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닫기


우촌정신과 신구문화, 신구학원 신구문화사를 찾아서

등록일 2025년11월06일 09시00분 URL복사 프린트하기 쪽지신고하기
기사글축소 기사글확대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신구대학교와 신구문화사의 설립자 우촌 이종익 박사는 평생 자신의 영달이나 안일을 바라지 않고, 검소하고 소탈한 생활 속에서 무실역행(務實力行)과 교육입국(敎育立國)의 정신을 실천한 인물이었다. 그는 한국전쟁으로 패배주의가 만연하던 시기에 국민정신을 바로 세우고 계몽을 실천하는 길로서 ‘출판’의 중요성을 깨달았고, 1951년 신구문화사를 설립하여 이를 실천의 장으로 삼았다. 신구문화사는 단순한 출판사가 아니라, 지식과 교양을 보급해 민족의 정신을 일깨우고 사회의 방향을 바로 세우는 문화운동의 중심이었다.

 

신구대학교의 뿌리, 우촌정신과 신구문화사

신구대학교의 뿌리는 바로 이 신구문화사의 설립정신에서 비롯되었다. 1951년 설립된 신구문화사는 전후 혼란 속에서도 출판과 교육을 통한 인재 양성이라는 분명한 사명을 가지고 있었고, 이 정신은 훗날 신구대학교의 건학이념으로 발전했다. 지식의 보급과 문화 발전에 기여한다는 철학은 대학 설립의 근본 가치로 이어졌으며, 교양과 지식의 축적을 통해 실용교육의 기반을 다지는 밑거름이 되었다.

신구문화사는 오랜 기간 다양한 교양서와 전문서를 출간하며 대한민국 학문과 문화 발전에 공헌했고, 이러한 경험은 신구대학교의 실용적 교육 시스템과 교양 중심의 학사 구조를 형성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인문학적 소양을 중시하는 교양과정, 실무 중심의 교육콘텐츠, 출판·디자인·미디어 분야의 특성화 교육 등은 신구문화사의 출판 철학이 교육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 결과였다.

또한 신구문화사는 단순한 지식의 전달을 넘어 문화적 감수성과 창의적 표현능력을 사회 전반에 확산시켰다. 그 영향으로 신구대학교는 학문적 실용성뿐 아니라 예술, 디자인, 인문, 복지, 환경 등 인간 중심의 교육 가치를 함께 추구하게 되었다. 신구문화사는 신구대학교의 정신적 뿌리이며, 출판을 통해 사람을 키우던 정신이 교육을 통해 세상을 키우는 정신으로 확장된 것이다.

 

다양한 출판물과 출판상 수상의 역사

신구문화사는 설립 초기부터 다양한 출판 활동을 활발히 전개했다. 1951년 부산에서 이광수의 『무정』과 김동인의 『젊은 그들』을 처음으로 출간하였고, 이후 700여 종의 양서를 간행하며 출판의 사회적 사명을 성실히 수행해왔다. 1953년 10월 5일, 등록번호 제474호로 정식 등록된 신구문화사는 같은 해 11월 이원수의 『숲속 나라』 등 6종의 어린이 도서를 발행하였으며, 이어 어린이 잡지 『소년세계』를 인수하여 아동문화 보급에도 앞장섰다. 1954년 백철의 『문학개론』을 시작으로, 이병기·백철의 『국문학전사』, 정병욱의 『국문학통론』, 1959년 이희승의 『한글맞춤법통일안강의』 등을 출간하면서 학문 출판의 영역을 넓혀 갔다. 이후 1966년 정병욱의 『시조문학사전』을 비롯하여 『한국인명대사전』, 『국어국문학사전』 등을 간행하며 국문학 분야의 전문 출판사로 자리매김했다.

1950~1970년대 신구문화사는 전집류 출판의 선구자로서, 1957년 『한국시인전집』을 시작으로 약 20년에 걸쳐 『영미어학문학총서』, 『이무영대표작전집』, 『세계전후문제작품집』, 『세계의 인간상』, 『한국의 인간상』, 『현대한국문학전집』, 『한국현대사』, 『한용운전집』, 『한국정치경제학사전』 등 20여 종의 전집을 기획·간행하여 한국 출판사상 기념비적인 업적을 남겼다.

1980년대 이후 출판 환경이 급속히 변화하자 신구문화사는 독자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인문학 중심의 학술서뿐 아니라 자연생태, 여행 등 실생활과 밀접한 주제까지 영역을 확대하였다. 또한 기존 출판물의 e-book 전환, 신간의 전자출판 등 새로운 매체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해왔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저서가 출판문화상을 수상하였는데, 『한국의 인간상』, 『시조문학사전』, 『한국인명대사전』, 『한국현대사』, 『국어국문학사전』, 『이무영대표작전집』 등이 한국출판문화상을, 『대톨스토이전집』과 『한용운전집』 등이 경향양서출판문화상을 받았다.

2000년대 이후에도 『정조대왕의 꿈』, 『이인무의 강산무진도』, 『조선시대 서화수장연구』 등 10여 종이 문화관광부 우수학술도서로, 『다산 정약용의 의례 이론』, 『추사 김정희의 예술론』, 『한국 중세의 읍치와 성』 등은 학술원 우수학술도서로 선정되었다. 또한 이익섭의 『우리말 산책』은 문광부 우수 교양도서로, 『BIPV 탐구생활』은 세종도서로 선정되며 학문과 대중성을 아우르는 출판 성과를 이어갔다.

[신구문화사 현판식과 우촌 이종익 박사의 도서 구상]

[신구문화사의 우량도서와 출판상 수상]

 

출판을 통한 지식 보급과 K-문화의 확산

신구문화사의 책들은 언제나 민족문화와 민족의식에 뿌리를 두고 있다. 조상이 남긴 문화유산과 나라 사랑의 정신을 독자에게 전하고, 이를 보존하고 계승하는 일을 출판의 중심에 두었다. 『한국의 인간상』은 역사 속 인물 200여 명의 삶을 객관적이고 현대적 시각으로 조명하였고, 『한국인명대사전』은 실존 인물뿐 아니라 설화와 전설의 인물까지 망라하여 방대한 인물사전을 완성하였다.

『한국현대사』는 개항 이후의 역사를 사건 중심으로 서술하여 국민에게 근현대사의 흐름을 쉽게 이해하게 했으며, 『한용운전집』과 『현대한국문학전집』은 한국 문학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기여했다. 또한 신구문화사는 세계의 문학과 사상을 국내에 처음 소개하는 역할도 담당했는데, 『세계전후문제작품집』을 통해 프랑스의 누보르망, 독일의 4·7그룹, 영국의 앵그리 영맨, 미국의 비트족, 일본의 태양족 등 전후세대의 문학을 최초로 소개하여 한국문학의 시야를 세계로 넓혔다.

최근에 ‘한국어교육 연구총서’와 ‘신구 한국어교육선서’ 시리즈, 그리고 ‘역사문화연구총서’ 시리즈를 통해 국어교육과 역사문화 연구의 깊이를 더하고 있다. 또한 ‘자연생태 시리즈’인 『꽃들이 나에게 들려준 이야기』는 인문학적 시선으로 꽃과 자연을 이야기하며 일반 독자에게 자연의 아름다움을 새롭게 인식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여기에 ‘세계의 식물원 산책 시리즈’는 저자들이 6개 대륙, 60개국의 400여 식물원을 직접 답사하여 얻은 결과물로, 세계 각국의 식물문화를 생생한 사진과 함께 소개하며 글로벌 문화 교류에도 이바지하고 있다.

[세계의 식물원 시리즈]

 

신구문화사의 지향점과 미래

신구문화사는 설립 이래 ‘정도의 출판’이라는 원칙을 지켜왔다. 책 한 권을 만들 때마다 상업주의나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모든 계층의 독자가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책임 있는 지식 전달을 목표로 삼았다. 출판 철학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난해한 글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권위 있는 필자의 원고라도 독자 입장에서 검토하고, 필요한 경우 과감히 수정·보완하였다.

둘째, 독자가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설과 안내문을 덧붙였다. 새로운 사조나 이론은 독자에게 낯설 수 있기에, 단순한 전달자가 아닌 안내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였다.

셋째, 책의 내용뿐 아니라 체제와 외형에도 세심하게 신경 썼다. 책은 사치품이 아니라 지식과 교양을 전달하는 매개체이기에 편집, 디자인, 인쇄, 장정에 이르기까지 모든 공정을 정성스럽게 완성했다.

이러한 출판 철학은 설립자 우촌 이종익 박사의 ‘무(無)에서 일어나 열과 성으로 일군 불굴의 정신’과 맞닿아 있다. 신구문화사가 반세기가 넘는 세월 동안 양서 출판을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은 독자들의 사랑과 함께, 창업정신을 계승·발전시켜 온 끊임없는 노력 덕분이었다. 이제 창립 75주년을 맞은 신구문화사는 한국 지식문화를 이끌어 온 대표 출판사로서, 인공지능의 활용과 지속가능한 경영을 통해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활로를 개척해 나가고 있다. 앞으로도 우량도서 출판을 통해 독자의 기억에 오래 남는 책, 전문분야 문화의 뿌리를 튼튼히 하는 책, 그리고 울림과 감동을 주는 책을 꾸준히 발간하며 장르의 경계를 넘어 출판의 정도를 지켜갈 것이다.

 
신구학보사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올려 0 내려 0
유료기사 결제하기 무통장 입금자명 입금예정일자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가장 많이 본 뉴스

보도 여론 사람 교양 문화

포토뉴스 더보기

현재접속자 (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