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우리는 이렇게 입었다
길거리를 걷다 보면 통이 넓은 청바지나 빈티지 운동화를 신은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부모 세대의 사진 속에서나 볼 수 있었던 옷들이 다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복고 패션은 단순히 유행의 반복이 아니다. 그 시절의 음악과 문화, 추억이 함께 담겨 있다. 카세트테이프와 CD 플레이어를 들고 다니고, 친구들과 스티커사진을 찍으며 미니홈피를 꾸미던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 당시의 사람들은 어떤 옷을 입고 거리를 걸었을까?
통이 넓을수록 살아나는 ‘멋’
1990년대 후반 거리의 젊은이들은 지금보다 훨씬 넉넉한 옷차림을 즐겼다. 발등을 덮을 정도로 긴 청바지와 몸보다 한두 치수는 커 보이는 후드티, 맨투맨은 당시의 대표적인 패션이었다. 바짓단이 운동화 위로 자연스럽게 쌓이는 모습 또한 유행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이러한 패션은 당시 큰 인기를 끌었던 힙합 문화의 영향을 받았다. 음악 프로그램 속 가수들의 스타일은 곧바로 거리로 이어졌고, 학생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옷차림을 따라 하곤 했다. 교실 맨 뒷자리에서 넓은 바지를 입고 앉아 있는 학생들의 모습은 그 시절 학교의 익숙한 풍경이었다.
청재킷 하나 걸치고 캠퍼스를 누비던 시절
90년대 대학가 하면 체크셔츠와 청재킷을 빼놓을 수 없다. 지금처럼 다양한 패션 브랜드와 온라인 쇼핑몰이 많지 않았던 시절이지만, 학생들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멋을 표현했다. 체크셔츠에 면바지, 청재킷을 걸친 모습은 편안하면서도 세련된 대학생의 상징이었다. 특히 가을이 되면 어깨에 가방 하나 걸치고 강의실을 오가던 대학생들이 가득했는데, 이 모습은 당시 청춘의 한 장면으로 남아 있다. 세월이 흐르며 패션은 달라졌지만, 젊음을 표현하고자 했던 마음만큼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유행은 머리에서 완성됐다
옷만큼이나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던 것은 머리 스타일이었다. 학교와 거리 곳곳에서 인기 있는 연예인의 헤어 스타일을 찾아볼 수 있었다. 1990년대에는 색을 낸 ‘브릿지’와 ‘더듬이 머리’가 젊음의 상징으로 떠올랐고, 2000년대에 들어서는 층을 많이 낸 ‘샤기컷’과 ‘바람머리’가 유행했다. 자연스럽게 흩날리는 듯한 스타일은 당시 젊은 세대가 선호하던 자유로운 분위기를 보여줬다. 남성들은 왁스나 젤을 이용해 머리를 세우거나 가르마를 만들었고, 여성들은 긴 생머리와 다양한 헤어 액세서리로 개성을 표현했다. 친구들과 같은 액세서리를 나눠 착용하거나, 좋아하는 연예인의 헤어 스타일을 따라 하기 위해 미용실을 찾는 모습도 흔했다. 당시의 유행은 옷뿐 아니라 머리 스타일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반짝이던 Y2K 시대의 패션
새천년이 시작되며 패션도 한층 화려해졌다. 허리가 낮은 로우라이즈 청바지와 짧은 상의, 미니스커트는 당시를 대표하는 아이템이었다. 반짝이는 소재의 가방과 액세서리, 큐빅 장식과 나비 모양 머리핀도 큰 인기를 끌었다. 디지털카메라와 스티커 사진 문화가 유행하면서 패션은 자신을 표현하는 중요한 수단이 됐다. 지금 보면 다소 과감해 보일 수 있지만, 당시에는 가장 세련된 스타일로 여겨졌다.
돌고 돌아 다시 만난 그 시절
시간이 흘러도 그 시절 패션은 여전히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 그리고 그 추억은 다시 현재로 돌아왔다. 한때 유행이 지나 사라진 줄 알았던 스타일들은 새로운 세대와 만나 또 다른 모습으로 거리를 채우고 있다. 부모 세대에게는 향수를, 젊은 세대에게는 신선함을 선사하며 복고 패션은 다시 한번 유행의 중심에 섰다. 결국 패션은 앞으로 나아가면서도 끊임없이 과거와 현재를 잇는 역할을 할 것이다. 복고 패션은 오래된 유행이 아니라, 시간을 건너 다시 사랑받는 하나의 문화다.
이동욱 수습기자 leedonguk@g.shing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