, 디지털을 배척하는 삶을 살기란 어렵다. 이런 환경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는 경각심을 가지고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친구들과 만나서 대화를 나누고 운동을 하고 일기를 쓰는.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을. 지금의 당신을 돌아보라.

하영인 기자 gk321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