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닫기


벼과(科) 식물, 모든 지구 생명체들에게 축복 - 원예디자인과 전정일 교수

등록일 2012년09월18일 00시00분 URL복사 프린트하기 쪽지신고하기
기사글축소 기사글확대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원예디자인과 전정일 교수

어느 날 아프리카의 사바나 초원을 여행하다 문득 이 말이 떠올랐다. ‘벼과 식물은 우리에게 축복이다라고. 이 말이 떠오르게 된 것은 그 광대한 사바나 초원을 차지하고 있는 많은 식물들이 식물학적으로 보았을 때 벼과()’라고 하는 종류에 속하는 것을 알아차린 순간 이었다.

그렇지만 드넓은 사바나 초원을 메우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축복을 말하기에는 뭔가 아쉬움이 있다. ‘벼과 식물축복이라는 등식을 이해하기 위해서 잠시, 따분했던 중학교 생물 시간으로 돌아가 보자. 그 때 배웠던 ------이란 단위들을 기억들 하시리라. 왜 배워야하나 라는 의문과 복잡하고 어려웠던 기억들이 대부분이겠지만 우리 인간을 포함한 생물을 이해하는데 유용한 단위이다. 가장 큰 단위가 이고 가장 작은 단위가 이다.

지구상에는 약 25의 식물이 살고 있는데 이를 좀 더 큰 단위인 로 묶어보면 최대 400가 된다. 이 과들 중의 하나가 벼과이다. 이제부터 벼과 식물이 왜 모든 지구 생명체들에게 축복이 되는지 살펴보자.

우선 지구상에서 가장 우월하다고 스스로 여기는 우리 인간들부터 보면, 전 세계 인구 중 약 30억 명 정도가 주식으로 하는 이 바로 라는 식물의 열매이다. , 25억 명 정도는 을 주식으로 하는데 도 벼과 식물이다. 그러니까, 70억 명의 인구 중 80% 가까이가 벼과 식물에 의존해서 생명을 유지하는 것이다. 우리가 건강식으로 즐겨먹는 보리도 역시 벼과 식물이다. , 인도나 네팔에 사는 사람들 중에는 라는 벼과 식물을 주식으로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들을 포함하면 벼과 식물에 의존하는 비율은 더 늘어날 것이다.

인간이 여러 목적으로 기르는 가축들을 살펴보자. 가축에게 사료로 주는 대표적인 곡물이 옥수수 인데, 이 역시 벼과 식물이다. 덧붙여서 가축이 먹는 싱싱한 풀들 중에 벼과 식물이 많은 것은 당연하다.

처음 이야기했던 사바나의 초원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생각해보자. 앞에서 얘기했듯이 드넓은 초원에는 벼과 식물들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제 이 풀들을 기린, 버팔로, 코끼리 같은 초식동물들이 뜯어먹는다. 이런 초식동물들을 다시 사자나 표범과 같은 육식동물들이 잡아먹을 것이고, 동물들이 죽게 되면 작은 동물이나 미생물들이 죽은 동물의 사체를 분해할 것이다. 분해된 물질을 다시 식물이 흡수해서 자라고, 초식동물이 또 먹고. 이렇게 생태계의 물질 순환의 큰 고리가 형성되게 된다.

이렇게 사바나 초원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지구의 다른 모든 곳에서도 똑같이 벌어지고 있다. 이 순환의 고리가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들이 건강하게 삶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그런데 벼과 식물은 지구의 가장 추운 곳에서부터 가장 더운 곳까지, 그리고 식물이 살 수 있는 가장 낮은 곳에서부터 가장 높은 곳까지 어디에나 분포한다. 그러니까 지구에 살고 있는 생명체들은 벼과 식물이 이어주는 생명 고리에 모두 연결되어 있다고 좀 과장해서 말할 수도 있다. 바꾸어 말해서 지구의 모든 생명체들은 벼과 식물의 축복 속에 살아간다고 할 수 있다. 정말 감사할 일이다.

자연 상태에서 이 생명 고리는 초식동물이 너무 많아진다든가 하는 식으로 어느 한 부분이 커지면 금세 조절 기능이 작동해서 균형을 잘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고리가 끊어진 곳들이 많아지고 있다. 바로 우리가 모여 사는 도시라는 곳이다. 모두 알다시피 시멘트 건물과 아스팔트 포장은 생명의 순환 고리를 끊고 있다. 식물원이나 도시숲과 같은 생명의 순환 고리가 살아있는 공간을 우리 주변에 조금이라도 더 만들려고 노력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는 것이다. 그곳에서 벼과 식물들이 행복하게 살아가고 우리 후손들도 영원히 벼과식물의 축복 속에 살아갈 수 있도록.

신구학보사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올려 0 내려 0
유료기사 결제하기 무통장 입금자명 입금예정일자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가장 많이 본 뉴스

보도 여론 사람 교양 문화

포토뉴스 더보기

현재접속자 (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