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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과 청탁금지법

등록일 2016년11월02일 15시29분 URL복사 프린트하기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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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교내 시상식에 취재를 하러 갔을 때 들은 이야기다. 당시 일찍이 자리를 채운 교수님들의 대화 주제는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이었다. 한창 뜨거운 감자이기에 기자의 귀가 쫑긋했다. “학생들이 주는 꽃, 캔커피 등 금품 일체를 받아서는 안 된다부터 스승의 날, 사은회 때 학생들이 교수에게 음식물과 선물 제공도 법에 저촉(抵觸)되어 안 된다까지 공직자 등을 대상으로 한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등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청탁금지법) 시행에 따른 교내의 변화를 몸소 느꼈다. 실제로 기획처에서 공지한 부정청탁 사례에 따르면 학생이 성적을 올려달라고 교수에게 청탁을 한 경우, 거절하지 못하고 성적을 올려주면 해당교수는 청탁금지법에 의하여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받는다. 그러나 직접 청탁을 한 학생은 제재대상이 아니므로 처벌 받지 않는다. 3자를 위하거나 통한 청탁일 경우만 처벌 받는다. 같은 예로 자신의 자녀와 같은 제3자를 위해 공직자에게 병역면제, 채용, 성적관련 청탁을 해도 처벌 대상이다. 타 학과에 재학 중인 친구는 법 시행 후, 아버지가 30년 동안 공직에 근무하셨는데 가족 단체 대화 방에 집에 택배 오는 것을 바로 받지말고 아빠한테 먼저 보고할 것이라는 알림이 올랐다고 한다.

대학생도 청탁금지법의 테두리 안에 있다. 기존 사제지간의 정과 감사를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 법의 처벌을 받게 됐으니 말이다. 법이 시행된 후 첫 신고 대상자 역시 학생에게 캔커피를 받은 교수였다. 법 제정안을 발표한 국민권익위원회는 학생들의 성적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학생과 교수간의 어떠한 선물도 주고받아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성적평가자가 특정 학생을 우대할 수 있다는 우려다. 평가자가 학생에게 주는 것은 가능하지만 학생이 주는 것은 안 된다.

대학생이 취업이 확정됐을 경우 출석을 인정해주는 것도 이 법에 저촉되는지 여부도 논란이다. 법에 따르면 대학에서 출석이나 학점을 인정해주는 관행이 교수의 부정청탁 또는 재량권 남용에 해당된다는 해석이다. 논란이 따르자 교육부는 각 대학에 조기취업자의 출석과 학점을 인정하는 조항을 학칙에 반영하여 시행해도 좋다는 공문을 보냈다. 우리 대학의 경우도 조기취업자에 대한 출석인정을 위해 학사내규를 개정했다.

청탁금지법의 적용 대상에 대한 법률과 기준이 다양해 혼란이 큰 상황이다. 불확실성과 과도한 규제라는 이유로 비판도 받는다. 하지만 입법 취지와 현실에 맞게 보완해 나가야 할,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법이라는 여론도 많다. 청탁금지법을 통해 언론매체의 보도 내용대로 법이 사람들의 관계를 위축시켜 사회적 손실을 발생시키는지, 그렇다면 정말로 경제적 손실을 보는 집단이 존재하는지, 아니면 무리가 따르더라도 사회 부패를 막고 청렴사회로 가기 위해 필요한 법인지를 인식해봐야한다. 여론 형성 과정에서 굴절되고 왜곡됐을지 모르는 정보에 대해 비판하는 자세를 가질 시점이다.


박범준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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