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지키는 공간
공간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물질 또는 물체가 존재할 수 있거나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 장소다. 주거, 업무, 문화생활 등 다양한 목적을 위해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인 만큼, 설계와 시공 단계에서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것은 바로 안전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비용 절감, 공사 기간 단축을 위해 안전이 후순위로 밀리는 경우가 존재한다. 이런 부실 설계와 부실 시공은 안타까운 인명 피해를 낳았으며 사회적으로 충격을 주기도 했다.
관리 부실과 설계 결함이 만든 비극
1994년 발생한 성수대교 붕괴 사고는 교량 안전 관리의 중요성을 각인시킨 사건이다. 사고의 원인은 설계와 시공 단계에서부터 있었다. 교량의 주 구조물을 연결하는 부분의 용접이 제대로 되지 않았으며 철근 및 강재 부실, 정기 점검 소홀 등 여러 요인들이 겹쳐 출근길 시민들이 한순간에 목숨을 잃었다. 대형 교량과 같은 공공 인프라도 ‘안전보다 예산 절감’이 앞서면 결코 시민의 생명을 지켜줄 수 없다는 사실을 일깨웠다.
붕괴 조짐 무시가 부른 최악의 참사
1995년 발생한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는 대한민국 역사상 최악의 건축물 붕괴 참사로 꼽힌다. 설계 및 시공상의 결함, 유지관리 소홀 등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건물 전체가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이미 붕괴 2개월 전부터 식당부 바닥에 균열이 생기고 1개월 전에는 건물이 진동하는 등 붕괴 조짐이 보였다. 하지만 경영진은 이를 무시하고 영업을 지속해 502명의 사망자와 937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이 사건은 안전보다 기업의 이익을 중요시 여기는 태도가 얼마나 치명적일 수 있는지 보여 준다.
눈 더미 아래 드러난 부실 설계
2014년 2월, 경주 마우나리조트의 체육관 지붕이 폭설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 약 10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사건 또한 부실 공사가 원인이었다. 사고 당시, 동해안과 지리산 일대에는 습설이 내렸는데, 이 눈이 강당 지붕에 축적된 무게가 70cm, 즉 148톤에 달하는 양으로 추정된다. 지붕을 설계할 때 지리적 특성인 기상 상황을 고려하지 않았고, 건물 가운데에 내력 기둥을 만들지 않았으며, 시공 및 유지 관리 보수도 미흡했던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여전히 붕괴 사고는 진행중
2023년 발생한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건설현장 붕괴 사고 또한 부실 시공의 위험성을 여실히 드러냈다. 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에서 붕괴된 곳은 지붕층인 어린이 놀이터 건설이 예정된 지점이었다. 다행히도 밤 11시 30분경, 아무런 작업도 진행되지 않던 시점이었기에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는 않았다. 만약 작업 진행 중이거나, 이미 건물 건축이 완료된 상태에서 일어났다면 정말 끔찍한 사고였을 것이다. 과거의 참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 채 반복되는 구조적 문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대가는 결국 사람의 생명
앞서 소개한 사례들은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는 결과를 낳았다. 그저 운이 나빠야 일어나는 일이라는 안일한 생각이 많은 비극을 초래했다. 공간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끔찍한 사고는 아니어야 하지 않을까.
음영은 기자 2024108068@g.shing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