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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와 학우들의 영양을 담당하며 - 김원경 교수(식품영양학과)

등록일 2024년06월28일 09시54분 URL복사 프린트하기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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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영양학과 김원경 교수


학우들이 매일 먹는 학식과 직장인들의 급식, 중·고등학교 급식 등 수없이 일상에서 많이 접하고 또 접할 급식을 위해 꼼꼼히 식단을 짜는 영양사라는 직업이 있다. 임상영양이란 단어는 좀 생소할 수 있지만, 사람의 질병관리와 관련된 모든 영양이라고 생각하면 쉬운데 그런 임상영양학과 의학영양학 김원경 교수님을 만나봤다. 

우선 자기소개 먼저 부탁드렸다.

 

저는 식품영양학과 산학중점교수 김원경입니다. 2020년 신구대학교에 오기 전까지는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임상영양사로 27년간 근무했습니다. 임상영양사도 자기 주력 분야가 있는데 저는 주로 중환자실 환자와 암환자를 담당했었습니다. 

 

임상영양을 앞서 설명했지만 다소 어려운 부분이 있어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의학영양학 임상영양학에 대해서 설명을 부탁드렸다. 

 

임상영양학이란 사람의 질병, 예방과 치료가 모두 포함된 관리와 관련된 영양문제를 진단하고 이를 해결하는 방안을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현재는 약과 식품의 분류가 명확해서 정확히 딱 들어맞지는 않지만 예전에 흥행했던 드라마 ‘대장금’에서 주인공 장금이가 활동했던 분야와 유사하다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특히 최근에 식생활과 관련이 깊은 비만, 당뇨병, 심장질환, 암 등의 유병율이 증가함에 따라 임상영양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임상영양은 생소한 단어지만 우리의 삶에 이미 스며들어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일반 영양학이 보통 학우들이 배우는 영양학의 기본일텐데 임상영양학과 차이점이 있을지, 두 분야가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본질은 무엇인지 물었다. 

 

영양학은 다양한 분야를 포괄하고 있습니다. 임상영양학은 영양학의 심화 분야로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양쪽 모두 영양에 대한 과학적인 근거를 토대로 하고 있지만, 임상영양학은 대상자가 주로 질환자 혹은 질환이 발생할 위험이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질환과 관련한 병태생리에 대한 심도 깊은 이해가 필요한 것이 가장 큰 차이입니다. 두 분야의 공통적인 본질이라고 하면 우리가 섭취하는 식품의 특성과 섭취한 식품이 체내에서 하는 역할에 대한 연구가 근간이 되어야 한다는 점일 것 같습니다. 한가지 더 덧붙여 말씀드리면 최근에 의사, 간호사, 약사분들도 임상영양 분야에 관심을 많이 보이시는데 ‘의학’ 분야에서 접근하는 임상영양과 ‘영양’분야에서 접근하는 임상영양은 관점에서 차이가 있어 보입니다. 영양문제는 ‘식품’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식품을 섭취하는 행동’에서 시작되는 것이거든요. 약과는 달리 식품은 섭취하도록 강제할 수 없는 부분이 있고 사회경제적 환경, 심리상태 등에도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영양분야에는 사회과학적인 접근도 필요한데 때로는 이런 부분이 간과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 대학에 오기 전 병원의 임상영양사로 오랜 시간 근무하셨다 하셨는데 환자 영양관리에서 가장 중점으로 생각하셨던 것이 무엇이었을지, 또한, 환자들의 영양관리가 기존의 영양관리와 다른 부분이 있을지 물었다.

 

환자 영양관리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했던 것은 의료진과의 전문적 소통입니다. 환자를 최종적으로 책임지고 있는 것은 담당 의사이므로 임상영양사인 저의 역할은 전문적인 지식을 토대로 환자에게 가장 적절한 영양중재 방안을 제시하여 담당 의사가 적절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의 제언이 담당 의사에게 설득력 있게 전달되려면 임상영양사인 제가 환자의 임상적 상황에 대해 일정 수준 이상의 이해가 있다는 신뢰를 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공부도 많이 해야 합니다. 환자들의 영양관리가 기존의 영양관리가 다른 부분은 없습니다. 대상자의 영양문제가 다르기 때문에 제공하는 해결방안이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 접근하는 방식 등에는 차이가 전혀 없습니다. 더욱이 만성질환과 관련해서 최근에는 치료보다는 예방이 더 중요하게 생각되고 있기 때문에 환자들 영양관리라고 해서 크게 다를 것은 없습니다.

 

교수님께서 병원에서 일하시면서 많은 일들이 있었겠지만 그 중 관련된 일이나 연구에서 가장 잊지 못했던 순간이 무엇이 있었는지 물었다.

 

유방암으로 치료받던 환자가 항암치료 중 뇌출혈이 발생해 경관급식을 진행하게 되었는데 오랜 기간 여러 약물치료를 받아왔기에 설사가 멎지 않아 담당의로부터 설사를 중재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관리했던 환자가 있었습니다. 저의 제언대로 경관급식을 조정한 후 설사가 멎었고, 점차 상태가 호전되어 연하곤란식까지 진행하고 퇴원한 환자 분이었습니다. 몇 년 뒤 병실 복도에서 환자분이 ‘선생님’ 하고 저를 반가이 불러 돌아보니 저는 처음 보는 환자분이었는데 알고 보니 그 환자분이었습니다. 처음 의뢰받았을 당시에는 환자분이 얼굴도 많이 부어 있었고 의식도 명확하지 않으신 상태였었기에 생김새가 달라져 제가 못 알아본 것이었습니다. 환자는 그 이후 치료를 지속하면서 거동이 가능해진 상태까지 호전되었고, 복도를 지나다 저를 알아보고 인사한 것이었습니다. 보호자분들이 환자분을 굉장히 극진히 돌보셨었는데 누군가의 의미 있는 시간을 연장하는데 일조했다는 사실에 보람을 많이 느꼈었습니다. 마음 아프게 기억되는 순간은 말기간질환 환자였는데, 보통 복수가 있는 말기 간질환 환자들은 저염식이 처방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말기 간질환 환자들은 식욕부진이 심하여 잘 못 먹습니다. 염분 제한이 필요한 상황은 맞지만, 전체 식사량이 적어서 굳이 저염식을 처방하지 않아도 섭취하는 염분 양이 적은 환자였기에 그나마 드시는 것이라도 잘 드시게 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아 식사의 염분양을 증량하는 것을 제언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었습니다. 그 환자분이 병원 내 쉼터에서 힘없이 앉아 있는 것을 지나다 본 적이 있었는데 그 모습이 지워지질 않습니다.

 

교수님께서 식단 작성에서 가장 신경 쓰시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지 물었다. 

 

당연히 ‘영양’입니다. 영양사가 영양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왜 영양사가 식단을 작성하고 있겠습니까? 물론 식단 작성은 고려해야 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원가와 대상자의 기호는 물론 개별 식단인지 단체급식용 식단인지, 대상자의 연령, 질환 여부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해야 합니다. 병원에서 제가 직접 환자식단 관리를 하고 있을 때는 몰랐었는데 최근 학교나 회사들의 단체급식 식단을 보면 우려되는 점이 많습니다. 단체급식은 급식을 통해 피급식자의 영양을 도모해야 한다는 지향점이 있는 업무인데 최근의 단체급식을 보면 원가나 피급식자의 기호도만 주로 고려되고 영양은 등한시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최근에는 AI가 식단을 작성할 수 있다고 이야기가 되고 있는데, 제가 보기에는 아직까지는 무리라고 생각됩니다. 혹시 이 기사 보시는 분들 중에 저와 다른 의견 있으신 분은 연락주십시오. 기회가 되면 진지하게 논의해보고 싶습니다.

 

앞서 말씀하신 ai와 연결되는 질문입니다. 변해가는 인공지능 세상 속에서 임상영양학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는지 물었다.

 

앞으로는 생기게 되겠지만 아직까지는 의미있는 결과는 보이지 않습니다. 처음 chat gpt가 공개되었을 때 저도 몇 가지 사례를 가지고 질문을 해 보았지만 아직까지는 일회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수준인 것 같습니다. 영양관리에는 ‘개별화’가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인공지능이 개별화된 영양관리를 할 수 있는 수준이 되기까지는 아주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다만 임상영양사의 업무를 보조하는 도구 혹은 루틴한 관리를 보조하는 도구로는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 같아서 이 분야의 변화가 저도 기대됩니다. 

최근 의대 증원과 관련하여 병원이 혼란스럽습니다. 환자들이 진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영양학적으로 어떤 대책이나 환자들의 주의해야 할 점이 무엇인지 물었다.

병원에 있을 때는 환자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도록 훈련받았었는데, 환자의 안전을 담보로 이루어지는 것 같은 지금의 상황이 매우 안타깝습니다. 혹시 오해하시는 분이 계실까 봐 말씀드리는데 ‘약식동원 (藥食同源)’ 이라는 말이 있기는 하지만 음식은 약이 아닙니다. 식품을 건강하게 섭취하는 것이 질병을 예방할 수는 있어도 식품을 통해 당뇨나 암과 같은 질환을 고칠 수는 없습니다. 이상한 식품 혹은 건강기능식품 광고에 현혹되지 마시고 건강한 생활습관을 통해 병원을 방문하게 되는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것이 최선입니다. 

 

임상영양학 분야로 진출하기 위해 공부하는 학우들이 준비해야 할 사항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지 마지막으로 물었다.

 

첫째, 우리가 현장에서 만나는 환자들 상황은 교과에서 다 나와있지 않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을 통해서 대상자들의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 많습니다. 모든 학문이 다 그렇겠지만 특히 기초과목이 중요하고 어렵더라도 생화학, 생리학에 대한 이해가 필수입니다. 임상영양학은 의료진들과의 전문적인 의사소통이 필수인데 생화학, 생리학은 해당분야 전문지식의 기초과목이라 할 수 있습니다. 

둘째로는 임상영양학은 최신 정보가 중요한 분야입니다. 현재까지는 대부분의 최신 정보가 영어로 되어 있어 영어가 필수라 하겠습니다. 최근에 유용한 번역기들이 있기는 해도 본인이 직접 읽으며 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영양학이나 임상영양학이나 모두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학문이기 때문에 사람에 대한 이해, 관심, 애정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사회경험을 통해 이러한 사회적 역량을 다져 놓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신서현 기자 mareavium@g.shing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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