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주의보가 예년과 달리 조속히 내리더니 누구도 반기지 않을 꿉꿉한 장마를 끌고 왔다. 축축한 머리카락이 끈덕진 목 곁에 붙고 지하철에선 빗물에 젖은 타인의 우산이 우리의 옷을 적신다. 우린 올여름의 하이라이트를 지나고 있다. 그게 숨 막히게 지칠지라도 말이다. 시원함을 넘어 차가운 실내 온도를 피해 밖을 나서면 그 선택을 비웃듯 곧장 한여름의 무더위가 우릴 반긴다. 고갤 돌리면 건물 외벽마다 붙은 먼지 쌓인 하얀 실외기가 뜨거운 바람을 내보내며 털털 돌아가는 게 보인다면, 우린 여길 떠나야 한다. 숨 막히는 도심과 냉방병으로부터, 탁 트인 이 여름의 진짜 하이라이트로.
촬영 초심자들에게 전합니다...!
오늘 본인의 옷 코디나 먹은 음식, 일상을 근사하게 찍고 꾸며 SNS에 올리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평소 촬영이 익숙하지 않은 이들도 있겠다. 기억력이 좋지 않아 어딜 갔는지 무얼 먹고 어떤 순간을 보냈는지 곧장 새하얘지는 본 기자에게 촬영이란 갤러리 속에 머릿속 한 공간을 넣어두는 것과 같다. 올여름 바다로 떠나게 된 이들은 꼭 아름다운 사진이 아니어도 좋다. 이 순간을 기억하기 위해 휴대전화를 꺼내 들어 촬영해 보는 건 어떨까.
#강원도 강릉_소돌해변
강원도에 있는 작고 조용한 해변으로 소가 누워있는 모양이라 하여 소돌이라는 지명이 붙었다. 타원형의 해변은 경사가 완만하며 수심이 얕고 맑아 수영 하기도 촬영하기에도 좋다. 주변에 정동진과 오대산국립공원 등의 관광지가 있으니 함께 둘러봐도 좋다.
#강원도 고성_봉포해변
소돌해변과 마찬가지로 강원도에 위치한 맑은 수질과 깨끗한 모래사장을 자랑한다. 해수욕장 주변에 넓게 펼쳐진 소나무 숲도 있어 나무와 바다를 함께 볼 수 있다. 아름다운 바다를 촬영하고 산림욕도 즐기다 배가 허기지면 봉포 활어 센터에서 봉포항 어민이 직접 잡고 취급하는 자연산 활어를 즐기면 된다.
#제주도 제주시 구좌읍_행원해변
제주 남동쪽에 있는 해변으로, 코난 해변이라 불리기도 한다. 밀물 때는 안 보이다가 썰물 때 바다 한가운데 드러나는 천연 풀장은 제주 바다만의 풍광을 담을 수 있으며, 스노클링도 즐길 수 있다. 가까운 거리의 남원읍에 있는 다양한 맛집과 카페를 방문하기 좋은 해변이다.
#경상남도 거제_몽돌해변
거제도에 있는 몽돌해변은 모래사장 대신 자연적으로 형성된 매끈하고 다양한 크기의 돌들로 이루어졌다. 촬영에 대한 열정이 있다면 하늘과 바다가 아름답게 물드는 해질녘과 해돋이 시간에 몽돌해변을 촬영하는 걸 추천한다. 근처에 있는 거제도의 관광지 몽돌항, 해금강 테마파크 등을 함께 둘러봐도 좋다.
바다 촬영을 위해 알아야 할 것이 있다면...
바다 촬영을 위해서는 흐리고 바람 부는 우천 시보단, 화창한 날에 하얀 포말과 함께 밀려오는 파도, 맑은 바다를 안전하게 촬영할 수 있으니 유념하자. 학업과 일상에 지쳤다면 바다로 도망쳐도 좋다. 일본 만화 <베르세르크>에 도망쳐 도착한 곳에 낙원은 없다는 대사가 있지만 본 기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누구든 도망쳐도 괜찮다. 잠시 도망쳐 숨 돌리다 돌아오면 되니까. 그 또한 삶을 지속하는 하나의 방법이지 않을까.
신서현 기자 mareavium@g.shing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