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일부 투표소에 필요한 만큼의 투표용지를 갖추지 못해 투표가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헌법기관이 가장 기본적인 선거 관리에서 무너지면서 민주주의의 신뢰를 훼손시켰고, 조직의 준비 부족과 안일함도 그대로 드러났다.
투표용지는 그날 몇 명이 오느냐와 무관하게 유권자 수를 기준으로 발행하고 준비해야 한다. 과거의 투표 관행에 기대어 투표자 수를 어림하고 인쇄량을 줄인 것은 비용 절감의 문제를 넘어 중대한 업무 과실이다. 실제로 선관위는 본투표용지 인쇄 하한을 유권자의 60%에서 50%로 낮췄고, 투표소별 사전 투표율과 당일 투표 흐름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일부 투표소에서 부족 현상이 발생했다.
이번 사태에서 드러난 문제점으로 첫째, 과거 선거의 평균값이 아니라 최댓값을 하한선으로 발행해야 한다. 과거 관행을 따르더라도 늘어날 수 있는 투표자 수를 고려해 여유 있게 준비하는 것이 선거 관리의 기본이다. 둘째, 당일 오전 투표 상황만 봐도 오후 투표자 수를 충분히 가늠할 수 있었는데, 투표소별 잔여 수량을 점검하고 미리 보충하는 위기 대응이 작동하지 않았다. 셋째, 선거라는 중대한 업무를 앞두고 상당수 직원이 휴직 상태였다는 점도 인력 공백 논란으로 이어졌다. 휴직은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이지만,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구조라면 그에 대한 대비책이 마련됐어야 한다.
어느 조직이든 실수는 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를 미리 막지 못하고, 발생한 뒤에도 제대로 수습하지 못한 총체적 대응 능력의 부재가 이번 사태의 본질이다. 민주주의는 신뢰를 기반으로 그 구성원들이 책임을 다하면서 시작된다. 우리 대학도 크고 작은 선거와 감사, 평가를 늘 치른다. 구성원이 집중력을 잃고 대처 능력이 흐트러지면 작은 빈틈이 큰 문제로 번질 수 있다. 그동안은 준비된 자세로 슬기롭게 과제를 풀어 왔다. 이번 선거의 투표용지 부족 문제는 조직과 체계가 갖춰져도 방심하면 언제든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여름 방학이 시작되었다. 한 학기를 마무리하면서 교육과 학습지도에 부족한 점은 없었는지 되새겨 보자. 작은 준비 부족이 학습 효과를 떨어뜨리고, 강의 준비가 소홀하면 수업 전체를 그르칠 수 있다. 지난 실수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다시 점검하고 준비하는 자세를 가다듬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