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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기로도 담을 수 없는 감정, 마음의 모양을 읽다

등록일 2026년09월18일 09시00분 URL복사 프린트하기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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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문득 가슴 한구석에 피어오르는 오묘한 감정을 느낄 때가 있다. 하지만 막상 누군가에게 이 기분을 설명하려면 적절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 뭉뚱그려 표현해버리곤 한다. 우리가 느끼는 섬세한 감정의 결을 우리말 한 단어로 다 담아내기 어려울 때, 세계 다른 문화권의 언어들을 들여다보면 뜻밖의 답을 찾을 수 있다.

 

소소하고 완벽한 행복, 기가스프릿(Gigasprit)

북유럽의 길고 추운 겨울을 견뎌야 하는 노르웨이에는 ‘기가스프릿(Gigasprit)’이라는 단어가 있다. 이 단어는 직역하면 단번에 이해하기 힘들지만, 그 의미를 알고 나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바로 ‘아침에 깨어나 따뜻한 이불 속에서 조금 더 뒹굴거릴 때 느껴지는 소소하고 완벽한 행복’을 뜻한다. 알람 소리에 쫓기듯 일어나 지하철이나 버스에 몸을 실어야 하는 평일과 달리, 주말 아침 햇살을 받으며 이불 끝을 꼭 쥐고 누려보는 10분의 여유. 노르웨이 사람들은 삶을 버티게 하는 에너지가 거창한 성취가 아닌, 바로 이 작은 온기에서 나온다고 믿는다.

 

깊고 애틋한 감정, 자우다지(Saudade)

포르투갈어에는 ‘자우다지(Saudade)’라는 고유한 단어가 있다. 이는 단순히 누군가를 보고 싶어 하는 그리움과는 결이 조금 다르다. ‘지금은 곁에 없거나 멀어진 대상, 혹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시절을 향해 느끼는 깊고 애틋한 감정’을 뜻한다. 이 단어는 대항해 시대, 기약 없이 바다로 떠난 선원들과 그들을 기다리며 바다를 바라보던 남아있는 사람들의 역사 속에서 탄생했다. 기쁨과 슬픔, 그리움과 체념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감정이다. 우리 역시 대학 생활을 하며 수많은 만남과 이별을 경험한다. 지나간 학기의 추억, 멀어진 친구, 혹은 열정적이었던 지난날의 나를 떠올리며 가슴 한구석이 아려올 때, 그것은 쓸쓸함이 아닌 우리 마음속에 ‘자우다지’가 깃든 순간이다.

 

계절의 변화, 코모레비(Komorebi, 木漏れ日)

계절의 변화를 감각적으로 포착해 낸 단어도 있다. 일본어 ‘코모레비(Komorebi, 木漏れ日)’는 ‘나뭇잎 사이로 새어 나와 지면에 부서지는 햇빛’을 의미한다. 빛과 나무, 바람이 만들어내는 찰나의 순간을 하나의 단어로 담아낸 것이다. ‘코모레비’는 바쁜 일상 속에서도 주변의 작은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는 여유를 전해준다.

 

언어의 지평이 넓어지면 마음의 결도 깊어진다

오스트리아의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은 내 언어의 한계는 내 세계의 한계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알 수 없는 감정으로 마음이 울적하거나 헛헛할 때, 그 감정에 정확한 이름을 붙여주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정돈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번 학기 익숙한 단어들로만 채워지던 일상 속에 ‘기가스프릿’의 휴식을 더하고, ‘자우다지’의 추억을 다독이며, 캠퍼스의 ‘코모레비’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낯선 단어 하나가 전해주는 온기가 학우들의 고단한 하루에 자그마한 위로가 되길 바란다.

 

 

박수민 기자 2026148010@g.shing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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