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건은 2013년 1월 13일, 국가정보원이 서울시청 복지정책과 생활보장팀 주무관으로 근무하던 유우성(34)씨에 대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구속하면서 시작됐다. 검찰은 2월 26일 국가보안법상 간첩혐의 등을 적용해 유씨를 구속기소 했다. 당시 탈북자 신분으로 서울시 공무원에 특채로 선발돼 탈북자지원 업무를 담당하고 있던 유씨는 탈북자 200여 명의 명단과 정착상황 등의 정보를 빼내 북한 보위부에 넘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국정원과 검찰의 공조를 통한 1심 재판과정에서 유우성씨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였다. 이에 반해 검찰은 핵심 증거로 유우성의 동생 유가려 씨의 증언을 내세웠다. 동생 유가려 씨가 오빠인 유우성씨를 간첩으로 인정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2013년 4월 유가려 씨는 기자회견을 통해 조사과정에서 협박과 폭력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유가려 씨는 “국정원이 오빠가 간첩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면 형량을 낮춰주고 함께 한국에서 살 수 있도록 해 주겠다"며 회유했다고 밝히고 자신의 진술을 번복했다. 또한 검찰이 추가 증거로 제출한 유씨가 북한에서 찍었다는 휴대폰 사진이, 위치정보 조사 결과 북한이 아닌 중국에서 찍은 것으로 판명되면서 사건조작에 대한 의혹은 점점 짙어졌다.
결국 2013년 8월 22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간첩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하였고, 정착지원금, 주거지원금 부정 수령혐의, 여권법위반 등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추징금 2,565만 원을 1심 판결로 선고했다.
검찰은 즉각 항소했고, 그에 따른 추가 증거로 유우성이 중국과 북한을 오갔다는 출입국기록과 이에 대한 사실확인서 등 3개의 공문을 제시했다. 하지만 유씨의 변호인단은 검찰이 제출한 증거 서류의 도장, 직인 방식이 다르다며 반박하였고, 서울고법은 2013년 12월 검찰이 제출한 서류의 진위를 확인해달라는 사실조회서를 중국대사관으로 발송, 2014년 2월 14일 중국대사관으로부터 '해당 기록은 모두 위조'라는 회신을 받았다. 이에 대해 검찰은 조작의혹을 부인하였고, 유씨의 변호인단은 '위조 경위를 입증할 수 있다'며 맞섰다.
3월 28일로 예정되어 있던 항소심 결심 공판은 법원이 검찰 측의 공소장 변경 등의 사유를 받아들여 2주 연기됐고, 자동으로 최종 판결도 연기됐다. 하지만 판결이 어떻든 패소한 쪽이 항소하여 대법원까지 갈 것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이라 이 사건은 적어도 몇 년 동안은 일간지와 언론에 종종 다뤄질 듯하다.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가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언론에서는 이 사건을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이라고 보도했다. 유씨가 ‘간첩인가 아닌가’의 문제였다. 그러나 1심 판결에서 간첩혐의가 무죄로 나오고 항소에서 검찰 측이 증거자료로 제출한 문서들이 조작됐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이 사건은 ‘국정원 증거조작 의혹 사건’으로 불리게 됐다. ‘국정원이 조작에 가담했느냐 안 했느냐’로 초점이 맞춰진 것이다. 그리고 현재까지의 정황들을 놓고 봤을 때에는 ‘국가기관의 국기문란 사태’로 전환됐다고 할 수 있다. 아직 두 번의 판결이 남아 있긴 하지만, 국가의 안보를 책임지는 기관의 요원들이 검찰의 수사를 받고 구속, 체포되고 자살 기도까지 했으니 심각한 문제임은 분명하다. 심지어 대통령까지 유감을 표명하고 철저한 수사를 통해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길 요구했다. 더 이상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기 전에 이를 차단하고 국정 운영에 박차를 가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가의 안보를 위협하는 세력은 반드시 척결되어야 한다. 우리나라도 세계 모든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국익을 위한 정보활동은 포기할 수 없다. 하지만 정보기관의 부정적 과거에 따른 의혹의 눈초리는 여전히 날카롭다. 또한 이번처럼 증거 조작 논란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아직도 정보활동이나 탈북자 관리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익을 위한 정보활동은 계속하되 다시는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정비가 필요하다.
최진수 기자 dpjs9208@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