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없이는 하루도 버티기 힘든 세상이다. 우리는 손바닥만 한 기기 하나로 많은 것을 해결하고 있다. 그리고 그 작은 화면 속에 누구나 SNS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어제 잠들기 전 마지막으로 본 것도, 오늘 하루를 시작하며 가장 먼저 마주한 것도, 빛나는 화면 속의 SNS였다. 그 안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쏟아지고 스크롤 한 번으로 우리는 누군가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다.
타인과 연결되고 싶어서 시작한 공간은, 어느새 마음 한구석을 흔드는 시작점이 되었다. 푸른 바다와 눈 부신 햇살 아래의 여행, 고급 레스토랑에서의 정갈한 한 끼, 완벽한 얼굴이 담긴 사진, 자랑스러운 성취의 기록들. 모두 매일 무언가를 이루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 반짝이는 장면들 사이에서 나의 평범한 일상은 자꾸만 흐릿해졌다. 어제와 다르지 않은 오늘, 고된 하루의 흔적이 남은 얼굴, 아직 끝내지 못한 일들, 반복되는 일상, 나도 분명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데, 왜 이렇게 초라한 기분이 드는 걸까. 나는 왜 늘 화려한 장면의 바깥에만 머무는 걸까.
물론 그 찰나의 장면은 가장 멋진 순간만을 담은 것이라고 알고는 있었다. 그런데도 마음은 자꾸, 그 사람이 늘 그렇게 살아가는 것처럼 착각했다. 그리고 그 착각은 내 안에서 집요한 비교로 자라 점점 내 삶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하게 되었다. 무언가를 성취해도 만족감은 잠시뿐, 허무함이 금세 나를 덮쳐왔다. 다른 사람들의 노력은 대단해 보이고, 내 노력은 의미 없어졌다. 나도 모르게 스스로에 대한 확신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타인의 시선 속 내 모습을 신경 쓰게 되면서 내가 좋아하는 것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남이 좋아할 만한 걸 보여주려는 나를 발견했다. 어느덧 SNS라는 소통의 창은 내가 가지지 못한 것들만 선명하게 비추고 있었다. 아무리 쫓아가도 닿을 수 없을 것 같은 거리감. 이 감정은 나만의 것일까. 그제야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모두가 최고의 장면을 공유하지만, 그 이면에는 말하지 못한 불안과 외로움이 존재한다는 것을. 우리는 연결되어 있지만, 동시에 고립되어 있다. 서로 가장 빛나는 순간만을 꺼내 보여주고, 그 눈부심에 서로의 그림자는 알아보지 못한다. 그렇다면 숨겨진 이면을 굳이 들여다봐야 할까. 누군가의 불안과 결핍을 애써 찾아내야 할까. 아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타인의 밝음이나 어두움이 아니라, 화면 밖에 있는 내 진짜 삶이다. 조용히 이어지는 일상, 누군가의 시선이 닿지 않아도 의미 있는 나만의 순간들, 비교도 과시도 아닌 나에 대한 집중. 이제는 이러한 것들을 놓치지 않기로 했다. 중요한 것은 그 단면적인 프레임 밖에서 더 조용하고 깊게 흐르고 있다. 사진은 찰나의 아름다움을 담지만, 내 세상은 그사이 기록되지 않는 시간 속에서 더 깊게 살아진다. 이제 나는 보여주기보다 살아가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