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프라이데이는 미국의 추수감사절(11월 마지막 주 목요일) 다음날로써 연말에 시작되는 폭풍세일과 함께 쇼핑을 하는 날로, 상점들이 연간 적자(Red ink)만을 내고 있던 도중 행사 기간 동안 흑자(Black ink)로 바뀌는데서 유래된 이름이다.
미국은 땅이 넓기도 하지만 소비자들의 소비 활동이 활발하지 않은 탓에, 상점들이 적자를 피하기 힘들고 1년 사이에 재고가 많이 쌓인다. 따라서 다음 해에 신제품을 출시하기 위해서 재고품들을 다 팔아야 하는 제조업체 위주로 블랙프라이데이가 진행되기 때문에 최대 90%까지 대규모로 세일을 한다. 미국인들은 크리스마스와 새해까지 생각해 이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전국적으로 쇼핑을 즐기는 것이다. 블랙프라이데이는 미국의 큰 행사이자 명절과도 같은 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블랙프라이데이를 따라 한국에서도 지난 10월 1일부터 5일까지 ‘코리아 그랜드 세일’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세일을 시작했다. 대대적인 홍보를 통해 메르스와 경기 침체 여파로 지갑을 닫고 있었던 많은 소비자들이 쇼핑을 했으며 백화점, 인터넷 쇼핑몰, 대형마트 등의 매출이 올랐다.
하지만 미국과 비교해 봤을 때,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가 성공적으로 진행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미국은 제조업체 위주로 세일을 진행해 파격적인 가격에 판매가 가능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제조업체와 충분한 협의 없이 정부와 유통업체 위주로 세일을 진행해 할인 폭에 한계가 있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일부 업체에서는 좋은 성과를 얻었지만 특정 지점에만 몰리는 현상으로 인해 오히려 피해를 본 업체들도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소비자의 불만이 가장 컸다. 미국과 같은 초대형 세일을 기대한 소비자들은 짧은 행사 기간과 기존의 세일과 별반 차이가 없는 가격에 실망했다. 또한 기존에 진행되던 세일에 블랙프라이데이라는 이름만 붙여 소비자들을 속인 일부 업체들의 행태에 블랙프라이데이가 아니라 ‘블랙구라데이’라며 비난하는 여론도 있었다.
경기가 침체된 시점에 정부 차원에서대규모 할인 행사를 시도한 것은 좋았지만, 블랙프라이데이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가 부족했고, 제조업체와 유통업체간의 적절한 논의 없이 진행된 탓에 유명무실한 일회성 이벤트가 되어버렸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내년에도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가 실시된다면 지금과 같은 상황을 맞지 않고 소비자와 판매자가 윈윈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김강희 기자 kgh9359@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