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디자인과 추응식 교수
내가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일을 ‘잘하는 것’과 ‘잘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다르다는 것. ‘잘하는 것’은 일의 목적에 충실한 것이고, ‘잘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기회주의적이다. 물론 ‘잘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목적이라면 ‘잘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일을 잘하는 것이 된다. 이런 경우는 기만이 목적이 되므로 가치가 혼돈스러워진다. ‘Paper work만 잘하면 돼’라는 우리 사회의 말이 대표적으로 여기에 해당된다.
‘EXPO’라는 말은 ‘EXPOSITION’의 앞 네 글자다. 무언가 밖으로 내보이고 설명한다는 뜻이다. 여기에는 말하고자 하는 확실한 알맹이가 있고 이것이 엑스포의 핵심이다. 그러므로 엑스포는 ‘잘하는 것처럼 보이는’ 형식주의를 용납하지 않는다. 엑스포에 사람들이 몰려드는 것은 그곳에는 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것이 있기 때문이다.
지구인 축제라는 올림픽이나 월드컵보다도 참여하는 사람이 20배가 많으니 가히 여기에 견줄 지구상 행사는 없다. 무엇 때문에 엑스포에 이렇게 사람들이 몰려드는가. 그것은 엑스포가 인류의 문명과 진보가 지금 어디까지 와 있는가를 보여주기 때문이고, 엑스포에 가면 인류가 가고 있는 대열의 선봉에 서 있는 체험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엑스포는 이러한 문명 산물들을 서로 나누고 공유하는 평화의 장이자 만국 축제의 장이다.
그 본은 최초의 엑스포인 1851년 제1회 런던 만국박람회에서 만들어졌다. 여기서 엑스포를 만국(萬國)박람회라고 부르는 것은 엑스포가 올림픽이나 월드컵처럼 국가적 참여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1851년은 영국의황금기인 빅토리아 시대. 대외적으로는 수많은 식민지를 거느리고, 대내적으로는 토인비가 말한 인류사의 가장 큰 혁명인 산업혁명이 완성되는 시점이다. 런던의 하이드 파크에서 개최된 제1회 만국박람회는 전시장 건물부터 획기적이었다. 그것은 그동안의 건축양식과는 전혀 다른, 철골과 유리로 만들어진 온실풍의 구조인 ‘수정궁(Crystal Palace)’이었다. 그 건물은 단지 좋게 보이기 위한 포장지가 아니라 그 자체가 새로운 건축경향을 예고하는 하나의 첨단 전시물이었다. 에펠탑도 이와 같은 파리 박람회의 신건축 모델이었다. 이 에펠탑은 지금도 무전탑으로 이용되고 있다.
당시 세계는 ‘세계의 공장’으로서의 영국의 위상을 인정했다. 어느 나라도 흉내낼 수 없는 선박용 엔진, 수압식 인쇄기, 동력직기, 공작기계 같은 첨단 기술들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그 뒤 선진국들은 행사 자체를 위해 경쟁적으로 개최함으로써 엑스포의 질을 떨어뜨리고 본래의 의미를 훼손시켰다.
이러한 문제점을 방지하고 엑스포의 취지를 관리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구가 지금의 국제박람회기구(BIE)이다. 근래에 열린 2005년 일본 아이치 엑스포와 2010년 중국 상하이 엑스포가 이 기구가 승인한 등록 엑스포(registered exhibitions)이다. 1993년 한국에서 개최된 대전 엑스포와 2012년의 여수 엑스포는 5년마다 열리는 등록 엑스포 사이에 한번 열리는 인정 엑스포(recognized exhibitions)이다. 이것도 BIE의 공인을 받는 박람회지만 등록 엑스포에 비해서는 규모가 작고 주제도 한정적이다.
신구대학교는 지난 1999년 전문대학 최초로 엑스포를 개최하였다. 우리 대학이 직업교육기관으로서 다른 대학에 비해 ‘잘하는 것’이나 ‘잘할 수 있는 것’을 보유하고 있다는 근거에서 출발하였다. 대학의 독창성이나 비교우위적인 요소를 전시함으로써 대내적으로는 자긍심을, 대외적으로는 대학의 위상을 한 차원 높이고자 하는 목적이 있었다.
또한 당시는 대학의 산학협력 필요성이 처음으로 제기되는 시점이기도 했다. 신구대학교는 이 시기에 맞추어 직업교육기관의 경쟁력은 대학이 보유한 기술의 경쟁력이라는 교육목표를 명료히 하였다. 이것은 신구대학의 건학정신인 실사구시(實事求是)적 교육을 실천하고자 하는 것이기도 했다.
이런 의미에서 신구대학교 엑스포는 행사로서의 의미를 넘어서서 잘하는 것이 많은 대학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플랫폼이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나아가서는 신구대학의 관련기관뿐만 아니라 한국의 많은 대학들이 참가하는 만교(萬校)박람회로 발전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