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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에게 남보다 못하게 대했던 순간-강민권 학우(컴퓨터소프트웨어과 3)

등록일 2026년09월18일 09시00분 URL복사 프린트하기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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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서는 비교적 친절하게 행동하면서도 유독 가족에게만 퉁명스럽게 대했던 순간들이 있다. 무엇보다 나를 가장 잘 알아주기를 바랐던 사람들이 부모님이었다. 그래서 내 마음이나 현재 상황을 온전히 이해해 주지 못한다고 느껴질 때면 평소보다 더 날카롭게 반응했던 것 같다.

 

돌이켜보면 그 행동에는 가족에 대한 일종의 어리광도 있었다. 가족은 내가 어떤 투정을 부리더라도 결국 나를 미워하거나 떠나지 않을 것이라는 무의식적인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그 믿음이 함부로 대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특히 내가 날카로운 말을 뱉었을 때 부모님의 표정이 기억에 남는다. ‘갑자기 얘가 왜 이러지?’ 하는 듯한 당황한 표정이었다. 내가 화를 내고 나면 집 안에는 무겁고 싸늘한 정적이 맴돌았다. 나도 누군가에게 이유 없이 날카로운 말을 들으면 당황스럽고 마음이 상할 텐데, 나는 그런 일을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하고 있었다. 부모님은 나에게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 사랑을 주시는 분들인데, 나는 정작 다른 사람들에게는 친절하게 행동하면서 가장 소중한 가족에게는 함부로 대했다. 내가 밖에서 보이는 모습과 집에서의 모습이 너무 달랐다는 사실이 부끄럽고 죄송했다.

 

그런데 더욱 마음이 미안해지는 순간은 내가 모나게 굴고 난 뒤였다. 부모님은 내가 모나게 굴었다고 해서 나에게 똑같이 날카롭게 대하지 않으셨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평소와 다름없는 따뜻한 목소리로 “밥 먹어라” 하고 부르셨다. 그동안 부모님께서 하셨던 “공부해라”, “밥 챙겨 먹어라” 같은 말들도 마찬가지였다. 그 시절에는 그런 말들이 귀찮은 간섭이나 잔소리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조금 나이가 들고 나서 생각해 보니 그 말들은 부모님이 할 수 있는 가장 익숙한 방식의 애정이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용기를 내어 부모님께 처음으로 “사랑한다”고 직접 말했던 기억이 있다. 별것 아닌 한마디였지만 그 말을 꺼내기까지는 생각보다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 하지만 동시에 마음속 깊은 곳에서 뭔가 꽉 차오르는 듯한 뿌듯함도 느꼈다.

 

만약 내가 과거로 돌아가 그때 상처받았던 가족을 다시 만날 수 있다면, 거창한 사과부터 하기보다는 아무 말 없이 먼저 다가가고 싶다. 내가 힘들었다는 이유가 그들에게 상처를 줘도 되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는 것도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과거의 실수를 완전히 되돌릴 수는 없지만, 앞으로 다르게 행동할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요즘은 나름대로 ‘하루 한 번 가족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기 챌린지’를 실천하고 있다. 언젠가 지금의 시간을 다시 돌아보았을 때, ‘그때는 왜 더 잘해주지 못했을까’라는 후회보다 ‘그때 참 많이 표현했구나’라는 기억을 남기고 싶다.

신구학보사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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