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닫기


나를 알고 싸워야

등록일 2015년06월24일 00시00분 URL복사 프린트하기 쪽지신고하기
기사글축소 기사글확대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적과 아군의 실정을 잘 알고 싸운다면 백 번을 싸워도 결코 위태롭지 않다[知彼知己 百戰不殆, 지피지기 백전불태]孫子(손자)에 실려 있다. 반대로 적의 실정도 모르고 아군의 실정도 모르고 싸운다면 매 전쟁마다 패하게 된다[不知彼不知己 每戰必敗, 부지피부지기 매전필패]고 했다. 나 자신을 안다는 것은 자신이 현재 위치한 상황을 아는 일이며, 적의 실정을 파악한다는 것은 적응해야 할 지금의 사회현상을 알아야 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여름방학은 자기를 알아보는 시간이 되어야겠고, 또한 자기 발전의 시간이어야겠다. 한 학기의 수업이 지난 620일을 시작으로 한 기말고사를 끝으로 여름방학에 들어갔다. 신입생은 대학에서 처음 맞는 방학이라며 여행도 하고, 무엇인가 재미있고 또한 대학생으로 뜻있는 일을 할까 망설일 것이며, 졸업을 앞둔 학생은 전공 관련 업체에서 현장실습 과정을 이수하게 된다.

현장실습이 없는 학생에게는 대략 두 달 동안의 짧지 않은 시간이 주어진다. 이 방학기간을 적절한 목표와 계획을 세워 충실하게 시간을 보낸다면 대학생활은 더 보람있게 될 것이다. 그러나, 용돈을 벌기 위해 위해 아르바이트나 할까 하는 등 막연히 방학을 시작한다면 어느 틈에 긴 방학은 가치 없이 흘러가버린 잠시의 편안한 시간에 불과하게 될 것이다. 고교시절의 학업부담이 대학생이 되니 없어졌다고 마냥 시간을 헛되이 보낸다면 대학을 졸업하는 시점에서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어른의 사회로 떠밀려나가게 된다. 시간을 소중히 여기라는 의미로 일촌광음 불가경(一寸光陰 不可輕)’, 즉 짧은 시간이라도 가벼이 여기지 말라는 이 경구는 어느 시대의 젊은이에게 매우 소중한 교훈이다.

이번 방학에 무엇이 보람 있는 생활일까 생각해 보자. 우선 뒤쳐진 전공공부를 해야 한다. 지난 한 학기 동안에 대략 7, 8개의 교과목을 수강하였다. 교양 과목도 있으나 전공이 대부분이다. 방학은 학교를 나오지 않는 기간이지 모든 공부를 중단하는 시간이 아니며, 아르바이트만으로 시간을 보낼 수도 없다. 전문지식과 기술을 터득하는 대학에서 전공학습은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가장 중요한 대학생의 직무이다. 교양교과목도 중요하지만, 자신에게 부족한 전공교과목을 방학 중에 철저히 복습하고 필요에 따라 깊이 있게 학습한다면 좋은 실력이 쌓아질 것이다. 아울러 새 학기의 전공학습은 그만큼 수월하고 심도있는 학습이 될 것이다. 많은 학생은 취업을 위해 스펙을 갖추려고 시간을 투자하기도 하고, 영어 TOEIC의 고득점을 목표로 집중적으로 공략해도 좋으나, 전공과목을 무시한 채 외국어 공부만 한다면 절름발이식 공부가 될 것이다. 어떤 교과목 하나도 단기간의 학습으로 마스터할 수 있는 것은 없다. 나 자신을 알아, 기초가 부족한 교과목일수록 이번 방학을 이용하여 차근차근 실력을 쌓아야 할 것이다. 1학년의 경우 재학 중인 학과의 전공이 적성에 맞지 않아 방황하는 학생들도 있는데, 이번 방학이 자신을 면밀히 살펴보아야 할 시기로 적절할 것이다.

졸업학년 학생들은 방학 중에 현장실습을 해야한다. 현장실습이 필수교과목으로 되어 있는 학과가 대부분이다. 금년도는 현장실습업체를 결정하는데 특별히 어려움이 많았다고 한다. 기업체가 활발하게 활동을 하지 못하다보니 현장실습학생을 기업에서 마땅히 훈련시키기에도 여력이 없어서인지 현장실습학생을 수용하기를 머뭇거리거나 아주 거부한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대학이나 학생이 현장실습업체를 효과적으로 발굴하기에는 어려움이 적지 않다. 현장실습 업체에서는 대학에서 배운 이론과 실기를 적용해 보며, 기업의 기술을 습득하는 현장실습이어야 할 것이다. 현장실습업체는 실습생을 아르바이트 학생으로 대하여 잔심부름만을 시키면 현장실습의 의미가 변질된다. 현장실습은 학교에서 학습한 이론과 기술을 재확인하는 과정이어야 하겠다. 현장실습에 임하는 학생은 스스로 전공분야의 기업체에서 필요한 중요 기술 습득, 기업체의 기술 동향, 전공분야의 사회적 전망 등을 파악한다면 졸업 후 취업의 방향에도 매우 유익할 것이다. 현장실습에 임하는 학생은 대학의 일원으로 자신이 취업을 앞둔 입장에서도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또한 기업체에서의 실습생 태도 하나하나가 바로 대학의 이미지가 되는 것이므로 현장실습에 성실히 임해야 한다.

또한 방학이라는 긴 휴가는 딱히 지켜야할 구속이 없다. 학교를 가지 않으니 하루 종일 어떻게 시간을 보낼 것인가는 모두 학생 각자의 결심에 따른다. 더위라는 날씨와 더불어 자유는 오히려 나태함을 유도한다. 하지만 대학 시절은 각자의 개성과 다양한 정체성을 확립해야 할 시기다. 지금의 우리나라 취업시장이 어둡다고 전공공부에만 얽매여 있거나 스펙을 쌓는다고 모든 시간을 쏟아 부을 수는 없다. 대학을 다니는 근본 목표는 취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오히려 보통의 시민, 교양있는 시민, 인생의 아름다움과 삶의 즐거움을 배우는 내적 성장의 힘을 대학생일 때 갖추어야 한다. 인간 본연의 가치에 대한 관심과 자아 발견, 인생의 가치관을 심도있게 고민할 시기도 이번 방학이 적합한 때이다. 젊음의 순간들을 추억으로도 만들어야 할 것이며 우리가 사는 사회와 경제에도 관심을 가지며 문제의식을 가지고 바라보는 올바른 시민의로서의 판단력도 형성할 때이다. 이 모든 것은 독서로 가능하다.

지난 5월에 우리 대학교에서 청춘독서를 발간했다. 이 책은 전교생에게 독서를 권장할 목적으로 방학을 맞으며 배포되었다. 독서의 필요성을 제시하며, 50여 명의 교수가 한 권씩 책을 소개하며 추천하고 있다. 바른 가치관을 갖게 하며 논리적 사고와 상상력을 키우는 데는 독서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고 강조한다. 이 책 중에 글을 살펴보면 기계가 할 수 없는 일을 하지 않으면 결코 미래에 안정된 삶을 구가할 수 없다. 그러기 위하여 자신부터 잘 알아야 한다. 인간에 대한 본원적인 이해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문학, 역사, 철학, 인류학, 고고학 등을 우리는 기반 지식이라고 한다. 이 분야의 책을 읽는 것이야말로 인간을 인간답게 살아가는 지름길을 확보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청춘독서; 한기호, p20)라고 하면서 독서를 권한다. 시간적 여유가 많은 방학은 독서하기에 가장 적절한 시간이다.

비록 우리 자신이 지금은 부족할지라도 현재의 자신을 탓하거나 포기하지 말고, 나를 알고 내일을 준비하는 방학이 되도록 하자. 전문가를 키우는 전공 실력과 슬기로운 눈을 뜨게 하는 독서를 통해 만들어진 지혜가 여러분의 자산으로 형성될 것이다. 나와 세상을 안다면 백 가지 어려움에 부딪혀도 위태롭지 않게 된다. 아니, 나는 세상을 미리 알기에 이번 방학은 나를 준비하는 시간으로 보내야겠다.



신구학보사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올려 0 내려 0
유료기사 결제하기 무통장 입금자명 입금예정일자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새 학기를 맞으면서 (2015-08-31 00:00:01)
백마체전, 젊음의 향연 (2015-05-27 00:00:00)


가장 많이 본 뉴스

보도 여론 사람 교양 문화

포토뉴스 더보기

현재접속자 (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