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완전통제로 한 달 만에 유가는 30% 이상 폭등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석유 물동량의 약 20%가 지나는 통로로 이란의 정치적 인질이 된 셈이다. 그 결과 기름값 폭등과 종량제 봉투 품귀 현상 등의 악순환이 전 지구적으로 일어났다. 세계 경제와 국제 정세를 뒤흔드는 가장 강력한 수단 중 하나인 ‘석유의 무기화’(Weaponization of Oil)는 석유가 정치·군사적 도구로 사용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과 같은 사례는 오랜 시간을 거쳐 반복되고 전 세계에 변화를 만들었다. 땅속 아주 깊이 묻힌 검은 기름이 어쩌다 무기가 될 수 있었을까?
고유가와 인플레이션, 그리고 스태그플레이션
화폐가치 하락과 물가 상승을 뜻하는 인플레이션은 유가 상승과 아주 밀접한 관계다. 석유는 거의 모든 산업의 기초 에너지원으로 기름값이 오르면 공장을 돌리는 비용, 물건을 나르는 운송비, 비닐이나 플라스틱 같은 석유화학 제품의 원재료비가 모두 상승한다. 기업은 늘어난 생산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제품 가격을 올리고, 식품부터 생활용품, 그리고 서비스 요금까지 전방위적으로 가격이 올라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진다.
#스태그플레이션_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스태그플레이션은 Stagnation(경기 침체)과 Inflation(물가 상승)의 합성어로 보통 경기가 좋고 수요가 많아서 생기는 인플레이션과 다르다. 고유가로 인한 인플레이션은 물가 인상으로 소비 위축이 되고, 유가 상승으로 원자재값은 오르는데 실질 구매자가 줄어드니 기업의 이익은 줄어든다. 기업은 투자를 줄이고 고용을 동결하거나 감원을 고려하고, 이는 실업률 상승으로 이어진다. 결국 물가는 계속 오르는데 경제 성장률은 떨어지고 실업률은 높아지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태가 된다.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금리 인상을 하면 경기 침체로 실업률 증가, 경기를 살리기 위해 금리 인하를 하면 물가 폭등으로 이어져 중앙은행과 정부는 물가와 경기 중 어느 하나 대응이 어렵다.
석유파동
#제1차 석유파동
제4차 중동전쟁(욤키푸르 전쟁)으로 1973년에 첫 오일쇼크가 일어났다. 아랍석유수출국기구(이하 OAPEC)가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국가에 대해 석유 금수 조치를 단행하고 생산량을 감축했다. 매달 석유 판매량은 줄어드는데 매달 더 비싼 가격을 책정한 셈이다. 그 결과 유가는 배럴당 3달러에서 12달러로 4배 폭등했고, 전 세계적인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했다.
#제2차 석유파동
1979년 이란 혁명으로 기존 왕조가 교체됐다. 세계 2위 수출국이었던 이란의 친서방 정권에서 호메이니 정권으로 들어서며 석유 수출을 전면 중단했다. 유가는 배럴당 13달러에서 30달러 이상으로 치솟았다. 1차 때보다 공급 감소량은 적었으나, 심리적 불안감으로 인한 사재기가 겹치며 경제적 타격은 더욱 컸다. 한국을 포함한 비산유국들은 심각한 국가적인 적자와 외채 위기를 겪었다.
석유 무기화의 메커니즘
석유 무기화는 단순히 가격을 올리는 것을 넘어, 상대국의 경제적 기반을 무너뜨려 정치적 양보를 얻는 것이 목적이다. 공급 차단, 수출 금지, 생산량 감축, 수입국의 산업 가동 중단 및 물가 폭등, 수송로 봉쇄(호르무즈 해협 등 주요 길목 차단) 글로벌 공급망 마비, 불확실성 증대 등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국가의 경제 위축을 심화한다.
신서현 기자 2026908001@g.shing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