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닫기


“다문화 국가의 국민”이라는 정체성 - 박서영 센터장(성남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

등록일 2021년09월15일 09시00분 URL복사 프린트하기 쪽지신고하기
기사글축소 기사글확대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대한민국에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 규모가 전 국민의 5%를 넘는다는 사실을 체감하는 국민들은 많지 않다. 전 세계적으로도 2억 명 이상이 자국을 떠나 타국에 머무
박서영 센터장 - 성남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
는 국제 유목민 시대가 되었다. 국제적으로 전 국민의 5%가 외국인일 경우 ‘다문화 국가’로 분류되지만, 우리나라를 다문화 국가라고 생각하는 국민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몇 년 전과 달리 외국인들이 출연하는 인기 있는 TV 프로그램이 많이 늘어났고 한국을 소재로 하는 유명 외국인 유튜버도 생겼다. 외국인 여성이 시골 노총각에게 시집가서 고부갈등을 겪는 모습을 보여주며 내내 마음을 불편하게 했던 부정적 패러다임의 TV 프로그램은 점점 대중의 관심을 잃어가고, 대한민국 땅에서 꿈과 행복을 찾는 외국인들의 즐거운 일상을 보여주는 모습이 대중들의 시선에 꽂히고 있다. 결과적으로 과거보다 외국인에 대한 거리감이 많이 좁혀진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도 외국인을 바라보는 대한민국의 현실은 매우 불편하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뿌리 깊은 단일민족이라는 인식과 순혈주의를 바탕으로 ‘우리’가 아닌 타자에 대한 배타심이 다분히 강하다. 1988년 서울 올림픽, 1989년 해외여행 자유화, 1992년 산업연수생 제도를 기점으로 우리 사회의 외국인 노동자와 국제결혼 이주여성이 급증했고 ‘다문화’라는 용어도 2006년에 비로소 탄생하게 되지만 출신 국가에 따라 외국인을 차별하는 습성은 여전하고 국제결혼 이주여성이나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편견도 크게 나아진 점이 없어 보인다. 대학에서 학생 지도 교수로서 11년을 보내는 동안 다문화 자녀들을 거의 매년 만나게 되지만 학생 본인이 다문화가정의 자녀임을 비밀로 하고 싶어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필자 스스로가 학교에서 경험한 현실만 해도 알려진 바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물론 국가적으로 외국인을 위한 정책은 꾸준히 생성되고 발전하고 있다. 2008년부터 정부는 다문화가족지원법에 의거, 결혼이주여성의 안정적인 한국 사회 정착을 위해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위탁·운영하고 있다. 우리 대학도 2008년부터 ‘성남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수탁·운영하면서 성남시에 거주하는 국제결혼 이주여성과 그 가족의 복지를 위해 기여해 왔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다문화 가족의 안정적인 정착과 가족생활을 지원하기 위해 가족 및 자녀 교육·상담, 통·번역 및 정보제공, 역량 강화지원 등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여 다문화 가족의 한국 사회 조기 적응 및 사회·경제적 자립 지원 도모를 목적으로 운영된다. 2021년 현재 전국에 246개의 센터에서 사회복지사, 사례관리사, 통·번역사, 언어치료사, 방문 지도교사 등 다양한 직종의 종사자들이 근무하고 있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다문화 가족의 국적별 체류 현황은 중국, 베트남, 태국, 미국, 일본, 우즈베키스탄, 필리핀 순으로 비교적 인구가 많은 국적별 커뮤니티가 잘 형성되어 있다. 또한, 10년 이상 거주한 다문화 가정이 주를 이루면서 우리 사회에 안착하는 모습을 현장에서 느낄 수 있다.
 
다만, 최근 몇 년 전부터 눈에 띄게 중도입국 자녀들도 증가하고 있다. ‘중도입국 자녀’란 외국에서 태어나 자라다가 부모의 재혼이나 취업 등으로 인해 우리나라에 입국한 자녀를 의미한다. 잘 알려지지 않은 인구 집단인 데다 한국어 능력과 문화 차이로 인해 일반 교육과정에 진입하기 어려워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자란 다문화 자녀와 달리 상대적으로 매우 열악한 상황에 부닥쳐 있어 복지적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필자가 센터장으로 일하고 있는 성남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도 중도입국 자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다문화 속 사각지대라는 생각을 매번 하게 된다.
 
한편, 다문화가족지원법에 따라 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한국 국적을 가진 사람과의 결혼으로 파생된 가족과 그 구성원만을 대상으로 하기에 한계 또한 분명하다. 우리나라의 외국인 정책을 총괄하는 법무부를 비롯하여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고용노동부, 행정안전부, 교육과학기술부 등을 통해 외국인을 관리하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의 다문화는 국제결혼으로 이루어진 가정에 한정되어 있다. 사실상 국제결혼 이주민보다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외국인 노동자, 외국인 학생,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정책은 부족한 것 같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외국인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에 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땅에 들어온 모든 지구인은 우리와 같아야 한다는 생각을 소위 ‘동화주의’라고 하는데, 지금까지 우리의 인식은 그 정도 선에 머물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한국에 왔으니 당연히 한국말을 잘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한국에서 불편하지 않으려면 한국말을 할 수 있는 게 좋다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때론 한국말을 못 하더라도 이 땅에서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물질적 지원과 정신적 응원을 하는 것이 진정한 ‘다문화주의’라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이 다문화 국가로 나아가고 있는 지금 ‘다문화 감수성’은 우리나라 국민 누구나 마음속에 장착해야 할 필수 아이템이 되었다. 영화 「국제시장」을 통해 파독 광부와 간호사의 삶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혹은 다큐멘터리 속에서 하와이 수수밭 노동자의 우편 신부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아니면 미군 신부나 전쟁 신부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우리의 가까운 역사를 조금만 알아도 다문화 감수성은 저절로 생길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고 있다.
 
2021년 7월에 유엔무역개발회의는 대한민국의 지위를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변경했다. 경제적 위상뿐만 아니라 이에 걸맞은 국민성도 함께 인정받을 수 있도록 다문화 감수성을 갖추고 인권을 존중하는 다문화 국가의 국민이 되어야 한다. 우리 스스로 다문화 국가의 국민이라는 정체성을 인식할 수 있을 때 더 많은 외국인이 우리나라를 찾고 나아가 우리나라 국민들이 해외에서 더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신구학보사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올려 0 내려 0
유료기사 결제하기 무통장 입금자명 입금예정일자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가장 많이 본 뉴스

보도 여론 사람 교양 문화

포토뉴스 더보기

현재접속자 (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