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 엘리엇/스티븐 달드리/2000년
「빌리 엘리엇」은 가족의 반대와 세상의 편견을 딛고 자신의 꿈을 이루는 내용으로 어찌 보면 흔한 소재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내용을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따라 재미와 감동의 깊이가 달라기도 한다. 이 영화는 보는 사람에게 오랜 여운을 남기고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 명작 영화 「빌리 엘리엇」을 지금부터 소개한다.
빌리, 새로운 삶에 눈뜨다
영화의 배경은 1984년 영국 북부의 한 탄광촌이다. 이 동네 사람들은 대부분 광부로 일했고 자식들도 광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갔다. 그래서 빌리 또한 아버지의 권유로 매일 권투 연습을 하며 광부가 될 준비를 하지만, 한번도 광부 일이 적성에 맞다고 생각한적이 없다. 그러다 우연히 빌리가 있던 체육관에서 윌킨슨 부인이 지도하는 발레 수업 현장을 보았고 빌리는 단숨에 발레에 마음을 빼앗겨버린다. 그 후 빌리는 윌킨슨 부인에게 발레를 배우게 되고 그녀는 빌리의 천부적인 재능을 알아채 전문적으로 배울 것을 빌리 아버지에게 권하지만, 아버지는 ‘남자가 무슨 발레냐’며 반대한다. 과연 빌리는 발레를 이어갈 수 있을까?
명장면➀ 아버지의 변화와 희생
크리스마스 이브, 빌리 아버지는 체육관에서 진지한 표정으로 열정적이게 춤을 추는 빌리를 보고 마침내 마음을 바꾸게 된다. 빌리가 런던으로 오디션을 보러가는 날, 차비와 학비가 필요해 아버지는 결국 파업을 중단하고 돈을 벌기 위해 갱도로 내려가게 된다. 그로 인해 함께 일하던 동료들에게 돌을 맞고 배신자라는 욕을 듣게 되지만 빌리를 위해 꿋꿋이 광산으로 들어간다. 아버지의 희생정신이 나타나는 이 장면은 「빌리 엘리엇」의 빼놓을 수 없는 명장면 중 하나다.
명장면➁ 꿈을 이룬 빌리
「빌리 엘리엇」의 또 다른 명장면은 영화의 마지막 부분인 빌리가 무대에서 <백조의 호수>를 공연하며 힘껏 날아오르는 장면이다. 그 모습을 보고 빌리의 아버지가 순간 숨이 멎었던 것처럼 이 장면을 본 관객들도 감동에 젖었을 것이다. 그렇게 빌리가 마치 백조가 된 듯이 날아올라 멈춘 후 영화는 끝이 나고 이는 마침내 꿈을 이룬 빌리가 더 이상 하강하지 않는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한다.
영화의 또 다른 주역, 음악
이 영화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은 음악이다. 주옥같은 명곡들이 장면마다 의미있게 흐르는데 가장 먼저 T.Rex의 <Cosmic Dancer>로 영화의 시작 부분에 틀어진다. T.Rex는 글램록으로 화려한 의상과 짙은 화장을 한 남자 가수들이 나와 마치 남녀의 성 역할을 바꾼듯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발레는 남자가 하는 것이 아니다’와 같은 세상의 편견과 맞서야 했던 상황이 일맥상통한다. 다음은 The Clash의 <London Calling>이다. 이 곡의 가사 중 ‘런던은 물에 잠기고 있다. 그리고 나는 강변에 살고 있다’는 가사가 유명한데 이는 하층민들에게 관대하지 않은 영국 경찰의 폭력성을 은유적으로 고발하고 있다. 이 음악은 탄광 노조 파업에 동참한 동료가 경찰에게 쫓기는 추격 장면에서 흘렀다.
김채영 기자 coduddl78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