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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계절을 살아가는 마음-함수민 학우(자율전공학과)

등록일 2026년06월19일 09시00분 URL복사 프린트하기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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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은 아마 가장 미화가 많이 된 계절이 아닐까? 소설이나 영화 속 여름은 늘 푸르고 청량한 사랑의 시작점으로 그려지곤 한다. 하지만 현실의 여름은 사랑에 빠질 틈도 없이 고되다. 가끔은 왜 이렇게까지 아름답게 포장이 된 것인지 의문이 든다. 그러나 어쩌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뜨거운 계절을 버텨내는 방법일지도 모른다. 필자의 경험에 비추어 보건대, 여름을 직접 겪으며 그 계절 자체를 사랑하기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여름을 기다리는 이유는, 여름을 이상적으로 표현한 예술이나 문학을 소비하며 위안을 얻고 싶기 때문이다.

이디스 워튼의 로맨스 소설 ‘여름’, 바다를 담은 핑크 플로이드의 앨범 ‘Meddle’, 습하고 늘쩍지근한 여름을 담아낸 이와이 슌지의 영화 ‘릴리 슈슈의 모든 것’, 여름의 끝자락을 닮은 바흐의 음악 ‘류트 모음곡 4번 마장조’까지. 이런 작품들은 여름이 버거운 나에게 살아갈 힘을 준다. 어쩌면 여름을 아름답게 기억하려는 건 필연적인 일일지도 모른다. 날이 갈수록 여름은 더워지고 힘들어지기에, 역설적으로 여름을 미화해야만 이 계절을 견딜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런 예술적인 부분 말고도 일상적인 즐거움도 있다. 아이스크림이나 빙수, 냉면 같은 차가운 음식을 먹는 재미, 가벼운 여름옷을 입는 재미 아니면 시원한 바다에 가는 것들 말이다. 또한 여름이라는 계절이기에 가능한 특별한 풍경들도 있다. 해가 길어져 저녁 늦게까지 노을을 바라볼 수 있고, 갑작스럽게 쏟아지는 소나기를 창문 너머로 구경하는 일도 여름만의 묘한 즐거움이다. 밤이 되어도 쉽게 식지 않는 공기를 느끼며 산책하거나, 친구들과 늦은 시간까지 이야기를 나누는 순간들 역시 여름에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추억으로 남는다. 평소에는 무심코 지나쳤을 장면들도 여름이라는 계절과 만나면 조금 더 선명하게 기억된다. 이런 소소한 순간들이 모여 힘겨운 더위 속에서도 여름을 완전히 미워할 수 없게 하는 이유가 되는 것이다.

결국 여름을 살아간다는 것은, 견디기 힘든 날씨 속에서도 나만의 즐거움을 하나씩 찾아보는 과정인 것 같다. 불쾌지수가 치솟는 날씨 속에서도 우리가 기어이 아름다운 것들을 보고 향유하는 이유는, 그것이 이 계절을 이겨낼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쌓인 기억들 덕분에 이번 여름도 나중에는 결국 괜찮았던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번에도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생각하며 이 뜨거운 계절을 버텨보려 한다.

 
신구학보사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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