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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착이 없다면 고통도 없다-이수영 학우(사진영상콘텐츠과 3)

등록일 2026년03월20일 09시00분 URL복사 프린트하기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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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대학생들의 일상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사실 ‘집착’의 연속이다. 이번 학기에는 기필코 ‘과탑’을 찍겠다는 성적에 대한 집착, 짝사랑하는 상대의 카톡 숫자 ‘1’이 왜 사라지지 않는지 계속 확인하게 되는 관계의 집착, 심지어 새로 나온 한정판 굿즈를 반드시 손에 넣어야 한다는 물욕까지. 우리는 무언가를 간절히 붙잡고 있어야만 인생이 제대로 굴러간다고 믿으며 자신을 몰아붙인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우리의 고통은 대개 무언가가 ‘없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이미 쥐고 있는 것을 ‘놓지 못해서’ 생긴다. 시험 기간의 도서관을 떠올려 보자. 옆자리에서 들리는 펜 소리나 노트북 타이핑 소리가 유난히 거슬리는 순간이 있다. 내가 공부에 몰입해서라기보다는 ‘이번 시험을 반드시 잘 봐야 한다’라는 성적과 결과에 대한 집착이 나를 예민하게 만들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학점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하나의 도구일 뿐, 내 인생 전체를 결정하는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말이다. “망하면 재수강하면 되지”라는 뻔뻔한 여유를 조금만 허락해도 책상 앞의 고통은 눈에 띄게 줄어든다. 집착을 내려놓은 자리에는 의외로 불안이 아니라, 지금 해야 할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차분한 집중력이 남는다.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누군가가 나를 싫어할까 봐 전전긍긍하거나, 상대의 반응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며 일희일비하다 보면 관계는 금세 피곤해진다. 세상에 있는 모든 사람이 날 좋아할 수는 없다. 그렇기에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아야 한다는 목표는 애초에 불가능하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순간 관계에서 오는 긴장은 한결 가벼워진다. 떠날 사람은 붙잡아도 떠나고, 곁에 남을 사람은 나의 조금 부족한 모습까지 받아들인다. 이 단순한 사실을 인정하면 사람 때문에 밤잠 설칠 일도, 자신을 깎아내릴 이유도 줄어든다.

결국 ‘집착이 없다면 고통도 없다’라는 말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베짱이’가 되겠다는 선언이 아니다. 결과에 매달려 현재의 나를 괴롭히지 않겠다는 자기방어 기제에서 비롯된 태도에 가깝다. 꽉 쥔 주먹에는 새로운 것이 들어올 틈이 없다. 손가락의 힘을 조금만 풀어 보자. 시험을 한 번 못 본다고 인생이 무너지지 않고, 카톡 답장이 늦는다고 세상이 끝나는 것도 아니다. 어쩌면 그런 사소한 집착들이 모여 내 자신을 갉아먹고 있는지도 모른다. 집착이 머물던 자리에 “그럴 수도 있지”라는 여유를 남겨 두는 것. 어쩌면 그것이 고통 많은 캠퍼스 라이프를 조금 더 가볍고 건강하게 버텨내는 최고의 방법일지도 모른다.

 

 
신구학보사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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