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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고특집] 4K 직캠 대신 캠코더 질감으로, 과거의 주파수를 맞추다

등록일 2026년06월19일 09시00분 URL복사 프린트하기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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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Y2K’에 열광하는 이유

 

요즘 우리 대학가 유행을 보면 참 재미있는 현상이 눈에 띈다.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카세트테이프를 써본 적 없는 세대인 우리가, 2000년대 초반 특유의 감성을 뿜어내는 연예인들에게 제대로 감겨버린 것이다. 요즘 동기들의 게시물들이 온통 빛바랜 아날로그 필터로 덮이고 있는 모습은 묘한 이질감마저 준다. 디지털 세상의 정점에 서 있는 대학생들이 왜 살아본 적 없는 과거의 팬덤 문화에 이토록 열광하는 걸까?

 

알고리즘이 쏘아 올린 타임머신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변화는 대학생들의 ‘텍스트 문화’와 소통 방식이다. 요즘 트위터(X)나 에브리타임 등 대학가 익명 커뮤니티에서는 부모님이 피시통신 하던 시절의 “방가방가",“ㄴr는 ㄱr끔 눈물을 흘린ㄷr..." 같은 오글거리는 말투를 쓰며 진지하게 상황극을 즐기는 게 대세다. 맞춤법을 일부러 파괴하고 이모티콘 대신 문장 부호로 감정을 표현하는 이 문자유행은 일종의 놀이 문화로 정착했다. 메시지 하나도 즉각적이고 차갑게 오가는 시대에, 짐짓 촌스러운 말투를 흉내 내며 텍스트가 주는 특유의 온도감을 즐기는 셈이다.

 

텍스트로 노는 Z세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90년대 말, 팬덤의 전유물이었던 ‘팬픽(Fan Fiction)' 감성도 Z세대식으로 다시 살아났다. 요즘 대학생들은 세련되게 잘 짜인 공식 콘텐츠만 소비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는다. 이들은 가상의 서사를 덧입힌 줄거리 요약 카드뉴스를 직접 제작해 공유하거나, 거친 질감의 미니홈피 스타일로 꾸며진 팬 메이드 소설을 찾아 읽으며 밤을 지새우기도 한다. 클릭 한 번이면 고화질 영상이 쏟아지는 시대에, 일부러 행간을 읽어야 하고 상상력이 필요한 ‘그 시절 텍스트 덕질’의 아날로그적 매력에 깊숙이 빠져버린 모양새다.


불편해서 더 좋은 ‘참여형 낭만’

 

공연장과 콘서트장을 가득 채운 풍경 역시 부모님의 고등학교 시절을 그대로 옮겨왔다. 화려하게 빛나는 요즘의 블루투스 LED 응원봉 대신, 원색의 응원 풍선을 든다. 풍선이 터질까 봐 조심조심 바람을 넣고, 같은 색의 풍선을 든 옆 사람과 눈을 마주치며 소리 높여 응원하는 행위 자체에서 아날로그적인 연대감을 느끼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수작업으로 제작한 피켓, 종이가루 등과 같은 기술의 발전이 준 편리함을 거부하고, 일부러 몸을 움직이며 정성을 들여야 하는 아날로그식 응원법을 선택한 셈이다.

 

디지털 피로 시대, 우리가 찾은 ‘정서적 휴식처’

 

이러한 Y2K 팬덤 문화의 부활은 단순히 흘러간 옛것에 대한 동경이나 복고풍 유행 때문만은 아니다. 지금의 대학생들은 초고화질의 스크린과 AI가 만든 완벽한 콘텐츠 속에서 역설적이게도 깊은 디지털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정교하게 다듬어진 요즘의 아이돌 문화가 주는 긴장감 대신, 조금은 엉성하고 촌스럽지만 인간미가 넘치던 시절의 문화에서 일종의 해방감을 맛보는 것이다. ‘나만 뒤처지는 게 아닐까' 불안해하며 쉴 틈 없이 새로고침을 누르던 손가락을 멈추고, 멈춰 있는 과거의 서정성에 기대어 잠시 쉬어가는 셈이다. 결국 우리가 부모님 세대의 연예인과 문화를 이어받아 노는 것은 매일 쏟아지는 과제 더미와 삭막한 취업 현실 속에서,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정서적 휴식처'를 찾은 것에 가깝다. 1점 차이로 학점이 갈리고 스펙 쌓기에 치여 완벽함을 강요받는 세상에서, 조금은 서툴고 솔직해도 괜찮았던 그 시절의 낭만이 우리 안에서 다시 숨 쉬고 있는 것이다.

 

 

박수민 수습기자 2026148010@g.shing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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