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말 하나만 사러 나왔다가 무심결에 침구류 코너에서 30분째 쇼핑을 하고있는 사람 길을 헤매 백화점 지하 2층 푸드코트까지 내려간 사람 사실 누군가 아주 치밀하게 설계한 공간의 유혹에 넘어간 결과일지도 모른다. 그들의 변태적 정밀함으로 인간의 행동을 조련하는 듯한 알면 알수록 신기한 공간의 심리학 세계를 파헤쳐보자.
우린 지금이 몇 시인지 몰라요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 정문은 큰 유리문으로 돼 있다. 그런데 막상 안에 들어가면, 자연광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특히 식품관은 사방에 창문이 있는 경우가 드물다. 이는 사방 벽에 창문을 없애 시간 개념을 잃게 만들고 고객들을 더 오랜 시간 동안 두고 쇼핑을 하게 하려는 판매수법인 것이다. 또한 1층에는 화장실이 없고 2층에만 화장실이 있다. 그 이유 또한 2층부터가 각종 의류매장이 자리잡고 있기에 고객들이 상품을 보고 갈 수 있도록 설계하여 시선을 집중시키기 위한 것이다.
출구는 어디에...?
다이소의 고급버전이라고 불리는 이케아 매장은 미로 같은 형태로 출구를 찾기 힘들게 설계했다. 이케아 매장 내의 상품 배치를 따라가다 보면 고객들은 출구 쪽으로 가기보다는 매장 안을 빙빙 돌며 전시된 상품들을 둘러볼 수밖에 없다. 이는 이케아의 속임수로 손님들을 매장 안에 붙잡아두기 위한 전략으로 실제 이케아를 찾는 고객들이 매장 안에 머무는 시간은 평균 3시간을 조금 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8시간 이상 머무는 사람들도 상당수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게다가 이케아는 싼 가격과 뛰어난 디자인을 무기로 상품을 주력하는 곳이기에 매장 안을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보면 고객들을 가성비 상품 유혹에 지갑을 열게 되며, 1만에서 10만 평 이상 되는 그 넓은 곳을 둘러본다면 금새 날이 저물 정도다.
손님 맞으신가요? 필요하시면 여기 있어요.
애플스토어의 가장 큰 목적은 제품 판매보다 브랜드 경험을 극대화해 전면을 투명한 유리로 외부와 경계를 허물고, 누구나 자유롭게 들어올 수 있는 개방감을 제공해 브랜드에 대한 신뢰를 심어준다. 내부는 고객이 모든 제품을 직접 만져보고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는데, 이는 단순한 구경이 아니라 직접 경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구매로 이어지도록 설계된 것이다. 또 넓은 공간과 단순한 동선, 은은한 조명은 제품에 집중하도록 유도하며, 고급스럽고 미니멀한 분위기를 통해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보여준다. 일부 대형 매장은 계단과 라운지를 마련하여 고객들이 편히 쉴 수 있게 되어있다.
눈높이엔 인기템, 발끝엔 숨은 보물
무신사 매장의 핵심 목적은 단순히 의류를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스트릿 패션 문화를 체험하고 브랜드와 연결하게 만든다. 매장은 구역별로 제품을 나누어 배치하고, 좁고 길게 뻗은 동선을 활용해 고객이 자연스럽게 매장을 탐색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또한 포토존과 시각적 요소를 곳곳에 배치해 체류 시간을 늘리고 발견의 즐거움을 제공하며, 눈높이와 하단 진열을 달리하여 인기 제품과 액세서리 모두를 주목하게 하며 한정판과 콜라보 상품을 강조해 소유 욕구 구매 심리를 자극한다.
이민성 기자 ac1sg23@g.shing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