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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아니어도 온전한 나 -「헤드윅」

등록일 2021년11월17일 09시00분 URL복사 프린트하기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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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헤드윅이 ‘Tear me down’을 부르는 것으로 시작한다.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지만 헤드윅은 자신의 인생을 담아 노래한다. 이 곡에서 헤드윅은 스스로를 ‘새로운 베를린 장벽’이라 표현한다. 이는 헤드윅의 성장 배경과 연관이 있는데 1961년 동독, 동베를린에서 살고 있던 그녀의 당시 이름은 한셀이었다. 어린 한셀은 말을 채 하기도 전에 미군이던 아버지에게 성추행을 당하고, 그런 아버지를 어머니는 내쫓는다. 그렇게 아버지를 내쫓은 후 외롭고 차가운 엄마와 살며 헤드윅은 오븐에 머리를 박고 미군 라디오 방송에 나오는 음악들을 들으며 락스타의 꿈을 꾸게 된다. 
 
남자와 여자 그 경계선에 선 헤드윅
어린 한셀과 엄마 모두 잠에 들지 못하고 있던 어느 날 엄마는 한셀에게 사랑의 기원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이야기를 들은 한셀은 밤잠을 설치며 자신의 반쪽을 찾기만을 기다린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20대가 된 한셀은 달콤한 젤리와 초콜릿, 그리고 자유로 유혹하는 미군 루터를 만난다. 루터와 결혼을 통해 미국으로 건너가기 위한 준비를 하지만 공산국가인 동독에서 동성 간의 결혼은 허락되지 않았다. 한셀은 자유의 땅으로 건너가기 위해 어머니와 루터의 강요 및 압박 속에 남자에서 여자로 성전환수술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의사의 실수로 성전환수술은 실패하게 되고 한셀의 성기는 6인치에서 1인치만 남아 여자도 남자도 아닌 존재로 남게 된다. 그렇게 미국으로 건너가 어머니의 이름인 ‘헤드윅’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게 된다. 이민을 간 1년 후, 루터는 어린 남자아이와 바람이 나 헤드윅은 결국 버림받는다. 설상가상으로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면서 헤드윅은 비참함과 공포라는 감정을 느끼지만 음악으로 이를 극복한다.
 
영원한 사랑과 반쪽은 존재하는 걸까
헤드윅은 삶을 영위하기 위한 방식으로 매춘을 비롯해 해보지 않은 일이 없다. 그러다가 미군 부대 스펙 장군의 집에 베이비시터로 취직하게 되는데, 그곳에서 락스타가 되기 전의 토미 노시스를 만나게 된다. 당시 토미 스펙이었던 토미는 헤드윅의 노래를 듣고 반하게 되고, 헤드윅은 토미에게 락의 기본과 기타, 음악, 눈썹 손질 등을 가르쳐준다. 몇 개월간 함께하며 헤드윅은 그의 순수하고 진실된 마음에, 토미는 그녀의 신비로움에 빠져 감정을 쌓아나가게 된다. 
 
그러던 중, 강압적인 아버지에게서 상처받은 토미를 헤드윅은 위로해 준다. 옆 트레일러에서 들려 오는 ‘I Will Always Love You’를 듣고 사랑이 영원하다고 믿느냐는 질문을 한다. 헤드윅은 망설이다 그렇다 대답하며 사랑은 창조 그 자체라 말한다. 자신을 바라보는 토미를 보던 헤드윅은 그의 이마에 실버 크로스를 그려주고, 토미는 “당신이 내게 한 짓을 봐”라 말하며 사랑을 고백한다. 둘은 처음으로 키스를 나누고 그 생경한 감각과 깊이 전해지는 마음에 헤드윅은 자신의 모든 것을 전부 알려줘야겠다 생각한다. 다리 사이 그곳, 성난 1인치가 있는 곳으로 토미의 손을 가져다 대고 그것을 만진 토미는 당혹스러워하며 떠나버린다. 반쪽을 찾았다 생각하자마자 버림받은 헤드윅은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떠한 삶을 살아가게 될까? 
 
반쪽 되어 외로워진 우리, 사랑의 기원
헤드윅의 대표적인 넘버 중 ‘Origin of Love’는 서정적인 음악과 동화 같은 가사로 귀를 사로잡는다. 이 노래는 플라톤의 「향연」에 등장하는 아리스토파네스의 신화를 바탕으로 했다. 이 신화에 따르면 최초의 인간은 원래 둘이서 하나인 존재로 남자와 남자가 붙어 있는 태양의 아이들, 여자와 여자가 붙어 있는 땅의 아이들, 여자와 남자가 붙어 있는 달의 아이들 세 부류로 나뉘어 있었다. 하지만 최초의 인간들이 완전한 존재가 되자 신들은 이를 두려워해 인간을 반으로 나눠버렸고, 인간은 영원히 반쪽을 찾아 완전한 하나가 되기 위한 열망을 지니고 있었는데 이게 바로 사랑의 기원이라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는 헤드윅의 삶을, 어린 한셀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어 놓았다. 
 
이 넘버 외에도 헤드윅의 존재감을 뿜내는 ‘Tear me down’, 성전환수술의 실패와 고통을 담은 ‘Angry Inch’, 루터에게 버림받은 후 그 아픔을 극복하고자 하는 ‘Wig In A Box’ 등 록을 기반으로 다양한 장르를 접목시킨 넘버들이 관객의 귀를 사로잡는다. 

 
윤예원 기자 lonstos@g.shing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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