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여행, 누구에게나 아련한 기분을 또는 낭만적인 기분을 들게 하는 단어다. 5박 6일간 내일러(내일로 여행자를 지칭)로서 시간을 보낸 나는 말한다. 기차여행은 두근두근 설레는 것이 아니라 쿵쾅쿵쾅 가슴 뛰는, 내가 지금 여기 이곳에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하는 것이라고.
‘내일로’는 만 25세 이하의 내 외국인 청소년이 새마을호, 누리로, 무궁화호, 통근열차의 자유석이나 입석을 7일 동안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기차여행 상품으로 최근 대학생들의 로망으로 손꼽히고 있는 여행이다. 지금부터 내일로를 경험한 그대들에겐 추억을 되살리고, 아직 생각만하고 도전하지 못한 그대들에게는 용기와 의지를 북돋기를 바라며 5박 6일간의 이야기를 풀어볼까 한다.
내일로를 즐기는 3가지 TIP
우선 내일로 여행의 묘미는 가기 전 계획하는 것이 여행의 성공과 실패를 좌우한다. 그렇다고 해서 무리한 계획은 우연한 그리고 즉흥적인 여행의 묘미를 맛보지 못하고 계획에 쫓겨 배낭여행이 아닌 어느새 패키지여행을 와있는 기분에 빠질 것이다. 그러므로 여기서 TIP 하나, 10곳의 맛 집 찾는 것보다 내가 탈 기차 시간 하나를 제대로 알아놓는 것이 중요하다. 이 여행은 기차여행인 만큼 기차 노선에 맞는 지역선택과 기차 시간이 가장 중요하다. 또한 혹시 모를 상황을 위해 앞뒤 기차까지 알아 놓는다면 좀 더 여행을 여유롭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TIP 둘, 그곳에서만 즐길 수 있고 그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것들을 찾아가라. 여행은 일상에서 즐길 수 없는 재미를 찾아 떠나는 것이다. 그런데 여행을 가서도 일상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 혹은 편한 것을 찾아다니기만 한다면 여행을 백분 즐기기에는 적당하지 않다. TIP 셋, 낮엔 모험심 충만하게, 다음엔 조심성 있게 여행하자. 도심에서와 달리 내일로의 주된 곳은 대부분 잠잘 곳이 마땅치 않다. 그러므로 잠자리를 미리 정해놓고 간다면 돈도 아낄 수 있고 여행의 피로도 편히 풀 수 있을 것이다.
준비됐다면 역마다 각 고장의 특색을 찾아라
그럼 준비는 여기서 마무리 하고 이제부터 여행을 떠나보자. 우선 많은 사람들이 각자 계획을 짜고 자신들이 여행을 계획하기에 특별히 정해진 코스는 없다. 내가 갔다 온 코스는 안동-경주-부산-순천-보성-전주이다. 안동과 경주를 하루에 가기위해 우리는 월요일 새벽 3시에 만나 서울역으로 향했다. 기차안 사람들은 대부분 배낭을 멘 내일러들 이었다. 지친 여행이었는지, 꿈속에서도 여행을 계속하고 싶은 건지는 모르지만 모두 꿈나라 행 이였지만 우린 처음으로 친구와 둘이서 여행을 한다는 사실에 설레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그렇게 서울역에서 안동 가는 기차를 타고 도착한 안동, 안동의 느낌은 순박했다. 안동역은 어떤 역보다 아담하지만 내일러들을 위한 편의 시설이 잘 마련되어 있는데 짐 보관소나 기차를 개조해서 만든 숙소가 그것이다. 우리 역시 그곳에 짐을 맡기고, 내일러들의 필수! 역마다 각 고장의 특색이 담긴 도장을 찍은 뒤 소문난 안동찜닭을 맛보기위해 찜닭골목으로 향했다. 오기 전 블로그에서 보니 둘이서 한 마리를 먹기엔 무리가 있어 대부분 반 마리를 시킨다고 한다. 그러니 괜한 식탐에 무리하기보단 적당량을 시켜 먹도록 하자. 배를 채운 뒤 도착한 곳은 하회마을, 하회마을은 600년간 기와와 초가집이 잘 보존되어 있는 곳으로 낙동강이 둘러 흐르는 모습이 무척 아름답기로 소문난 곳이다.
모험심을 자극하면, 재미는 배가된다
다음에 도착한 곳은 경주, 경주는 이번 여행에서 가장 멋지고 재미있었던 곳으로 최고라고 꼽고 싶다. 수학여행의 정석인 경주, 처음에 경주를 가는 것에 대해서 회의적이었다. 하지만 도착한 경주의 모습은 기와집처럼 만든 역의 외관부터가 남달랐다. 짐을 풀기 위해 도착한 게스트하우스, 처음만나는 사람들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전부터 알았던 사람같이 정답게 맞아주시고 그곳에 있는 사람들 역시 같은 여행자여서 쉽게 마음을 열고 인사를 나눌 정도로 친절했다. 게스트하우스는 여행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숙박시설로 공동 객실, 화장실 등 여러 편의 시설을 갖춘 곳이다. 다양한 지역에서 온 사람들이지만 거의 다 내일러라는 공통점으로 인해 서로의 이야기를 하며 소통하는 것이 쉬웠다.
그렇게 날이 밝았고 게스트하우스에 있는 자전거를 빌려 경주를 돌기로 했다. 경주에는 내일로 도장처럼 ‘경주 역시 문화탐방 스탬프 투어’라는 것이 있어 우린 도장을 다 찍는 것을 목표로 삼고 다녔다.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공원이 아닌 도로를 달린다는 것, 잘 볼지 모르는 지도만을 의지한다는 것들이 그동안 잊고 지낸 모험심을 자극했다. 우리의 모험은 성공적이었다. 자전거로 한 시간 이상이 걸리는 불국사나 석굴암을 제외하고는 모두 도장을 찍은 것이다. 햇볕이 내리쬐는 날씨에 여행을 위해 준비해 온 물병하나에 의지해 시원한 바람을 가르며 자전거를 타고 달린 시간은 정말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다.
역사기행, 자연기행 등 경주의 미(美)를 봤다면 이제는 주린 배를 채울 시간! 경주에는 전국적으로 3대 김밥으로 불리는 유명한 교리김밥이 있다. 계란지단이 굉장히 가득 차있는 이 김밥은 정말 색다른 맛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잊을 수 없을 정도로 맛있었다. 또 하나 경주역에서 좀 걸으면 나오는 ‘대구갈비’라는 식당의 돼지갈비찜은 정말로 여행 중에 먹었던 음식 중에 단연 최고였다. 제육볶음 같은 외관이지만 다 먹은 뒤 비벼먹는 밥은 환상 그 자체이다. 어느새 행복한 시간이 흘러 경주에서의 마지막 밤, 너무 좋았던 시간이었기에 더욱 아쉬웠다. 모르는 사람들, 친한 친구, 누군가의 감미로운 기타 연주, 낮선 곳. 이 오묘한 조합들은 최고의 하모니로서 경주에서의 그 마지막 밤을 추억하게 했다.
여행은 나를 찾기 위한 내면 여행이기도 하다
그리고 도착한 부산, 순천, 보성 이 세 곳은 날씨가 무척 안 좋아서 즐기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안 좋은 날씨 속에서도 가장 멋졌던 곳은 순천이다. 순천만 갈대숲의 푸르름,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갈대할아버지, 할아버지는 어렸을 적 만들어 놓으셨다는 푸른 갈대 바람개비 만드는 법을 알려주셨다. 별것 아닐 수 있는 바람개비이지만 모르는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바람개비 할아버지는 갈대숲만큼이나 잊지 못할 기억이 됐다.
마지막 목적지 전주, 쉽게 설명하자면 인사동 같은 곳이다. 하지만 인사동보다 진짜 전통이 있다. 인위적이지 않은 진짜 시간의 흐름이 느껴지는 전통. 그리고 전통한지 공방 핸드메이드 인형을 만드는 공방 그리고 그림 작가들의 화방도 많았다. 그중에서도 불이 꺼진 화방에 전등과 그림에 빠져 들어서 곳, 그곳에서 만난 작가 분의 느낌은 ‘자유’였다. 우리에게 원하면 해라. 내 삶의 나 이외의 사람들은 조연일 뿐인데 주인공인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못하면 되겠느냐며 자신의 이야기를 선뜻 들려주시며 우리 잔잔하게 잠들어있던 마음에 돌 하나를 던지듯 생각을 깨워주셨다. 여행 역시 내가 내 모습을 찾기 위해, 내가 원하기에 하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무언가를 원하고 하는 데까지 수많은 생각을 하고 그 고민 끝에 하는 일보단 하지 않는 일이 더 많다.
우리는 청춘이다. 그 자체로도 우리가 무엇을 하든 손가락 받지 않을 수 있는 지금, 우리 모습 그 자체가 너무나도 아름다운 지금 우리는 하고 싶은 일을 하는가? 나는 그 질문에 답을 찾는 방법으로 내일로 여행만큼 적합한 것은 없다고 본다.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가 내게 답을 건네고 여행을 하며 그들의 이야기 듣고 내 이야기를 나누며 나를 만나는 일. 나를 찾는 일에 망설이지 마라. 젊지만 망설이고만 있기엔 우리의 시간은 너무나도 소중하다.
이은지 기자 oh_0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