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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나에게 하고 싶은 말-정현민 학우(사진영상콘텐츠과 1)

등록일 2026년09월18일 09시00분 URL복사 프린트하기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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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가장 마음이 쓰이는 시기는 고등학교 3학년 때다. 대학 원서를 넣을 시기가 가까워질수록 마음속에 부담감은 점점 커져갔다. 주변에서는 하나둘씩 어느 대학에 지원할지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나도 무언가를 결정해야 한다는 생각에 점점 조급해졌다.

 

그때의 나는 아직 무엇이 되고 싶은지도, 어떤 길을 가고 싶은지도 완전히 알지 못하면서 스스로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했던 것 같다. 그 시절의 하루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만성 피로와 부담감이다. 기분을 표현하자면 마치 눈을 가린 채 달리는 것과 같았다. 어디로 가고 있는지 정확히 알지도 못하면서 멈추면 안 될 것 같아 계속 달렸다.

 

그럼에도 내가 그 시간을 견뎌낼 수 있었던 데에는 친구들의 영향이 컸다. 내 옆에는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면서 묵묵히 자리를 지키던 친구들이 있었다. 친구들이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면 나 역시 다시 책상 앞에 앉게 되었다. 하지만 그렇게 버티는 동안에도 마음 한편에서는 누군가가 나에게 괜찮다고 말해주기를 바랐던 것 같다. 당시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은 “사실 너한테 물려줄 건물이 하나 있다”다. 대학에 가지 못하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고, 당장 눈앞에 놓인 입시가 내 인생 전체를 결정하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장소도 있다. 학교 앞에 있던 파리바게트다. 학교가 끝나면 나는 독서실에 가기 전에 항상 친구와 함께 그곳에 들렀다. 그리고 거의 매일 똑같은 빵을 사 먹었다. 지금 생각하면 별것 아닌 행동이지만, 그 장면이 가장 선명하게 기억난다. 불안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브로콜리 너마저’와 ‘에피톤 프로젝트’의 노래를 자주 들었다. 그 음악들은 내가 지친 마음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게 해주었던 작은 도피처였던 것 같다.

 

만약 그때의 나를 지금 직접 만나 눈을 마주칠 수 있다면, 학교 앞 파리바게트에 같이 가서 그때 매일 먹었던 빵을 하나 사주고 싶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같이 먹고 싶다. 고등학교 3학년의 나는 미래를 알 수 없어서 불안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때의 나에게 말해줄 수 있다. 그때 네가 그렇게 걱정했던 일들은 결국 지나갔다고. 그러니 눈을 가린 채 달리던 그때의 나에게 이제는 잠시 멈춰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다. 앞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길이 없는 것은 아니니까.

신구학보사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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