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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학을 준비하며-권민경 학우(미디어콘텐츠 2)

등록일 2018년01월17일 09시00분 URL복사 프린트하기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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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정시모집에 지원할 때부터 미디어콘텐츠과는 나에게 익숙하고 편한 학과라고 느껴졌다. 평소에 컴퓨터를 많이 해왔기 때문에 컴퓨터로 작업하는 것을 선호했고, 학과의 커리큘럼을 훑어보았을 땐 재미있어 보이는 수업도 많았다. 큰 고민 없이 선택했고, 입학한 이후로도 신구대학교 미디어콘텐츠과에 들어온 것을 후회한 적이 없었다.

신입생 타이틀을 쥐고 1학기가 시작됐을 땐 두려움 반 설렘 반이었지만, 매일매일 정문을 숨가쁘게 오르며 점차 익숙해졌다. 조금은 어색하지만, 점점 편해져 가는 친구들과 오늘 점심은 뭘 먹을까 고민하고, 수업이 끝나면 오늘은 무슨 과제를 받았는지 이야기를 나누며 학교의 언덕을 내려갔다. 학교의 큰 행사로 손꼽는 백마체전과 신구 엑스포는 다양한 경험과 추억을 쌓을 기회이기도 했다.

매번 다가오는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기간에는 공부하기 좋은 카페나 도서관에서 학과 교과서를 쌓아두고 공부했다. 나는 좋아하거나 잘하는 과목만 열심히 공부하던 버릇 때문에 고등학교에서는 좋아하는 과목을 제외한 것들이 낮은 등급을 받아 힘들어했었다. 하지만 대학교에서는 싫어하는 과목이 손에 꼽을 만큼 적었다. 내가 시간을 투자하고 노력한 만큼 점수가 나왔고, 학과의 최상위권에는 못 들어도 괜찮은 성적을 유지할 수 있었다. 성실하게 노력한 만큼 높은 점수를 받는 것은 그 어떤 일보다 뿌듯했고, 큰 성취감을 얻었다.

하지만 모든 일이 잘 풀리기만 한 것은 아니다. 우리 과는 3년제이지만 4년제 학사학위 취득과정을 통해 1년을 더 재학하고 학사학위를 받을 수 있다. 여기에는 성적이 좋아야 한다는 조건이 있기 때문에 (정확히는 모집된 학생을 성적순으로 선별한다) 1학년 1학기부터 학점 유지에 불을 붙였다. 처음엔 나에게 좋은 원동력이 되었지만, 2학년으로 진학하면서 성적에 대한 집착으로 변해갔다. 특히 최근에 마치게 된 2학년 2학기는 24학점을 수강하게 되면서 많은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었고, 생활 패턴이 엉망이 됐다.

좋은 성적을 유지하고 싶어 밤을 새워가며 과제를 겨우 마치면 늦잠을 자게 돼 지각하고, 잠이 밀리고 밀려서 금요일이 되면 오전수업이 끝날 때쯤에 일어나곤 했다. 처음 계획과는 반대로 성적이 곤두박질치고, 평점 4.0 내외를 유지하던 성적은 3.3까지 내려갔다. 나는 성적 공고가 나오기 전부터 ‘이번 학기는 완전히 망했구나’ 하며 망연자실했다. 4학년으로 진학하는 것이 베스트 플랜이라 생각했던 만큼 상실감도 컸다.

그러던 와중에 교양수업인 하이파이브를 종강하는 수업시간이 다가왔고, 김영만 교수님께 다양한 진로에 대해 질문할 시간을 갖게 됐다. 교수님께서는 4년제 학사학위 과정 외에도 여러 방향의 진학 선택지가 있다는 것을 소개해주시고, 다른 친구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도 듣게 되면서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다. 그중 하나가 휴학에 대한 고민이었다. 나는 이전부터 1년 정도 휴학을 하고, 복학 후에 3학년을 마쳐 졸업할 계획이었다. 말하자면, 졸업 이후의 선택지를 충분히 고민할 수 있는 2년이란 시간을 가지는 것이었다. 한동안 눈앞의 결과에만 집중하느라 멀리 있는 것을 보지 못하고 좌절해 있던 내 모습이 부끄럽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기쁘고 감사했다.

내가 대학생이 된 후 가족들도 1년 정도 휴학을 할 것을 권유했다.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이 내 진로 고민과 앞으로의 삶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였다. 내 생각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휴학 이후의 계획은 그저 머릿속에서만 둥그스름하게 자리 잡고 있을 뿐 정확히 무엇을 할지에 대한 생각은 미루고 있었다. 4학기 동안 학교에서 배운 것들을 살려서 인턴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고, 아니면 평소에 눈여겨보았던 분야를 심화적으로 공부하는 건 어떨까 하고 있을 때쯤, 부모님께서 어학연수를 가는 것은 어떠냐는 제안을 하셨다.

고등학교 3학년 당시, 대학생 2학년을 마치고 휴학과 동시에 필리핀, 캐나다에 어학연수를 다녀왔던 친언니가 부러웠다 보니 그것도 괜찮다고 대답했지만, 한편으로는 조금 망설여졌다. 체질상 가리는 음식도 많고, 내성적인 성격 때문에 해외에 나가서 잘 지낼 거란 생각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확답하지 못한 이유는 제안을 들었을 때가 2학년 2학기 중간고사를 준비하는 기간이었고, 그 후 곧바로 기말고사를 준비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사이 부모님은 유학원에 연락하셨고, 부모님께 “학기가 끝나고 난 뒤에 고민하고 결정하고 싶다"고 말을 꺼냈을 땐 이미 어학연수가 결정돼 버린 상태였다. 얼떨결에 어학연수를 가게 된 것 같아서 웃기고 당황스러웠지만, 그럴 틈도 없이 세부 절차가 진행됐다. 기말고사를 치는 가운데 10종류가 넘는 증빙서류를 첨부하고 어학연수를 갈 학교 선택, 비자발급을 위한 여권 갱신 등 빡빡한 절차를 처리했다. 종강 이후에는 해외에서 지내는 동안 통학하기 위해 운전면허도 준비했다. 이제 운전면허 도로주행 시험도 앞두고 있고, 며칠 전에는 비자 발급을 위해 대사관 면접을 보고 오기도 했다. 큰 어려움은 없었지만, 면접이나 시험 같은 것을 앞두었을 땐 겁을 먹기도 했다. 그리고 모든 서류 준비를 마치고 난 뒤로는 오히려 어학연수를 갈 기회를 가지게 됨에 감사함을 느꼈고, 앞으로의 해외 생활을 하나하나 준비해가며 기대도 되고 설레기도 한다.

이제 곧 2월 초에 출국하게 되면 미국의 캘리포니아주로 간다. 미국에서의 어학연수는 3학기로 구성되고, 모든 과정을 마치면 2개월 동안 앞으로의 진로를 계획하며 미국을 여행할 계획이다. 1년이란 시간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다. 하지만 내게 휴학을 통해 얻는 이 1년은 정말 값지고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 될 거라고 믿는다. 단순히 영어를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주변 사람들의 소중함을 느끼며, 하고 싶었던 공부도 해보고, 기다림의 시간을 가져보기도 하는 그런 1년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신구학보사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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