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한국 현대사를 아우르는 대하소설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을 집필하신 조정래 선생님의 글 중, “작가의 고통은 독자의 감동이 된다”는 말씀을 읽고 문득 이렇게 바꿔 써보고 싶어졌습니다. “스승의 고통은 학생의 성공이 된다”
저는 부속치과에서 30여 년간 진료하면서, 학생들을 위해 자신이 전공하지도 않은 일에 온몸을 던져 헌신하시고, 더 나은 수업을 위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며 고민과 노력을 아끼지 않으신 교수님들의 모습을 곁에서 지켜본 증인입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해가 있습니다. 두 개 학과의 폐지를 결정해야 했던 해였는데, 당시 보직 교수님들 네 분께서 어금니가 갈라지고 시려서 고통스러워 하셨습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이를 악무는 습관 때문이겠지요. 물론, 환자의 상태를 외부에 언급하는 것이 의료법 위반이라는 건 잘 알고 있지만, 저를 고소하시진 않으시리라 믿습니다.
돌이켜보면 저는 운 좋게도 시대를 앞서간 훌륭한 스승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가끔은 무섭게 호통치시기도 했지만, 환갑을 맞아 미국으로 유학을 다녀오시고 70이 넘는 나이에도 몽골, 중국 등으로 새로운 테크닉을 전하시던 한국치과교정연구회의 김일봉 선생님, 토요일마다 점퍼 차림으로 학교에 나오셔서 계단 강의실에서 어지럽혀진 프린트물을 손수 정리하시던 학장님, 환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정성을 다하셨던 신경치료 전공 지도교수님, 그리고 도재소성로의 불 앞에서 새벽 7시 세미나를 지도해 주셨던 미시간 대학의 Dr. Beard, 나라와 상관없이 누구든 도우셨던 하숙집 주인 할아버지, Bill Perry까지.
저도 그렇게 따뜻하고 헌신적인 교육자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어느덧 10여 년 전부터는 저에게도 젊은 스승들이 생겼습니다.
제자들이 교수로 돌아와 학과를 혁신하고, 학생들을 진심으로 가르치고 돕는 모습을 보며 “어떻게 저렇게 세심하면서도 너그러울 수 있을까” 하고 감탄하곤 합니다. 치과위생사나 치과기공사에 안주하지 않고, 각자의 학회나 조직에서 중심 역할을 맡아 기꺼이 일하고, 글로벌 기업이나 새로운 치과 기자재 개발, 인증사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빛나는 성과를 내는 졸업생들을 보며, 저는 또 다른 이름의 스승을 발견합니다. 이제 40을 훌쩍 넘긴 이 젊은 스승들은, 일과 삶의 균형도 잊은 채 삶을 갈아 넣으며 길을 개척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아직 상자에서 나오지 않은 새로운 성공 사례들을 만들어 나갈 또 다른 스승들의 등장을 기대해 봅니다.
그리고 저 역시, 이제 남은 제 인생 50년도,
좋은 스승으로 살아가기 위해 다시 시작합니다.
Be small, Be nice, Be patient, Be ready!
아는 체하지 않고 더 겸손하게 배우며,
젊은 세대에게 의지하는 대신 친절하고 인내심 있게 다가가며,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아직 남은 50년을 위해 준비하겠습니다.
P.S. 많이 바쁘고 힘드실 때에는, 잠깐 시간 내서 부속치과에서 부분 스케일링이라도 받아보시는 건 어떠실까요. 입안의 세균 수가 확 줄어서, 내 몸의 면역세포들이 더 잘 일하게 되거든요. 그리고 간단한 장치로 치아에 금 가는 것도 미리 막을 수 있으니 도움을 받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