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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의미 없는 삶을 견디지 못한다-세무회계과 이기호 교수

등록일 2017년03월07일 16시13분 URL복사 프린트하기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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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호 교수(세무회계과)

신입생들로 캠퍼스에 신선함이 가득하다
. 입학 시즌이 되면 우왕좌왕하던 나의 신입생 시절이 떠오른다. 무작정 공부만 하다가 무엇을 할지 난감했다. 그렇게 대학 시절을 지나고, 교수로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니, 나름대로 대학의 의미가 다가온다. 나는 대학 시절은 자기 탐색의 시작점이라고 생각한다. 자기가 이해되는 정도에서 직업과 같은 다양한 선택을 한다. 우리 대학은 자기 찾기의 일환으로 모든 신입생에게 MBTI라는 성격검사를 한다. 그 검사의 이론적 배경을 준 사람이 20세기의 심리학자 칼 구스타프 융(Jung, 1875~1961)이다.


그의 가장 위대한 업적은 프로이트가 발견한 무의식의 개념을 확장시킨 것이다. 그런데 무의식을 과학적 언어로 설명한 것은 프로이트와 융이지만, 그것에 대한 인간의 인식은 아주 먼 옛날부터였다. 바울이라는 사람이 2,000년 전 로마 사람들에게 보낸 다음과 같은 편지글이 성경에 실려 있다.


나는 선한 일을 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내가 원하는 것과는 달리 나는 도리어 악을 행하고 있습니다. 사실 내가 원하지 않는 이 악행을 행하는 자는 내가 아니요 내 안에 자리 잡고 있는 죄입니다. 여기에서 나는 법칙을 발견합니다. 곧 선한 일을 행하기 원하는 나에게 악이 함께 있는 것입니다. (중략) 오호라 나는 참 처량한 사람입니다.”


여기서 선한 일을 하고자 하는 나를 융은 자아(ego)라고 했고, 내 안에 있는 죄를 그림자(shadow)라고 했다. 그림자는 무의식에 속한 중요한 나의 다른 모습이다. 융은 어려서부터 자신 속에 두 가지의 인격이 있음을 경험했고, 그런 자기를 탐구하고, 그것을 학문적으로 체계화하는 것을 평생의 과업으로 삼았다. 융은 말년에 영국 BBC 방송과 인터뷰를 했다. 대담자가 세상은 점차 집단화되고, 거대한 조직 속에 개인이 매몰되는 상황에서 자기를 찾을 수 있는 것이 가능한지를 물었다.


이것을 융의 표현으로 바꾸면 페르소나(persona)만을 강조하는 세상에서 무의식 속의 진정한 자기(self)를 찾을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페르소나의 어원은 얼굴에 쓰는 가면이고, 우리의 역할과 겉모습을 뜻한다. 우리는 아들과 딸, 학생, 직원, 부모 등의 가면을 쓰고, 사회에서 요구하는 역할과 의무를 수행한다. 대담자의 질문에 대해 융은 사회가 그렇게 집단화하고, 개인의 존재가 큰 의미가 없는 것으로 여겨질 때, 가면을 쓴 나와 가면 뒤의 진정한 내가 분열을 일으킨다고 하며, 그것은 집단적인 분열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실제 자신이 운영했던 정신병원을 찾는 환자 모두는 자기의 존재를 찾으려하고, 자신의 무력감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이처럼 진정한 행복을 누리기 원하는 사람들의 삶은 자기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자기를 찾는 방법 중 하나가 독서, 그 중에서도 고전을 통한 것이다. 미국 명문 다트머스대학의 총장을 역임하고, 지금은 세계은행 총재로 있는 사람이 한국인 김용이다. 그가 총장 시절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다트머스 대학 수석 졸업생 이야기를 했다. 그 졸업생이 바로 리온 블랙으로 당시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사모펀드를 운영하고 있던 사람이다. 김용 총장이 그의 성공 비결을 물었더니, 졸업 후 진학한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배운 것이 없고, 다트머스대학에서 셰익스피어 작품을 배운 것이 가장 도움이 되었다고 답했다. 그는 셰익스피어 작품을 통해 자기를 찾았고, 다른 사람도 충분히 이해하여 세계적인 기업가로 성장하게 된 것이다.


나는 대학 때부터 성경을 읽었다. 요즘은 융 심리학을 통하여 성경을 즐겨 해석해본다. 몇 년 전부터는 노자의 도덕경, 논어도 틈틈이 공부한다. 기회만 되면 불경도 공부하고 싶다. 고전을 직접 읽기 어려우면, 관심 있는 분야와 연계된 책을 읽는 것도 도움이 된다. 내가 도덕경을 처음 시작할 때, 융 전문가인 이부영 선생의 노자와 융은 노자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가정도, 학교도, 직장도, 사회도 우리에게 많은 것을 요구한다. 융의 방식으로 말하면 페르소나를 던진다. 그 요구에 얼마나 잘 응하느냐에 따라 평가를 받는다. 그것만 열심히 쫓아다니다 보면, 진정한 자기를 발견할 수 없다. 대학은 진정한 자기 탐구를 시작하는 곳이다. 그 탐구 과정에서 자신의 행복을 위한 다양한 선택을 한다. 융의 말을 다시 새기며 글을 맺는다. 사람은 의미 없는 삶을 견딜 수 없다(Man cannot stand a meaningless life.).

이유니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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