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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아는 봄 - 김지원 학우(물리치료과 1)

등록일 2025년04월11일 09시00분 URL복사 프린트하기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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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은 참 꾸준하다. 늘 돌아오고 또 지나간다. 살다 보면 그런 계절 중 하나쯤은, 마음에 박혀 남는다. 나에게는 봄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그날이었다. 남의 시선이 아닌, 내 시선으로 세상을 처음 바라보게 된 바로 그날. 그땐 몸도 마음도 다 무너져 있었다. 누가 나를 보는지도 신경 쓰였고, 그 시선 속에 나는 항상 부족했고, 그래서인지 세상은 늘 겨울 같았다. 차고, 무겁고, 눈치 보였다.

그러다 산책을 시작했다. 엄청난 계기는 아니었다. 뭐라도 하지 않으면 더 무너질 것 같아서였다. 발목이 아파 멀리도 못 갔다. 들뜨기 좋은 봄이라지만 나에겐 산책도 멀리 가지 못하는 몸이었기에 석촌호수 벚꽃 명소는 언감생심이었다. 그땐 그냥 동네 한 바퀴 도는 것도 나한텐 도전이었다. 그저 동네 골목길에서 본 벚꽃이 꽤 괜찮았다. ‘어라 여기도 예쁜데?’라는 생각이 들었고, 곧이어 ‘석촌호수 안 가도 되겠네’라는 생각을 했다.

그 순간 깨달았다. 벚꽃 구경이란 건 결국 ‘벚꽃을 구경’하는 거였다. 꼭 유명한 장소일 필요도, SNS에 자랑할 이유도 없었다. 그냥 내가 보기 좋으면 그걸로 충분했던 거다. 그 순간, 나는 세상을 처음으로 내 시선으로 보기 시작했다. 그건 좀 짜릿했고, 좀 서글펐지만 묘하게 따뜻했다. 남들 기준에서 생각하고 눈치 보던 내가, 그날 조금 자유로워진 느낌을 받았다. 그날이 내 인생 최고의 봄날이다. 남들이 보기에 대단한 사건도 아니었고, 영화 같은 장면도 없었지만, 그날 이후 나는 조금 다르게 살기 시작했다. 조금 더 나다워졌다. 조금 더 나를 위한 선택을 했고, 나를 위해 시간을 썼다. ‘다른 사람이 나를 싫어하면 어떡하지’라는 고민보단 ‘내가 정말 이 일을 하고 싶은가?’를 고민하게 되었다. 조금 덜 눈치 보게 되었고, 조금 더 자주 웃었다.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봄은 온다. 단, 남의 시선을 거둬낸 눈으로 봐야 보인다. 어쩌면 지금도 당신 주변에 조용히 피어 있을지도 모른다. 그냥 한 번쯤은 내 눈으로 세상을 봐줘도 된다고 그게 그 계절 내 봄날이 나에게 해준 말이었다. 겨울처럼 춥고 힘겨운 나날들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이 그 고난을 이겨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러면 언젠가 봄바람이 살랑 불어와 봄이 오는 걸 알려줄 수도 있으니까.

 
신구학보사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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