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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하계방학특집①] 평범한 일상에 도전이라는 글자를 새기다

등록일 2013년08월09일 09시28분 URL복사 프린트하기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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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기가 시작되고 한 달 정도 지났을 때, 내가 꿈꾸어왔던 대학생들의 삶과 내 삶이 너무 다른 나머지 큰 충격에 휩싸였었다. 오로지 대학을 위해 살았던 내 인생이 무미건조해보였고 그 때문에 공부에 대한 흥미를 잃어가고, 하루하루 회의감에 빠져 생기 없는 얼굴로 다니곤 했었다. ‘내가 전공을 잘못 택한 것 일까?’, ‘내가 적응을 잘 못하는 것일까?’, 수많은 고민들에 휩싸였을 때 길을 가다가 벽에 붙은 15회 국토대장정 모집이라고 쓰여 있는 광고를 보게 됐다. 그때, ‘그래, 이거다. 걸으면서 그간 있었던 고민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 해 볼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말로만 들어왔던 국토대장정이었지만 내 자신을 다시 한 번 돌이켜 보기 위해, 열정 없는 나의 삶에 변화를 주기 위해, 그리고 내 인생의 뜻 깊은 추억을 만들고 싶어서 신청하게 됐다. 국토대장정은 내 안의 열정을 다시 불타오르게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기도 했다.

내 몸 안의 정열을 찾아내자
71, 드디어 대장정 출발의 날이 밝았다. 이른 아침에 잠에서 깨어 설레는 마음을 안고 어젯밤 싸놓은 가방을 챙기고 집을 나서 서울역으로 향했다. 서울역에서 버스를 타고 현장오리엔테이션이 열리는 순천으로 내려갔다. 순천에서는 23일 동안 텐트 치는 방법, 제대로 걷는 방법과 같이 대장정에 필요한 것들에 대해 배우는 시간이 있었고, 그 이외에도 전 기수들의 다큐영상을 보고, 또 서로를 알기위해 장지자랑과 같은 레크레이션도 진행되었다. 그렇게 23일 동안 생활하면서 대장정에 대한 설렘은 점점 더 커져만 갔다.6일차, 아침 일찍부터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이 오로지 뜨거운 햇살이 우리를 쏘아붙였다. 담양의 아름다운 메타세콰이어길을 따라 걷고 있었지만, 너무 뜨거운 햇살과 익어 오른 아스팔트 열기 때문에 우린 모두 지쳐가고 있었다. 그래서 다들 시원한 팥빙수 한 입만 먹으면 소원이 없겠다고 소원 반, 불평 반인 말을 외치고 있었다. 그런데 휴식지에 도착하기 전에 지원팀차량에서 윤종신의 팥빙수 노래를 틀어 주는 게 아닌가. 우리 모두는 에이 설마 팥빙수를 주겠어??”, “괜히 놀리지 마요!!”라고 하며 소리치며 노래 좀 끄라고 짜증을 냈다. 그렇게 휴식지에 도착했는데, 평소와 다르게 양복 입으신 분들이 계시고 무엇인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그때, 양복 입으신 분들 중에 한분이 나오셨는데 그분은 국토대장정 1기 때 참여하셨던 선배님이셨다. 선배님이 나오셔서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시며 한 말씀 하셨다. “여러분 이때 되면 드시게 싶은 게 하나있죠?, 제가 여러분을 위해 팥빙수를 가져왔습니다!!!” 우리는 모두 행복의 비명을 목청 터져라 외쳤다. 그렇게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었던 팥빙수가 간식으로 나왔다니, 팥빙수를 보자마자 감동의 눈물을 흘리고 먹기 아까워서 계속 팥빙수를 바라보면서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아끼다가 한 입 넣었을 때, 어릴 적 만화에서 보았던 것처럼 눈앞에 새로운 세상이 보였다. 마치, 북극에서 공수해온 빙하를 갈아서 만든 맛이랄까? 세상 제일의 맛이었다.

11일차, 대장정을 시작한지 절반이 지난날이기도 했지만, 부모님과의 만남이 있던 날이다. 부모님을 만나기전, 옷을 단정하게하고 탈취제도 뿌리면서 준비를 했다. 저 멀리서 부모님들이 걸어오시는 모습이 보이자, 하나둘 눈에는 눈물이 글썽였다. 드디어 부모님을 만났을 때 많은 부모님들이 눈물을 흘리셨다. 밖에서는 뽀얗고 약해보였던 자식들이 까무잡잡해지고 여기까지 버텨왔다는 것에 대견하고, 한편으로는 고생 때문에 걱정이 되어서였다. 오랜만에 만남 부모님과 함께 손을 잡고 그동안 나누지 못했던 말을 나누면서 숙영지까지 함께 걸었다.

18일차, 선배와의 만남이 있었다. 15회로 많은 선배 층을 갖고 있는 대장정 그래서 많은 선배들과 함께했다. 아직까지 대장정의 참의미를 모르고 있던 나에게 많은 선배들이 앞으로 내가 느끼게 될 감정, 생기게 될 생각에 대해 앞서 말해주셔서 많은 기대가 생기게 되었다. 20일차, 드디어 대장정의 마지막 밤이 되는 날이다. 모란에 있는 성수초등학교에서 둥그렇게 서서 촛불을 들고 한 명 한 명 돌아가면서 감사의 인사를 나누고 그동안 촬영했던 사진들을 보며 대장정 기간 동안 있었던 이야기들을 다시금 돌이켜 볼 수 있었다. 21일차, 마지막 날 탄천을 따라 그리고 한강을 따라 우리는 올림픽공원에 도착했다. 완주식이 있을 무대를 보자마자 내 심장은 뜨거워졌다. 그리고 무대를 향해 뛰어갔다. 완주가 선포되고 우리는 모자를 하늘위로 던지며 완주를 만끽했다.

내 삶에서 가장 뜨거운 심장을 품다
디지털 당신에게 드리는 최고의 아날로그.’ 9회 박카스 대학생 국토 대장정의 슬로건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 말이 올해로 15회를 맞는 박카스 대학생 국토대장정을 가장 잘 설명하는 말이자 대장정이 어느 국토대장정보다 아날로그적임을 잘 보여주는 말 인 것 같다. 지금도 쉴 세 없이 울려대는 핸드폰! 그것을 한시도 손에서 떼놓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하면서 대장정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는다. 벌써 잊어 버렸나? 대장정이 끝난 후 핸드폰을 손에 쥐었을 때의 그 어색함을. 2324일을 함께 하는 동안 우리는 세상과 단절되었다. 그 단절된 세상에서 오직 내 앞에 있는 사람! 그것만이 내가 집중 할 수 있는 유일한 대상이었으며, 그것만이 내가 소통 할 수 있는 유일한 대상 이였다. 핸드폰을 만지작거릴 시간에 동료들의 물집을 만지작거릴 수 있었고, MP3를 들을 시간에 동료들의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TV를 볼 시간에 동료들의 무대를 볼 수 있었고, 라디오를 사연을 들을 시간에 별밤으로 동료들의 사연을 들을 수 있었다. 우리는 제한된 공간, 제한된 사람들 속에 있어야 했다. 그곳에서 시간을 잘 쓴다는 것은, 조금이라도 더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것 이였다. 자는 시간을 아껴서 한마디라도 더 나누고 싶은 마음 144명 모두 알고 싶은 마음. 많은 사람들과 걸으면서 수없이 질문했었다. “대장정 하면서 뭐가 제일 좋아요?” 돌아오는 답은 대부분 이러했다. “다양하고 좋은 사람들을 알게 되고, 대화 하는 게 좋아요.” 나부터도 그러하거니와 대장정의 본격적인 여정을 시작하기 전부터 위의 대답을 가장 먼저 생각했던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짐작하건데 대장정을 시작하기 전에 사람들의 생각은 가장 많게는 걷는 행위자체에 대한 의미를 두기도 하고, 걸으면서 생각을 많이 할 것이라는 착각을 하는 것 같기도 했다. 내 국토를 내 발로 걷는 것에 대한 의미부여, 하루하루 내가 있는 곳을 확인하며 경치를 감상할 것이라는 낭만을 꿈꾼 사람도 있었으리라 생각된다. 580.6km의 그야말로 대장정. 이러한 생각들을 나도 했었다. 하지만 대장정을 시작하고는 오직 나와 함께 걷고, 함께 땀 흘렸던 사람만 남았다. 걸으면서 옆을 돌아보면 나처럼 새까맣게 그을리고, 세수도 제대로 하지 않은 얼굴을 마주한다. 머리의 길이와 목소리로 남자인간과 여자인간을 구별한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같은 옷을 입혀놓으니 나이도 취향도 짐작이 잘 안 된다. 그리고는 어색한 대화를 시작한다. “어디서 오셨어요?” 그렇게 시작된 대화는 똑같은 옷을 입고 아무런 정보도 없는 상대를 보고 그 사람의 학교나 배경이 아닌, 그 사람의 행동으로만 그 사람을 판단하게 한다. 잘 웃는 사람인지, 어떤 생각을 갖고 사는 사람인지, 남을 잘 배려하는 사람인지 등등 인맥, 인맥을 외치는 사회 학벌과 경제력이 중요한 사회에서 이러한 경험은 분명 소중하다. 서로 발가벗고, 사람 대 사람으로만 만나는 경험을 우리는 얼마나 할 수 있겠는가? 상대방의 물집을 만지며, 땀에 젖은 손을 잡아주는 일이 살면서 얼마나 있겠는가? 대장정의 진짜 의미는 걷는데 있지 않았다, 걷는다는 사실은 겉모습 일 뿐. 진짜는 눈물 흘릴 때 등을 두드려주던 동료들, 절뚝거릴 때 끌어주고 밀어주던 동료들, 숨이 턱까지 차올랐을 때 손을 내밀어주던 동료들, 집에 가고 싶다는 무심한 말에, 끝까지 같이 가자고 하던 동료들, 녹아서 붙어버린 초콜릿 그 껍데기도 나눠먹자던 동료들, 때 아닌 가뭄에 빗물을 받아서 나눠먹고, 화장실 물을 같이 먹으며 미소 짓던 동료들, 언덕에서 목이 터져라 파이팅을 외치던 동료들이었다.

20127, 지금껏 내 삶에서 가장 뜨거운 심장을 품었던 달이었던 것 같다.

박찬일 기자 news_@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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