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을 보면 종종 성격이 시원시원하다는 소리를 듣는 사람들이 있다. 나도 한때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뒤에서 딴소리 안 하고, 앞에서도 할 말 다 하는 사람. 그게 쿨하고 멋진 건 줄 알았다. 그래서 친구가 새로 산 옷이 안 어울려 보일 때, “야, 그건 좀 아닌 것 같은데? 내 눈엔 별로야”라고 거침없이 말하기도 했고, 누군가 고민을 털어놓으면 “그건 네가 너무 예민해서 그런 거 아니야?”라며 조언이라는 이름으로 상처를 주기도 했다. 그때의 나는 내가 굉장히 ‘솔직하고 가식 없는’ 사람인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어느 날, 반대의 상황이 되어보니 알 수 있었다. 내가 솔직함이라고 믿었던 말들이 상대에게는 얼마나 상처가 됐을지. 내가 야심 차게 준비한 계획을 보고 한 지인이 “이걸 하겠다고? 못할 것 같은데 그냥 다른 걸 해”라고 툭 던진 한마디에 나는 몇 주 내내 고통받았다. 그 사람은 나를 생각해서 해준 말이라고 했지만, 나에게는 조언이 아니라 내 노력을 무시하는 무례함으로 다가왔다. 그때 깨달았다. 아, 내가 그동안 솔직함이라는 방패 뒤에 숨어서 남의 마음에 생채기를 내고 다녔구나.
솔직함과 무례함은 정말 종이 한 장 차이인 것 같다. 상대방을 생각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섞여 있으면 ‘진심 어린 충고’가 되지만, 내 생각을 배설하듯 뱉어버리면 그건 그냥 ‘무례함’이 된다. 많은 사람이 “내가 좀 솔직해서 그래”라고 말하며 면죄부를 받으려 하지만, 사실 그건 “나는 너를 배려할 생각이 없어”라는 말의 다른 표현일지도 모른다.
진짜 솔직한 사람은 자신의 감정도 투명하게 보여주지만, 상대방의 기분도 투명하게 살필 줄 아는 사람이다. “이 말 하면 쟤가 상처받지 않을까?”하고 한 번 더 고민하는 그 찰나의 시간이 솔직함을 무례함으로 타락시키지 않는 유일한 방법인 것 같다.
나이가 들수록 입은 닫고 귀는 열라는 말이 왜 있는지 조금씩 이해가 간다. 사실을 말하는 것보다 중요한 건, 그 사실을 받아들일 사람의 마음을 먼저 보듬어주는 일 아닐까. 이제는 “솔직히 말해서”라는 말로 운을 떼기 전에, 내 말이 상대에게 ‘상처’가 될지 ‘도움’이 될지 한 번 더 생각해보려 한다. 여전히 어렵고 서툴지만, 무례한 사람보다는 조금 느려도 다정한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