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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게,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게”

등록일 2021년11월17일 09시00분 URL복사 프린트하기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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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이창경 교수(미디어콘텐츠과 정년 퇴임), 서현창 교수(신문방송국 주간)
정리 및 사진: 김소은 기자(미디어콘텐츠과 2)

1989년 수도권 최초로 우리 대학에 개설한 출판과(현 미디어콘텐츠과) 학과장으로 부임한 이래 30여 년간 한결같이 출판 전문인 교육에 힘써 오신 이창경 교수님께서 지난 8월 정년퇴임하셨다. 교수님을 초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서현창 교수: 오랜만에 뵙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지난 퇴임식에서 홍조근정훈장을 받으셨습니다. 평생을 교직자로 살아오셨는데, 교직생활 전체를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이창경 교수: 부끄럽죠. 많이 부끄럽습니다. ‘더 열심히 했어야 했는데…’ 그런 아쉬움이 많습니다. 돈 벌기 위해 교단에 서지는 말자. 자신에게 당당하자. 처음 교단에 섰을 때 스스로의 다짐이었습니다. 지나고 보니 그냥 선생일 뿐이었습니다. 신구의 일원으로 제 역할은 다했는지? 월급 도둑은 아니었는지 반성도 합니다. 하지만 내 인생에서 신구를 만났다는 것, 좋은 분들과 함께했다는 것, 학생들과 재미있게 놀았다는 것, 이 모든 것에 고맙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교수: 교직생활을 하시면서 훌륭한 제자를 많이 양성하신 일이 가장 보람되셨을 것입니다. 교수님의 제자 사랑을 정말 배우고 싶은데요. 제자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이 있으시다면?
이 교수: 방법이 뭐 있겠습니까. 제자들이 잘하는 거죠. 청출어람이란 말이 있잖아요. 훌륭한 제자는 혼자 길러내는 게 아닌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요즘 대학 교육은 취업에 집중하게 되는데, 학생들은 삶의 가치에 대해서도 많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개인적 고민을 들어주고 같이 길을 찾아가는 것, 이것도 선생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서 교수: 교수님의 교직생활 38년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제자는 어떤 학생인가요?
이 교수: 글쎄요. 진정한 사제관계는 서로를 존중하는 데서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석박사 과정까지 마치고 학문의 길을 걷고 있는 제자들, 출판사를 설립하여 좋은 책 만들기에 고심하고 있는 제자들, 다 소중하고 고맙죠. 부모가 자식들 생각하면 마음이 애잔할 때가 있어요. 제자들을 생각하면 그런 애잔한 마음이 들 때가 있습니다. 

서 교수: 교수님은 재직 중 출판문화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정부 포상을 여러 번 받으셨습니다. 요즘 종이 책이 점점 사라지고 대학생들도 책을 많이 읽지 않는 시대인데 독서의 중요성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이 교수: 책은 지식과 생각, 사회현상, 가치관, 정서 등을 가장 정제된 언어로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깊이 있는 사유의 매체입니다. 정제된 생각을 공유하고 공감하기 위해서는 많은 생각을 해야 하고 이것이 사유의 폭을 넓게 합니다. 독서는 자기 생각을 더 진지하게 발전시키고 주도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합니다. 

서 교수: 교수님은 10년 넘게 신문방송국 주간 교수를 맡아오셨습니다. 교수님 재임 중 컬러 인쇄가 시작됐고 좋은 기획 기사도 많았습니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무엇인가요?
이 교수: 신문방송국 시절은 참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때는 선후배의 군기가 세서 학교 운동장도 돌리기도 했었는데, 어느 날 방송국 국원 모두가 그만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그래서 방송국장과 부장 두 명만이 남아 한 학기 동안 아침, 점심, 저녁방송까지 모두 책임지고 진행해야 했었는데, 다행히 잘 마무리했던 일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그때 학생들을 지금도 만나 힘들었지만 즐거웠던 시절을 함께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서 교수: 교수님은 학생처장 등 학교 관련 보직을 오래 하셨는데 보직 활동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무엇인가요?
이 교수: 아무래도 남한산백마체전이죠. 그때는 5일 동안 전 학과 학우들이 참여했는데 체전이 시작되기 전부터 경쟁적으로 연습할 만큼 분위기가 뜨거웠습니다. 내가 아니라 우리로 만났던 젊음의 체전은 앞으로는 없을 것 같습니다.  또한, 학생 간부들과 네팔 산골 초등학교에서 봉사활동을 한 적이 있습니다. 마지막 날 네팔 어린이가 우리 학우들의 손을 잡고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때 저는 봉사에 대한 학생들의 진심과 나눔의 정신, 신구인의 정신을 함께 느껴 가장 기억에 남았습니다.

서 교수: 교수님은 우촌기념사업회 회장을 역임하셨습니다. 우촌 이종익 선생은 신구문화사와 신구대학교의 설립자이며 정신적 지주이시기도 한데요, 우촌 선생님과 신구정신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리고 우리가 가장 배워야 할 점이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이 교수: 설립자 우촌 선생은 문화를 사랑하시되 실용적 입장에서 문화를 바라보셨습니다. 그리고 일관되게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셨구요. 직접 기획하고 편집하신 신구문화사의 당시 책을 보면 설립자의 정신이 그대로 드러나 있습니다. 실사구시의 시대정신, 신중한 판단, 과감한 추진력, 그리고 새로움을 추구하는 청년정신이 그분에게는 있었습니다. 이런 생각을 가진 청년들을 양성하는 것이 교육의 목표였다고 생각합니다. 
한 가지 덧붙이면 우리 대학에서는 우촌독서대상을 오랫동안 진행하고 있는데 우리 대학만이 가지고 있는 자랑거리이고 모범이 되는 사업입니다. 신구인이라면 누구나 참여하기를 권합니다.

서 교수: 인생선배로서 신구대학교 재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지요?
이 교수: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게,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게(儉而不陋 華而不侈)’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품격, 균형 잡힌 내면의 가치를 말합니다. 살아가는 것도 그런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보통 돈 있으면 폼잡고 싶고, 없으면 주눅들게 되는데, 이런 세속적인 것에서 조금은 벗어나야 행복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서 교수: 현재 교육환경의 변화와 학령인구 감소로 학교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신구대학교 구성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남겨주세요.
이 교수: 우리 대학은 저력 있는 대학입니다. 그 저력은 50년의 역사가 말해주고 있고 그동안 총장님을 비롯한 신구대학교 구성원 모두가 최선을 다해 온 힘이며, 강력한 추진의 원동력입니다. 여러 교수님, 학과에서도 많은 준비를 해왔으니 어떤 거센 파도가 닥쳐도 신구대학교는 굳건하게 헤쳐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서 교수: 오랜 시간 고맙습니다. 


김소은 기자
kse90128@g.shing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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