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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근대 서정문학의 대표「설국(雪國)」

설국/가와바타 야스나리

등록일 2015년12월04일 20시05분 URL복사 프린트하기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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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가와바타 야스나리

설국/가와바타 야스나리

설국(雪國)1968년에 저자인 가와바타 야스나리(川端 家成)에게 노벨문학상을 안겨준 중편 소설이다. 이것은 일본 최초이자 동양에서 두 번째로 기록된다. 그러나 이토록 영광스러운 수식어에 혹해 흥미를 갖는다면 작품에 대한 실례다. ‘설국이라는 배경의 아름다움이 감각적이고 섬세한 문체로 표현돼서 드러나는 서정성이야말로 이 작품의 자랑거리라 할 수 있다.
 

설국은 여러 남녀의 사랑과 엇갈린 관계를 다루고 있다. 부모에게 상속받은 유산으로 한량처럼 살던 무용연구가 시마무라는 여행과 등산을 자주 다녔다. 여행 중에 방문하게 된 많은 눈이 내리는 마을, 설국에서 춤 선생 집의 여자 고마코를 만난다. 그는 고마코에게 점차 마음을 쏟게 되지만 마을을 떠난다. 일 년 후 고마코를 다시 만나기 위해 설국으로 향하던 기차 안에서 또 다른 여자 요코와 요코에게 보살핌을 받고 있는 한 남자를 마주한다. 그리고 고마코와 반대되는 이미지를 가진 요코에게 관심을 갖게 된다. 고마코에게 받은 열정적인 사랑과 달리 유코의 청순하고 신비로운 느낌에 끌린 것이다. 한편 고마코는 춤 선생의 아픈 아들이자 시마무라가 기차에서 마주했던 남자, 유키오를 위해 게이샤가 된다. 그러던 중 유키오는 죽음의 순간을 맞게 되는데 고마코를 그리워하며 요코의 품에서 숨을 거둔다. 1년 뒤 시마무라는 다시 고마코를 찾아 설국에 방문하지만 만나지 못한다. 또한 유키오가 죽으면서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채 살아가던 요코는 화재사고로 2층에서 떨어져 죽는다.

두드러지는 부분이 없고 기승전결이 뚜렷하게 표현되지 않는 줄거리나 다소 심심한 성격을 가진 등장인물 등의 요소 때문에 단순히 글을 따라 눈을 움직인 독자라면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 도대체 무엇인지 알지 못한 채 책을 덮어버릴 것이다. 단순히 무엇을 표현했나를 쫓기보다 어떻게표현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야말로 설국을 읽는 진정한 방법이다.

이 작품을 읽어보면 헛수고’, ‘허무라는 단어를 참 많이 보게 된다. 시마무라가 고마코가 꾸준히 일기와 독서노트를 기록하지만 그 행위 속에 확실한 목표가 있지 않은 것을 보고 헛수고라 말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허무는 인물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다. 자신에 대해서 회의를 느끼고, 분명히 사랑하는 여인에게 온전히 사랑을 주지 못하는 시마무라의 내면이 그러하다. 이처럼 곳곳에 표현된 허무는 설국을 이해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인간과 자연 그리고 허무사이의 조화야말로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이 작품에서 보여주려던 것이기 때문이다.

허무함이 만연한 가운데 설국이라는 배경의 아름다움과 인물들의 심리를 한데 어울려 몽환적인 분위기와 여운을 남기게 한 것은 눈 내리는 마을의 풍경을 가와바타 야스나리 특유의 감성을 자극하는 동시에 끊임없이 미를 추구하려는 문체가 한 몫 한다. 실제로 12년이나 걸려 완성된 이 작품은 작가의 미의식을 최고조로 보여주는 작품이라 평가된다. 또한 스웨덴 한림원은 노벨문학상 시상 당시 자연과 인간에게 존재하는 유한한 아름다움을 우수 어린 회화적 언어로 묘사했다며 시상사유를 밝히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설국의 첫 문장은 일본에 첫 노벨문학상을 안겨준 세 문장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신호소에 기차가 멈춰 섰다.’ 작가의 섬세한 언어 감각이 폭발하는 순간이다.

김경아 기자 rlaruddk92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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