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담쟁이가 우리 대학의 건물들을 온통 뒤덮고 매년 반복되던 열대야는 일찍이부터 기승이다. 바쁜 학교 생활에 지쳐 SOS 외치기 직전, 숨 돌릴 틈 주듯이 종강이 찾아왔다. 생각하기 나름인 삶인데 끈적이고 후텁지근한 이 여름에도 그만의 낭만이란 게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면 창밖의 도시 소음, 티비 소리, 탈탈 돌아가는 선풍기 소리는 여름만의 메들리 같기도 하다. 우린 지금 여름의 한 시절을 보내고 있다. ‘시절인연’이라는 말이 있다. 그 시절에만 일어나는 일련의 인연 혹은 운명이 존재한다는 의미의 불교용어이다. 그럼 우린 이 순간들을 만끽해야 하는 게 아닐까. 이 순간은 학우들 위한 여름 헌정곡을 소개해보려 한다. 청춘들의 여름, 그리고 사랑을 위해.

고백 리-플레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누군가 때문에 잠 못 이루는 사람들이 있다. 웨스턴카잇의 노래 ‘심.장.박.동’ 가사인 ‘가만히 눈 뜨고 코 베여 사랑을 믿은 내가 죄야’ 와 ‘짝사랑’의 ‘밤엔 잠도 안 와서 니 생각을 하다 보면 그게 더 독인 거야 나한텐’ 등의 가사를 듣다보면 짝사랑하는 이들의 씁쓸하고 아프기만 한 여름도 청춘의 한 순간 같다. 웨스턴 카잇의 노래를 들으며 다시 한번 힘차게 사랑에 도전해보자! 고백 리-플레이!

여름날, 놀이터에서 흙장난을 하며 놀던 기억은 목에 땀이 흐르고 머리카락이 엉망이 되어도 행복했던 것 같다. 그 추억의 놀이터를 회상시키는 밴드가 있다. 독특한 악기 사운드에 매력있는 믹싱과 가사로 어깨를 들썩이게 만드는 밴드, SIMILE LAND이다. 최근 싱글 앨범인 ‘아이를 찾습니다’의 커버 속에 놀이터와 어린이보호구역, 달, 비눗방울, 아이스크림 등 동심의 세계가 네모난 표지 가득 들어찼다. 수록곡 제목이 의미하는 ‘아이를 찾는다’는 게 무슨 말일까. 가사 ‘Where are you baby’에서 baby는 애칭이 아니라 정말 내 아이를 의미하는 것인지 의문이 들 때쯤, ‘이 애비가 조금이라도 생각나면 나타나주오’ 등 정말 아이를 찾는 듯한 가사가 등장한다. 대부분이 흔하게 들어본 적 없는 가사와 사운드일지도 모르니 평소 듣던 노래만 반복 재생하다 귀가 지칠 땐 이 노래로 환기시켜보자.

만화책에서 뛰쳐나온 주인공이 불러주는 가사가 궁금하다면, 가수 김승주의 소년만화 앨범을 추천한다. 앨범별로 컨셉이 확실한 김승주는 앨범 소년만화 상 에서는 ‘빙글지구’, ‘주인공의 법칙’에서는 소년만화 주인공이 되어 노래한다. 또 본 기자가 좋아하는 앨범 고시엔 중 ‘CATCH’ ‘케이크가불쌍해’에서는 야구선수가 된 김승주를 엿볼 수 있다. ‘케이크가 불쌍해’는 야구선수인 승주 어머니가 대회 날 케이크를 사와 응원하는 모습과 벤치선수인 자신의 모습을 노래로 풀어냈다. ‘내가 정말 받아도 돼? 난 형편 없는 벤치 선수야’ 야구시즌이 돌아온 만큼 이 여름에 꼭 들어야 할 곡이다.

발랄하고 가벼운 앨범은 아니지만 The Volunteers의 최근 신보를 소개해보려 한다. 앨범 이름은 ‘L’이다. 백예린 보컬의 락밴드 The Volunteers의 이번 신보는 이전 앨범이었던 펑크락과 다르게 감성적인 보컬이 돋보이는 노래들로 돌아왔다. 백예린의 목소리가 귀가 아닌 머리에 그리고 마음에 맴도는 곡들이다. 마냥 가벼운 곡은 아니지만 여름밤 무거운 곡으로 차분히 하루를 정리하는 것도 이 여름을 즐기는 하나의 방법이다.

신서현 기자 mareavium@g.shing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