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영 선생님은 30년이 지나 퇴직을 바라보는 순간에도 마음속엔 오직 학생들뿐이다. 우리 시대의 교육은 학생 인권의 존중과 자율권의 확대로 권리와 혜택은 늘어났지만, 의무와 책임은 기성세대 몫으로 남아 있다. 선생은 사랑이 없어졌고, 학생은 존경이 사라졌다. 이 시대의 선생은 ‘극한 직업’일지 모른다.
70, 80년대 산업화와 고도성장기에는 학교에 우수한 인재를 키우겠다는 선생님의 열정과, 열심히 배워서 인재가 되겠다는 학생들의 노력이 가득했다. 교직은 가문의 영광이었으며, 대를 이어 교사가 되는 경우도 많았다. 봉급은 많지 않았지만 스스로 사명감을 가졌고, 사회의 시선은 늘 존경심으로 가득했다.
이길영 선생님은 시골 초등학교 사택에서 태어나 항상 주위에 선생님들이 있었고, 집안의 선생님들과 명절에 자연스럽게 교직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다. 중학교 때는 다른 반 영어 선생님이 어떻게 가르치는지 궁금하여 그 반에 가서 영어 선생님의 칠판 글씨를 훑어보며 즐거워하기도 했다.
그는 사범대에 진학하여 영어 선생님이 되었다. 그리고 교단에 서서 첫마디로 “앗! 월급도 주나요?”라고 말할 만큼, 오로지 교사가 되겠다는 ‘꿈’과 인재를 키우겠다는 ‘사명감’으로 가득 찬 순박함이 있었다. 우리나라 스타강사 1호인 안현필의 『영어실력기초』를 통해 문제의식 속에서 해답을 찾는 교육법을 배웠다.
잠시 해외 유학 생활 후, 교단에서 영어 교육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영어 학습자들을 위한 TESOL(Teaching English to Speakers of Other Languages) 교육 정착에 크게 기여하였다. 또한 영어 교수자를 위한 TEFL(Teaching English as a Foreign Language) 교육을 개척하면서,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아시아 TEFL 회장을 역임하였다.
그 과정의 모든 이야기를 정리한 『앗! 월급도 주나요?』를 통해 우리 시대 선생님의 자화상을 그려보게 된다. 개인적인 욕망과 이기심만 있었다면 교직의 사명을 감당하기 어려웠겠지만, 어린 시절 교직에 대한 꿈과 열정은 그 어떤 보상과도 바꿀 수 없는 기준이 되었다.
이길영 선생님은 “초임 교사로 이화여고에 부임하여, 가슴 벅찬 발걸음으로 덕수궁 옆 정동길을 따라 출근했던 때가 80년대 말입니다. 이제 교직 생활 31년이 되니 그동안 느꼈던 행복을 나누고 싶었습니다”라고 말한다. 『앗! 월급도 주나요?』는 ‘어린 시절의 꿈과 열정이 지금의 행복이다’라는 외침일지 모른다.
어느 서평자는 “교사는 황금마차가 기다리지 않고, 가슴에 빛나는 훈장을 갖고 있지 않지만, 수많은 촛불을 켤 수 있는 소중한 이들이다”라고 썼다. 주변이나 다른 사람을 의식하지 않고 더 많은 촛불을 켜는 사람을 만들어야 한다. 교권이 무너진 시대에 누군가는 가르쳐야 하고, 또 사명감으로 교직을 계속할 수 있도록 누군가는 격려해 주어야 한다. 서점에서 『앗! 월급도 주나요?』를 드는 순간, 30년 뒤의 행복이 다가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