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위생학과 25학번으로 신입학한 나는 새내기이자 헌내기다. 현역 대학교를 졸업한 뒤 이런저런 다양한 일을 하다가 약 10여 년 만에 다시 대학에 왔다. 새로운 분야로 다시 시작하게 된 계기는 몇 년 전 여러 가지가 맞물려 진로에 대한 복잡한 마음이 강해지다가 의료 봉사를 갔던 게 트리거가 됐다.
현역 학부 땐 관심이a 많던 콘텐츠 쪽을 복수전공하고, 메인으로 자연과학 분야를 전공하는 학생 연구원으로 일했다. 어릴 적부터 꿈이었던 과학자가 되기 위해 대학원에 갈 예정이었지만, 막상 졸업반이 되니 경제적인 부분이 많이 걸렸다. 그래서 대학원을 포기하고 평소 내 장점이라 여겼던 인간관계에 대한 다분한 능력을 살려 서비스업 쪽으로 취업했다. 그렇게 몇 년간 서비스직에 종사하며 재정을 쌓고 취미로 촬영하면서 해외여행도 많이 다니며 20대를 후회 없이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출근만 하면 정말 너무 힘이 들었다. 사회 초년생이라 회사 생활에 적응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지만 그게 주된 이유는 아니었다.
가장 힘들었던 점은 해 뜰 때 출근해서 해질 때 퇴근하며 인생에서 많은 시간을 회사에서 보내는데 내가 그 일을 하기 위해 태어난 게 아니란 생각이 계속 누적되면서 지쳐가고 있었다. 그렇게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하던 중 한 행사의 응급의료 팀으로 지원을 나가게 되었고, 의료인은 아니지만 일반인들도 할 수 있는 일들이 있었다. 그때 공황장애로 인해 호흡 곤란이 심하게 온 환자가 발생했고, 의료 지식이 많지 않던 난 비닐봉지만 쥐여 준 채 더 도울 수 없는 내 자신이 많이 답답했다. 그때 의료 지식을 조금이라도 습득하고자 결심하고 간호조무사를 취득하게 되었고, 병원에 취업한 이후 꾸준한 의료봉사에서 치과팀 어시를 하게 되었는데 그때 그 일이 내 천직이라는 것을 알았다.
서비스직에서 고객을 응대하던 경험이 병원에서 환자를 대할 때 필요를 발견하고 채워주듯 치과의사가 편하게 진료할 수 있게 보조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현역 때 전공한 생명과학이 2번째 대학의 전공을 공부할 때 베이스가 되고, 환자 케이스를 정리 분석하는 데 도움이 됐다. 취미로 하던 사진 촬영은 학비, 생활비 등을 마련하는 데 재정적 뒷받침을 해주는 요소가 되었다.
그동안 주어진 삶의 최선이라 생각했지만 만족하지 못했던 지난 경험들이 진로를 찾아가는데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는 큰 발판들이 되었다. 그렇게 치위생학과에 큰 고민 없이 지원하게 되었고, 현재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시간이 정말 감사하고 행복하다. 나는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하는 그 과정이 결코 시간 낭비하는 것이 아닌, 다음을 준비하는 귀한 순간이 됨을 믿고 오늘도 최선으로 나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