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물은 전시장에 걸린 작품과 디자이너의 패션에만 한정되는 게 아니다. 우리 눈에 보이는 텀블러, 휴대폰, 책상마저도 고유한 디자인과 설계로 대개 저작권과 창작물로 인정받는다. 대기가 맑은 날이면 서울은 물론 경기권에서도 보이는 롯데월드타워가 대표적인 사례다. 사람들의 단순 체류 공간이 아닌 심미적•효율적 요소를 더한 문화복합공간으로, 영리기관과 비영리기관 상관 없이 감각 있는 건축물들로 거리에 들어서고 있다. 알고 나서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으니 스쳐지나가기 전에 이 기사를 훑어보는 건 어떨까?
디자인학도들에게 영감을 줄 성수
국내 젠트리피케이션의 아이콘인 성수는 낡은 기존 건물의 구조를 남기되 현대적이고 창의적인 디자인으로 리모델링해 복합 문화 공간, 갤러리와 카페로 탈바꿈하면서 팝업의 메카가 됐다. 성수의 맛있는 식당과 카페를 가는 길, 옆으로 보이는 건물들이 눈에 밟힌다면-!
#HAUS NOWHERE SEOUL
거대한 회색 콘크리트의 브루탈리즘적인 특징이 드러나는 아이아이컴바인드의 신사옥이 지난 6일 공식 오픈했다. 젠틀몬스터, 탬버린즈, 누데이크, 어티슈, 하우스 노웨어 총 5개의 브랜드를 전개하고 있는 국내 기업으로, 브랜드의 실험적 비전과 창의적 미학을 담아낸 건물외관을 주목받고 있다. ‘어디에도 없는 공간’이라는 개념 아래 진행되는 FUTURE RETAIL 프로젝트 HAUS NOWHERE의 첫 번째 건축 프로젝트인 하우스 노웨어 서울은 ‘되돌아온 미래’를 주제로, 아이아이컴바인드의 철학과 기발한 상상력을 건축 형태로 구현했다.
#필로미빌딩
건물 하층부를 기둥으로만 지탱하고 벽을 없애 개방한 공간을 의미하는 건축 용어 필로티(Piloti) 구조는 성수동 고가 구조물에 필연적인 디자인일지도 모른다. 필로미 빌딩은 소수건축사사무소의 건축 및 공간을 매개로 한 일련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건축가 그룹의 건물이다. 필로티를 두 개의 큰 아치 구조로 계획하고, 상부층은 그 구조에서 자라나 하나로 엮여 있는 입면 계획을 했다. 필로티의 바닥 역시 붉은 벽돌로 마감하여 땅에서 시작해서 건물 전체가 유기적으로 연계되게 계획했다. 아치 형태의 필로티는 큰 도로에서 후면의 막혀있던 도로를 연결하는 새로운 가로 경험의 공간이 된다.
#코너50
성수동 코너(이하 코너) 19, 25, 50 프로젝트도 이러한 상황에 기인한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다. 홍콩의 저명한 부동산 디벨로퍼가 한국에 현지 법인을 세우고 투자를 시작했는데, 첫 번째 타깃이 바로 성수동 일대였다. 성수동 일대 세 곳 필지를 구입해 오피스 건물을 신축하게 됐다. 2018년 처음 설계에 착수했고 코너 50을 마지막으로 세 건물을 모두 준공한 시점이 2022년으로, 설계에서 시공까지 총 4년이 걸렸다. 디자인적 디테일이 가미된 전면 창호로 쾌적한 공간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주변 경관을 심미적으로 고려한 디자인을 계획했다. 특히 외관에서 눈에 띄는 계단식 외부 발코니는 공간의 질을 높이기 위해 구현되었다. 실내 이용자에게 쾌적한 휴식공간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녹지가 있는 발코니를 계획한 것이다. 이 발코니는 외관에서도 반복적으로 변화하는 디자인 요소로 이목을 끈다. 현재 웹툰 플랫폼 기업 레진코믹스가 해당 건물에 입주해있다.
우리의 삶에 필요한 건 성글고도 먼 여백
대단지아파트 리노베이션, 말만 들으면 휘항찬란하지만 이건 서울을 가장 잘 설명하는 단어다. 벌집처럼 다닥다닥 아파트에 모여 빨리, 빨리. 삶의 여유없이 분주하게 보내며 집 바로 앞에 상권, 집 바로 옆에 문화시설과 대중교통이 있는 위치를 원한다. 어쩌면 우리는 약간의 거리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베란다 커텐을 열었을 때 맞은편 아파트 사람보단 창창한 하늘과 따스한 정오의 빛이 스며드는 그런 공간 말이다.
신서현 기자 mareavium@g.shing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