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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시대, 신구의 힘 - 글로벌경영과 이종욱 교수

등록일 2014년05월27일 00시00분 URL복사 프린트하기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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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욱 교수(글로벌경영과/대학발전연구원 원장)

2011년 봄, 자본과 지식의 중개자로 전락한 대학의 모습을 비판적으로 쓴 대학의 몰락이란 도발적 제목의 책을 읽었던 적이 있다. 대학을 매개로 하며 24년을 넘게 다닌 일터를 정리할 준비를 하던 시절이라 그 책의 울림이 더욱 크게 다가온 것으로 기억된다. 그 후 대학에 자리를 잡고 대학에 대해 물음과 답을 해보곤 한다. 대학 현장에는 외환위기(IMF) 이후 대학개혁, 경쟁력강화, 시장주의, 구조조정, 특성화 등 대학의 근본적인 정체성을 흔들고 있는 키워드가 있다. 그런데 이러한 바람은 대부분 대학 밖에서 대학을 향해 불고 있다.

이처럼 대학이 처한 현실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점점 더 커져만 가고 있는데 그 중 핵심은 대학의 양적 팽창과 부실한 교육여건 문제이다
. 통계로만 보자면 1945년 광복 이후 대학 수는 11.8, 학생 수는 186.8배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OECD 가입국 중 우리나라는 85%(전문대는 94%)에 달하는 사립의존형 대학 체제가 대학 교육의 중심에 있는 것 또한 엄연한 사실이다.

2023년이 되면 고졸자 수가 2013년 대학 입학정원의 3분의 2 수준으로 급감한다고 한다. 입학정원을 현 상태에서 유지할 경우 2019년부터는 입학정원보다 고졸자 수가 적어지는 상황이 전개되고, 이후부터는 정원 미달 사태가 속출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고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우선 지방대가 몰락하고 고등교육 생태계가 황폐화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물론 이러한 문제발생에 대한 원인제공자가 누구인가를 떠나 줄곧 양적 팽창 위주로 성장해온 대학의 질적 발전을 위해서도 일정 규모의 축소는 일면 불가피하다고 본다. 더불어 이러한 정원 감축에 따른 대학의 재정 손실에 대해 정부가 재정지원 방안을 적극적으로 마련한다면, 민간재원 중심의 사립대학 재정을 어느 정도 공공재원 중심으로 전환해 나갈 수 있는 긍정적 측면도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지난 1대학 구조개혁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2022년까지 대학 정원 16만 명을 감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2022년까지 총 3주기(1주기 3)로 나누어 대학을 평가하고 등급에 따라 최우수 등급을 제외한 모든 대학이 차등적으로 정원을 감축한다는 안이다. 그리고 이에 대한 정부 재정지원 방안으로 특성화 전문대학 육성사업을 공고하고 지난 4월 말 신청 마감한 바 있다.

이러한 현실 앞에서 우리 신구대학교의 일원으로 한 번 쯤 같이 숙고했으면 하는 점에 대해 몇 가지 적어보고자 한다. 우선 첫째로 체격의 문제이다. 우리 대학은 전국 전문대학 중에서 입학생, 재학생, 전임교원 수로 볼 때 최대 규모로 뽑힌다. 이러한 체격을 유지하자면 지속적인 성장 동력이 필수인데, 성장 동력을 창출할 수 있는 대내외 상황이 그리 녹록치 않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다. 우리 사회는 불확실성 및 불연속적 변화가 증대되고 점점 변화의 속도도 가속화되고 있다. 무한 경쟁과 패러다임 변화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는 최적화된 체격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둘째로 체력의 문제이다. 부가가치나 가치 사슬 측면에서 20세기까지는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산업경제의 시기였다. 그러나 21세기에는 지식기반경제 중심으로 급격히 전환되면서 지식기반 고도화 산업이 중요한 성장 요소가 되고 있다. 다행히 우리 대학은 지속가능한 경쟁우위 분야를 다수 보유하고 있지만, 소프트 경쟁력을 어떻게 확보하고 확장시켜 나갈지에 대한 차별화된 전략적 모델 개발과 육성 방안이 향후 중요한 관건이 될 것이다.

셋째는 체질의 문제이다. 우리 대학은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켜왔고 대학의 설립 이념과 정신을 굳건히 지켜왔기에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전문대학으로 자리매김 했다. 그러나 변화에 대해서는 일부 경직된 문화를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금처럼 패러다임이 격변하는 시기에는 환경변화에 신속하고 유연하게 대처하는 능력이 매우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전략적 민첩성을 키울 수 있는 체질전환이 어느 때 보다 필요하다.

우리 신구대학교는 분명 성공한 대학이다. 그러나 성공 뒤에 성공의 덫’(Success trap)이나 구조적 관성’(Structural inertia)이 숨어 있지는 않은지 살펴보아야 한다. 위기와 위험이 닥쳤을 때 흔히 인용되는 어휘로 “Think the unthinkable, Imagine the unimaginable”라는 경구가 있다. 생각할 수 없는 일을 생각하고, 상상할 수 없는 일을 상상해 대처하라는 뜻이다. 다시 한 번 위기를 도약과 성장의 기회로 만들 수 있는 핵심역량 강화에 더욱 집중해야 할 때이다.

거센 변화의 물결 앞에 우리 모두 스스로 대처할 수 있는 힘, 우리 신구대학교에는 있다. 무실역행(務實力行)이다.


신구학보사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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