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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다라마바사, 존재하는 모든 소리 기록해드립니다.

등록일 2025년12월19일 09시00분 URL복사 프린트하기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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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다라마바사, 존재하는 모든 소리 기록해드립니다.

한글, 21세기에도 계속되는 ‘소리의 마법’, ‘끼룩끼룩’, ‘폭신’, ‘뽀드득’, 심지어 ‘츄르르르륵’…세상 모든 소리를 글자로 옮길 수 있는 언어가 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언어는 우리가 매일 쓰는 한글이다. 많은 언어학자들은 한글을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인 문자’라고 부른다. 다른 말로는 ‘완전소리기록문자(Universal Sound Capture Script)’. 조금 과장된 듯 들리지만, 그 속에는 꽤나 설득력 있는 과학적 근거가 담겨 있다.

 

#세상 모든 소리, 한글로 가능한 이유는?

한글은 기본적으로 발음 기관의 모양과 소리의 원리를 기반으로 만든 문자다. 자음은 혀, 입술, 목청의 형태를 본떠 설계되었고, 모음은 하늘(·), 땅(ㅡ), 사람(ㅣ)의 철학적 구성 원리를 바탕으로 체계화됐다. 이는 곧 ‘들리는 그대로’를 비교적 정확하게 옮겨 적을 수 있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영어에서 ‘th’는 ‘th’라는 철자로만 표기되지만, 실제 발음은 지역과 문맥에 따라 /θ/, /ð/ 등 미묘하게 달라진다. 반면 한글은 혀의 위치와 공기의 흐름에 따라 이를 ‘ㅆ’, ‘드’, ‘스’ 같은 형태로 훨씬 세밀하게 조정하여 표기할 수 있다. 기존 알파벳 문자권에서는 표현 한계에 부딪쳤던 소리들을 한글로는 비교적 논리적으로 표기할 수 있다. 음소 단위로 재조립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소리와 감정까지 기록하는 한글 의성·의태의 힘

한글 문학의 큰 매력 중 하나는 의성어·의태어다. ‘졸졸’, ‘반짝반짝’, ‘버둥버둥’, ‘드르렁’—이런 소리와 느낌의 조합은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들에게 가장 신기한 영역이다. 외국 언어학자들은 한국어의 의성·의태 체계를 ‘언어의 확장 현실(AR)’에 비유한다. 실제 소리에 감정, 속도, 질감을 덧붙여 더 정교하게 묘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물이 흐르는 소리는 상황에 따라 다양해질 수 있다. 졸졸 → 가늘고 약한 물. 철철 → 가득 차서 넘치는 물. 콸콸 → 힘 있게 쏟아지는 물. 촤르르 → 넓게 퍼지는 얇은 물줄기. 한국어는 소리를 데이터화하는 데 특출난 언어이다.

 

인공지능 시대, 한글은 더 빛난다.

흥미롭게도 최근 음성 인식과 소리 합성 분야에서 한글의 장점이 재조명되고 있다. AI 연구자들은 한글의 음운체계가 ‘모듈형 구조’로 되어 있어 다양한 소리 조합을 매핑하기 쉽다고 설명한다. 영어는 알파벳이 고정되어 있어 소리와 표기의 간극이 크지만, 한글은 자음·모음을 조립해 실제 소리 그대로 ‘가변적 표기’를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아직 표준어가 없는 새로운 환경 소리—예를 들면 로봇의 구동음 ‘츠르그륵’, 드론의 비행음 ‘우우우웅’—도 비교적 즉시 문자화할 수 있다. 한 기술 스타트업은 실제로 한글 기반의 ‘소리 라벨링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소리 질감, 강도, 높낮이 등을 조합해 코딩 없이도 한글 문자로 기록하는 기술이다.

 

한글은 살아 있는 문자라는 사실

흥미로운 점은, 세종대왕이 만든 그 시절부터 지금까지 한글의 발음 기호는 수없이 변하고 확장되어 왔다는 것이다. ‘ㄱ’은 딱딱한 ‘기역’이 될 수도, 부드러운 ‘ㅋ’에 가까운 소리가 될 수도 있다. ‘ㅗ’와 ‘ㅜ’ 사이의 미묘한 입술 모양 차이도 충분히 새로운 합성 모음으로 활용 가능하다. 즉, 한글은 고정된 문자가 아니라 확장 가능한 시스템이다. 그래서 가능한 거다. 세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소리를 적을 수 있다는 말이.

 

 

김도연 기자 dentdy23@g.shing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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