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성인뿐만 아니라 영유아까지도 예전보다 집중을 오래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 결과 ADHD 진단을 받는 사람들 역시 늘어나고 있다. 나는 이러한 현상의 가장 큰 원인은 휴대전화, 특히 ‘쇼츠’, ‘릴스’ 등 짧은 영상이라고 생각한다. 짧은 영상은 빠른 자극으로 도파민을 분비해 즉각적인 쾌락을 제공한다. 이런 특징 때문에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영상을 소비하게 된다. 나 역시 대학 동기와 대화를 나누던 중, 쇼츠 때문에 새벽까지 잠을 못 잤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대학 동기는 쇼츠를 계속 내리다 보면 ‘더 이상 영상이 없다’라는 문구가 나온다고 했다. 나는 그전까지 영상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그래서 이 문구가 좀 더 일찍 뜬다면 사람들의 쇼츠 시청 시간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또 내가 쇼츠나 릴스를 오래 보게 되는 이유 중 하나가 내리기만 하면 새로운 영상이 계속 나오고, 뒤로 가기를 눌러도 알고리즘이 내 관심사에 맞춘 영상을 다시 불러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항상 ‘이것만 보고 꺼야지’ 다짐하지만 결국 1~2시간이 훌쩍 지나 있곤 한다. 이렇게 짧은 자극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니까 긴 영상을 볼 때 지루함을 느껴 배속재생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글이 많은 것을 볼 때도 처음엔 집중해서 읽다가 금세 산만해져서 결국 다른 사람이 요약해 놓은 글을 읽게 된다. 이처럼 사람들은 점점 긴 콘텐츠보다는 짧고 간단한 콘텐츠를 선호하게 되었고, 이런 흐름은 드라마나 예능 같은 장르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요즘엔 드라마, 서바이벌 프로젝트, 예능 등 전체 영상 대신 짧은 시간 안에 몰아보는 형태의 영상으로 편집되어 나오고 있다. 전체 영상으로 보기엔 길고 지루하니까 재밌는 부분만 짧게 요약해서 보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결국 뇌에 지속적인 자극을 주며 ‘팝콘 브레인’을 초래한다.
팝콘 브레인은 팝콘처럼 계속 튀어 오르듯이 주의가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뇌 상태를 이야기한다. 이 현상은 성인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어린이집 교사로 일할 때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반 영아들 대부분이 요즘 유행하는 노래와 밈을 알고 따라 부르는 모습을 자주 봤다. 알고 보니 부모님 휴대전화로 직접 쇼츠와 릴스를 본다고 했다. 즉, 아이들조차도 짧고 강한 자극에 길들여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과잉행동을 하거나 감정 조절을 하지 못하고 충동적으로 행동하는 아이들이 많았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몸소 느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대안을 찾을 수 있을까?
몇 년 전부터 ‘물멍’, ‘불멍’ 등 멍때리기가 유행했다. 나는 이것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 의도적으로 휴식을 취하며 자극에서 벗어나면 뇌가 다시 몰입할 준비를 할 수 있다. 결국 디지털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완전한 단절이 아니라, 스스로 균형을 찾는 방법을 마련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