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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악인 엄홍길 “자신감, 용기, 열정을 가지고 힘차게 꿈을 향해 도전하시길”

등록일 2016년01월08일 00시00분 URL복사 프린트하기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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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16일, 황정민이 주연을 맡은 영화 '히말라야'가 개봉했다. 산악인 엄홍길의 히말라야 등정기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이 영화는 다시금 사람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2001년 아시아 최초로 히말라야 8,000m급 14개 봉우리를 완등하고, 세계 최초로 16좌 등정에 성공한 산악인 엄홍길. 그가 새해를 맞아 신구인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메시지를 전했다.






안나푸르나
. 8,091m풍요의 여신이라는 이 산은 내가 네 번을 도전해서 실패하고 다섯 번째인 45기만에 성공한 산이다.

19973번째 도전할 때 해발 5,500m 설원지대에서 무릎까지 빠지는 눈길을 헤치며 힘겹게 걸어가고 있었다. 당시 내 앞으로 30여 미터의 거리를 두고 셀파(Sherpa: 히말라야 고산 등반에서 안내인 역할을 하는 티베트족 계열의 고산족) 나티가 걸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잠시 고개를 숙이고 드는 순간 눈에 보여야 할 나티가 없어졌다. 눈을 부릅뜨고 살펴보니 눈이 푹 꺼진 시커먼 부분이 보였다. 황급히 달려가 보니 빙하가 갈라진 상태고 아래는 바닥이 보이질 않았다. 히든 크레바스(Hidden crevasse: 눈에 덮여 보이지 않는 빙하의 갈라진 틈)에 빠진 것이다. 빙하 속으로 나티를 불러보아도 대답이 없었다. 줄을 타고 내려갔지만 10여 미터 밑에 크레바스가 좁아지면서 그 사이에 끼어서 숨을 거둔 상태였다. 시신을 끌어내고 운구를 해서 헬리콥터를 불러 카트만두로 보내 유가족들과 장례절차를 마치고 우리는 돌아왔다.

그리고 1년 후, 나는 안나푸르나를 4번째 도전하기 위해 다시 산을 오르고 있었다.
안나푸르나 신이시여, 제발 이번만큼은 저희들을 받아주셔서 성공하게 하여 주시옵고 아무런 사고 없이 살아서 산을 내려갈 수 있게끔 보살펴 주소서라고 수없이 기도를 하면서 간절한 마음으로 한 걸음 한 걸음 정상을 향해 오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내 눈 앞에 있던 동료 다와 셀파가 얼음사면 위로 미끄러져 내려왔다. 순간 나는 동료를 살려야겠다는 생각에 셀파의 몸에 묶인 줄을 잡아당겼다. 그러나 이미 가속도가 붙은 다와 셀파는 제동이 걸리지 않았다. 내가 멈추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국 줄이 내 발을 휘감으며 같이 떨어지고 말았다. 눈 속에 쳐박혀 정신을 차리고 보니 다와는 멀쩡하고 나는 오른발이 180도로 완전히 돌아간 상태였다. 정신을 차린 나는 돌아간 다리를 돌려봤지만 이미 부러진 다리는 고정이 안되고 멋대로 덜렁 덜렁 흔들리고 있었다.

그 당시 고통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사고가 난 곳이 해발 7,600m 지점이었다. 그 때부터 나는 살아서 내려가기 위해 한 발로 깎아지는 빙벽, 설벽, 암벽을 줄을 타고 내려오고, 기어가고, 미끄럼을 타며 결국 23일 만에 4,500m 지점까지 죽음의 터널을 기적같이 빠져나온 것이다. 엄청난 사고가 난 상태에서 그런 다리를 가지고 고통의 눈물을 흘리며 산을 내려올 때 나는 마음 속에 굳게 다짐했다.

안나푸르나 신이시여, 저는 꼭 살아서 내려가야 됩니다. 왜냐구요? 저는 꿈이 있습니다. 목표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꼭 살아서 내려가서 다리를 고쳐 다시 안나푸르나를 올라가 성공을 하고 다른 산을 또 도전해야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꼭 살아서 내려가야 됩니다. 살아있는 한 저는 절대로 절망도 포기도 안 할 것입니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엄청난 고통을 이겨내며 내려왔다.

내가 죽음의 지대, 죽음의 터널을 빠져나와 살 수 있었던 것은 마지막 순간에도 목표와 신념을 버리지 않고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간은 희망 없이는 단 몇 초도 살 수 없다. 내 경험상 희망은 보이지 않는 것도 보이게 해주고, 붙잡을 수 없는 것도 붙잡게 해주며 불가능한 일도 성취하게 해준다고 생각한다.

나는 헬리콥터에 구조돼 네팔 병원으로 긴급 후송되었으나 너무 크게 다쳐 현지 수술이 어려워 한국으로 다시 후송돼 종합병원에서 대수술을 받았다. 의사 선생님께서 더 이상은 산을 오를 수 없다고 사형선고 같은 말씀을 하셨음에도 불구하고 10개월 만에 뼈에 박힌 쇠 핀 두 개를 뽑지도 않은 상태로 안나푸르나를 다섯 번째 도전하였고, 결국 멀쩡한 두 다리로도 네 번씩 실패한 안나푸르나 정상에 올라선 것이다.

이후로도 이런 장애를 가진 다리로 계속 8,000m를 도전해서 16좌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내가 성공하고 살아서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성공보다도 많은 실패가 있었으므로 더욱 더 내외적으로 강인해질 수 있었고, 그 어떤 시련과 고통, 좌절을 겪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꿋꿋이 힘차게 도전하지 않았나 싶다.


여러분들은 가장 소중한 자산이 있지 않습니까.

젊음, 패기, 열정.

무엇이 두렵습니까. 두려움은 바로 자신의 마음에서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을 이겨내는 순간 두려움도 떨쳐버리게 되고 자신감과 용기가 생길 것입니다. 실패를 두려워 마십시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란 말이 있지 않습니까. 도전하는 자만이 성취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위대한 일일수록 열정 없이 이루어진 일은 없습니다.

자신감, 용기, 열정을 가지고 힘차게 꿈을 향해 도전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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