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때 누군가를 진심으로 미워했던 적이 있다. 오랜 시간 친구로 지내온 사람에게 배신당한 기억 때문이다. 그 친구는 내가 가장 믿고 의지하던 사람이었기에 비밀과 아픔은 물론 기쁨까지 함께 나눴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는 나와 또 다른 친구 사이를 이간질했고, 그 이후로 나는 친했던 친구에게서 더 이상 따뜻한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그때 나는 그의 얼굴조차 보기 싫었고, 마음속으로 수없이 원망했다. 그렇게 미움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내 마음도 점점 황폐해졌다. 미움은 내 안에서 자라나 다른 관계들까지 상처 입히기 시작했고, 나 자신마저 점점 지쳐갔다. 그러던 어느 날, “사랑은 용서를 덮는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그 말을 들은 순간, 내가 수없이 실수하고 상처 주며 무시해도 늘 용서해주고 사랑해 준 한 사람이 떠올랐다. 그에게 받은 용서는 결국 사랑에서 비롯된 것이었고, 나 역시 그 친구를 사랑으로 용서해 보기로 결심했다. 물론 용서는 단번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수차례 마음속에서 그의 입장을 이해해보려 애썼고, 얼굴조차 마주하기 싫어 피해 다니던 그를 점차 마주하려 노력했다. 그리고 마침내 나는 그에게 연락해, 내 감정을 솔직히 털어놓고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다. 그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며 진심으로 사과했고, 우리는 서툴지만 다시 대화를 시작할 수 있었다. 그 경험은 나에게 ‘용서하는 용기’를 안겨주었고, 사랑이란 무엇인지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그때 알았다. 용서는 결코 나 혼자의 힘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며,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준 사람의 존재를 떠올릴 때, 비로소 진심으로 누군가를 용서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를 미워하고 있다면, 나의 이 경험이 작은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 사랑은 모든 것을 덮고, 사랑은 우리에게 용서할 수 있는 힘까지 허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